
"동료가 보낸 이메일을 보면 로봇이 쓴 것 같아요."
"우리 상사는 AI에 푹 빠졌는데 좀 지나친 것 같기도 해요."
이제 제가 누구를 상대하는지 모르겠어요. 동료인지, 동료의 GPT인지."
"오히려 AI랑 일하는 게 편해요. 감정 소모가 없거든요. 솔직히 진짜 동료가 없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지난 몇 달 새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부쩍 자주 듣게 됐다.
직장 내 인간관계의 복잡한 역학을 글로 쓰고 강연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늘 각종 하소연과 조언 요청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제 AI가 공식적으로 직장 내 갈등 영역으로 들어왔다.
고용주, 기술 전문가, 미래학자들은 AI를 업무에 활용하라고 권장하며 더 많은 아이디어, 높은 생산성, 탁월한 효율성을 약속한다. 동시에 AI의 활용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 진정성 (“동료가 AI로 쓴 이메일을 받으면 나는 동료와 대화하는 건가, 기계와 대화하는 건가?”)
• 신뢰 (“
AI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동료의 작업을 신뢰할 수 있을까?”)
• 동료와의 진정한 연결의 의미 (“이제 동료와 협업하는 것보다 AI와 협업하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진다.”)
AI, 특히 생성형 AI를 직장 내 관계의 중간자
혹은 대체재로 사용하는 행위는
우리 일터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간적 연결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물론 AI의 유혹은 분명히 존재한다.
항시 공격적인 동료에게 감정을 배제한 답장을 보낼 때, 성미 급한 상사를 위해 보고서를 순식간에 정리할 때, 경쟁적인 동료에게
혼자 공을 가로채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때, AI는 분명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에 필자는 심각한 우려를 느낀다.
이 글에서 나는 AI와 직장 내 인간관계에 관해 가장 걱정되는 지점들을 짚고 조직이나 팀에서 AI와 협업하는 방식과 범위를 결정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득보다 실이 많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AI가 직장 내 인간관계에 미치는 대가 생산성과 창의성을 위한 AI 열풍 속에서 우리는 AI가 직장 내 역학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AI가 문제를 일으키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인지 부하를 높인다. 지금 내가 상대하는 것이 사람인지, AI를 활용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순수한 AI인지 알 수 없을 때 평소와 다른 말투나 어색한 표현의 이유를 파악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 의문은 대개 해소되지 않은 채 남는다.
이 사소한 감정 노동은 쌓인다. '나는 지금 사람과 대화하는 건가, 아닌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AI가 대신 쓴 글이라면 무슨 의미일까?' '다르게 반응해야 할까?' '그만해 달라고 말해야 할까?'
팟캐스트 ‘Me + Viv’를 통해
AI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온 기술 전문가 알렉산드라 새뮤얼은 이렇게 말했다. "AI일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로 하여금 인간관계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메시지 작성에 AI가 사용됐다고 의심하거나 그런 사실을 전달받은 사람들은 관계 자체를 의문시하고 상대방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따지게 된다.
효율이 아닌 '구정물'을 만든다. 지난해 큰 반향을 일으킨
‘조직 생산성 갉아먹는 ‘AI 워크슬롭’’에서는 동료의 AI 활용이 신경에 거슬리는 이유 중 하나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미 소음으로 가득 찬 직장에 AI가 또 다른 소음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바쁨, 불필요한 회의, 슬랙으로 충분한 내용을 굳이 이메일로 보내는 등 조직에는 이미 소음이 가득하다. 거기에 꼭 기계와의 소통까지 더해야 할까?
아티클에서 저자들은 이렇게 썼다. "동료에게서 워크슬롭을 받은 사람은 그 내용을 해독하고 빠지거나 잘못된 맥락을 추론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 결과 일을 다시 수행해야 하거나 동료와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등 힘들고 복잡한 의사결정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요컨대 AI는 효율을 약속하지만 무분별하게 활용될 경우
업무를 줄이기는커녕 늘린다. 직원이 AI 덕분에 보고서를 순식간에 작성했더라도 그 내용의 가치를 판단하고 출처를 확인하며 왜 보고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설명하는 일은 결국 다른 누군가의 몫이 된다.
신뢰를 무너뜨린다. '워크슬롭' 연구는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동료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심각한 결과를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조사 대상자의 약 절반은 워크슬롭을 보낸 동료를 그 이전보다 창의성, 역량, 신뢰성 면에서 더 낮게 평가했다. 42%는 그 동료를 덜 신뢰하게 됐고 37%는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응답자의 3분의 1이 워크슬롭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신뢰를 잠식할 수 있으며 같은 비율의 응답자가 해당 동료와 다시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협업에서 AI를 활용했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다른 도구를 사용한 사람에 비해 역량이 낮고 게으르다는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었다.
꼭 필요한 마찰을 없애버린다. 좋은 일을 하려면 긴장과 혼란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마찰과 논쟁, 심지어 간헐적인 오해조차 시스템의 결함이 아니라 기능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협업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더 나은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린다 힐 교수는 이를 '
창의적 마찰creative abrasion’이라고 부른다. 토론과 논쟁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능력이다.
최근 콘스탄스 해들리와 세라 라이트 교수는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지식 근로자 1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이 연구는 올봄 HBR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에 따르면 많은 직원들이 까다로운 대인 관계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개인 코치로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갈등을 진단하고 피드백 전달 방식을 다듬고 어려운 대화를 연습하는 데 AI를 쓰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인 관계가 더 매끄러워질 수는 있지만 대인 역학 관리를 AI에 맡기다 보면 돌파구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마찰을 잃게 된다.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주는 생산적인 불일치도, 협업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인간적인 혼란도 사라진다.
해들리 교수는 또 다른 잠재적 위험을 지적했다. "갈등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개인적 역량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양극화된 시대에 우리 중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능력의 상실이죠."
진정한 관계 형성을 가로막는다. 인간적 교류에서 발생하는 번거로움으로 우리는 관계를 쌓아 나갈 수 있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순탄하면 기분은 좋을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성장하거나 유대를 쌓지는 못한다. 오히려 서로 어색하거나 취약함을 드러내는 순간, 혹은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더욱 깊이 알게 된다.
알렉산드라 새뮤얼이 지적했듯이 이메일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해 관계 관련 업무를 AI에 넘기기 시작한다면 시간은 절약할 수 있을지 몰라도 동료와의 거리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뉴로리더십 연구소
NeuroLeadership Institute의 데이비드 록 같은 전문가들은 이것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고문에서 AI가
사회적 상호작용과 소통을 촉진하는 뇌의 동기화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다른 사람 대신 AI에 점점 더 의존할수록 인간관계는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를 더 무례한 사람으로 만든다. AI와 협업할 때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있다. 상대의 반응이나 감정을 고려한 형식적인 인사치레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챗GPT에 "고마워"라고 말하거나 제미나이에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그럴 의무는 없다. 게다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의 생성형 AI는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지시를 바꿀 수 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AI 협업자를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인간 동료에게도 같은 것을 기대하게 되지는 않을까? 동료가 동의하지 않을 때 더 쉽게 인내심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AI를 대하는 방식은 결국 인간 동료를 대하는 방식으로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AI가 실제로 도움이 될 때 AI가 우리의 직업 활동 혹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언제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지에 훨씬 더 의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동료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워크슬롭 연구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케이트 니더호퍼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일터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일하는 방식은 바뀌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내가 타인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때 AI 활용의 적절한 시기와 방식을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준이다.
AI를 사용했다면 투명하게 밝혀라. 이 원칙은 직원들이 지금 누구와 혹은 무엇과 소통하고 협업하는지 추측하는 데 쓰는 인지적 부담을 줄여준다. 최근 한 동료가 AI를 활용해 영상 프로젝트에서 내게 물어볼 질문들을 만들었다. 그는 인터뷰 계획을 보내면서 이런 메모를 덧붙였다. "질문과 레이아웃 구성에 챗GPT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는 이것이 이상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질문들이 그답지 않게 느껴지거나 주제를 벗어난 것이 있어도, 왜 그런지 혼자 고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AI 활용을 솔직하게 밝히면 동료의 인지적 부담이 줄어들고 결과물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칠 때 서로를 낮잡아 보게 되는 상황도 예방할 수 있다.
리더라면 조직 구성원들이 이를 투명하게 밝히도록 독려해야 한다. AI 사용 여부를 공개하는 것이 예외가 아닌 기준이 되도록 기대값을 설정하라.
다만 한 가지 중요한 단서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AI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알렉산드라 새뮤얼은 이런 상황을 언급했다. "난독증이 있거나 이메일 작성을 유독 힘들어하는 동료라면 AI 덕분에 소통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이고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프로젝트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상황에 해당한다면, AI 사용 여부를 편하게 밝힐 수 있을 때 이를 밝히면 된다. 투명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맥락이 달라지면 상대방의 이해도 달라진다.
AI를 거래적 관계에 활용하라. 상호작용이 순전히 거래적이며 그 목적이 새로운 관계를 다지기보다 유지하는 데 있다면 AI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약속한 공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시공업자에게 단호한 이메일을 보내는 데 AI를 활용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관계를 쌓고 싶은 동료와의 소통은? 달라야 한다.
더욱 깊은 신뢰와 유대를 다지고 싶다면 AI가 대신해주기는 어렵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지금 이 소통은 과제를 처리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것인가? 후자라면 AI는 잠시 내려놓고 동료와 직접 마주하라.
AI로 인간관계를 대체하지 말고 강화하라. AI를 동료와의 교류를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현실의 연결을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새 팀원과 친밀감을 쌓는 방법, 일대일 미팅을 위한 대화 소재, 직장 내 지지 관계를 넓히는 방법을 AI에 물어보는 것이다. 해들리 교수가 말한 것처럼 목표는 "AI를 목적지가 아닌 다리로 활용하는 것"이다. AI 도구를 활용해 동료와의 교류를 직접 실천하도록 스스로를 독려할 수도 있다. 예컨대 캘린더에서 빈 시간을 찾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동료에게 점심이나 오후 커피를 제안하라고 AI에 알림을 설정해두는 방식이다.
사람과 AI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상기하라. 대면 대화와 AI와의 상호작용에서 각각 어떤 태도로 임하고 싶은지 잠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직접 써두는 것도 좋다. "동료에게는 예의 바르고 협력적으로 대하겠다. AI와는 사무적이고 효율적으로 소통하겠다." 이 차이를 명확히 하면 AI를 대하는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인간관계로 스며드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직장에서의 관계는 중요하다. 관계는 우리를 더 행복하고 생산적이며 몰입하게 만든다.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주고 좋은 순간을 함께 나누게 해준다. 이러한 관계는 수천 번의 작은 상호작용을 통해 쌓인다. 그 많은 순간들은 대부분 번잡하고 어색하며 불완전하다.
그 순간들을 AI에 넘기거나 AI가 중간에 끼어들도록 허용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아끼거나 마찰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연결을 만들어내는 순간들을 외주화하는 것이다.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관계의 일을 기계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러니 동료에게 보낼 다음 이메일의 '생성' 버튼을 누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AI는 그것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가?
원문 | https://hbr.org/2026/03/how-ai-damages-work-relationships-and-where-it-can-actually-help에이미 갤로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의 기고 편집자이자 ‘위민 워크Women at Work’ 팟캐스트의 공동 진행자이며, <Getting Along: How to Work with Anyone (Even Difficult People)>와 <HBR Guide to Dealing with Conflict>의 저자다. 직장 내 역학 관계에 대해 글을 쓰고 강연한다. @amyega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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