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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혁신은 '파괴'가 아니다. '확장'이다

디지털
2020.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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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아마 모방 아닐까요? 남을 베끼는 건 인간에게 너무 익숙한 일입니다.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조직에서도 남을 베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혁신적인 사고의 허브라고 자처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말이죠. 물론,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카피캣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대신 ‘파괴자(disruptor)’라고 부르죠.

1997년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파괴(disruption)’라는 콘셉트를 처음 유행시켰을 때는 그 아이디어가 참 새롭고 흥미롭게 들렸었죠. 크리스텐슨이 썼던 원래 명칭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었습니다. 이 용어가 파괴로 줄여졌는데요, 이 단순화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죠. 스타트업들이 기존 산업의 시장을 파괴하고자 한다는 세일즈 피치를 저는 거의 매달 듣습니다. 그런데 이런 홍보에 숨겨진 전제가 있습니다. 파괴라는 현상을 겪으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자원을 적절히 배치해서 우리 모두의 환경이 나아지고, 세상이 더 효율적인 곳이 될 거라는 전제가 깔려있죠.


그런데 세상이 늘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말대로 돌아갈까요?

2009년에 잭 도시(Jack Dorsey)와 저는 스퀘어(Square)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사업 목표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신용카드 결제를 돕자는 것이었어요. 현재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받는 사업자들 중에는 스퀘어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자들은 모두 기존의 거래처와 기존의 신용카드 회사들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스퀘어가 이 시장에 일으킨 파괴는 거의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우리는 시장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시장을 확장했거든요.

우리가 시장에 진입했을 때, 하트랜드(Heartland Payment Systems)라는 신용카드 결제 회사는 거의 파산 직전에 있었습니다. 대형 데이터 유출 사고를 겪었기 때문이죠. 10년이 지난 지금 하트랜드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존재했던 다른 신용카드 처리 업체들도 그렇고요. 이 중 몇 업체는 합병이나 인수가 되긴 했지만 그런 일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페이팔과 직접적으로 경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페이팔은 우리가 시작했을 때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습니다. 우리가 만든 스퀘어는 10년 동안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가게의 수를 약 2백만 곳이나 늘렸습니다.

시장의 ‘파괴’로 가는 우리의 길은 ‘파멸’의 길이 아니었습니다. 전 이게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위대한 창업가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그들의 길은 파괴적이었는지, 아니면 확장적이었는지를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창업가는 기존의 비즈니스로부터 고객을 빼앗은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잭 도시와 제가 했던 것처럼 창업가들은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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