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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외국인에게 내이름을 정확히 알리려면

디지털
2020.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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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평생 제대로 불리지 못했다. 내가 8년 전 미국으로 왔을 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심지어 내 고향인 싱가포르에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이름을 사람들이 잘못 부르면 괜히 멋쩍고 소외감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내 이름이 발음하기 쉬운 서양식 영어 이름이 아니라서 혹시 나의 커리어에도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걱정은 현실로 이어졌다. 몇 년 전 애틀랜타의 한 채용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을 때, 그가 면접에 부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이름을 부르기 어려워서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나뿐만이 아니다. 아빈드 나레이야난Arvind Narayanan 프린스턴대 컴퓨터과학 교수는 최근 트위터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어려운 이름이 깎아 먹는다는 얘기였다. 이름이 너무 어려워 강의나 연구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연사로 초청받거나 다른 이들의 논문에 인용되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커리어 발전에 실질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직장 동료의 이름을 올바르게 발음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다. 당사자에게 정신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는 포용적 일터inclusive workplace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쯤에서 많이들 궁금하게 생각할 것 같아 설명하자면, 내 이름인 Ruchika는 “루치카Roo-CHEEK-Ah”라고 발음된다. 사실상 스펠링 그대로 읽는 셈이다. 서구 국가에서 직장 생활하는 동안 사람들은 내 이름을 대부분 “루시카Roo-SHEEK-ah”라고 발음했다. 지난 수년간 누군가가 내 이름을 틀리게 부를 때마다 나는 그냥 넘어갔다. 업무 상황에서 내 이름 때문에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노력했다. 내 이름보다 당장의 업무가 더 중요하다고 나 스스로 되뇌곤 했다.

그러나 서서히 동요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내 이름을 틀리게 부를 때마다 처음에는 마음속 깊은 곳이 움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중에는 사람들이 잠깐의 시간과 작은 관심을 들여 내 이름을 정확히 알고자 노력하지도 않는데 과연 나의 업무 성과를 가치 있게 생각하기는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누군가가 새로운 제3자에게 나를 잘못된 이름으로 소개하고, 결국 팀의 모든 사람들이 내 이름을 잘못 부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이름을 잘못 불리는 것이 직장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연구들을 통해 짐작은 할 수 있다. 선생님이 학생 이름을 잘못 부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2012년 발표된 <선생님, 제발 저희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세요!: 마이크로어그레션 인종차별과 K-12 교실Teachers, Please Learn Our Names!: Racial Microaggressions and the K-12 Classrooms> 연구에서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유색인종 학생의 이름이 잘못 부르면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더 나아가 학습 능력을 저해시킨다고 밝혔다.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것은 해당 유색인종 학생에게 자신의 문화에 대한 수치심과 정체성 혼란을 주는 일종의 마이크로어그레션 인종차별이라고 결론지었다.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이란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미묘한 차별을 말한다.

서구 국가에서 일자리를 구할 때 이력서에 적힌 이름이 백인 이름 같지 않으면 채용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 연구에서는 백인 같지 않은 이름을 가진 지원자는 면접으로 가지 못하고 서류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28% 더 높게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북아프리카계 이름을 가진 지원자가 면접 기회를 얻을 확률이 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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