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일을 하면 월급 외에도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직업을 통해 남들의 인정을 받고, 지위를 얻고,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자아라는 개념을 강화해 나갑니다. 또 연구에 따르면, 강한 직업 정체성(자기의식에서 직업이 차지하는 중요도)을 갖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직장을 잃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해고를 당한다면 그게 어떤 상황이든 힘든 경험이 될 겁니다. 특히 여러분의 정체성이 직장에서 맡았던 일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을 때는 실직이 엄청난 비극처럼 느껴져 실존적 위기나 정체성 위기(identity quake)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정신적 기반 혹은 안정감의 원천이 되는 직업을 잃게 될 경우, 불안감을 느끼고 바다를 표류하는 듯한 막막한 기분이 들기 마련입니다. 더 심한 경우에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재정의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오랜 친구에게 연락하기

인간관계는 우리가 누구인지 되돌아보게 해줍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구, 대학 친구, 첫 직장에서 만난 친구 등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 온 이들에게 연락을 취하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자기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분이 금융 전문가, 경영 컨설턴트, 지적 재산권 전문 변호사가 되기 전부터 여러분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오랜 친구들은 여러분이 중요시하는 그 직업을 갖기 전부터 여러분 안에 내재된 가치를 죽 지켜봐 온 사람들이죠.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일을 하는 직업인일 뿐 아니라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 자상한 멘토, 모험가,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맞는지 확인해 보기

우리의 정체성과 자아의식은 정신적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막막함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하나의 고정된 관점(대부분 도움이 되지 않는 관점)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제 고객 중 한 명인 에두아르도는 자기 팀이 번아웃에 시달릴 정도로 업무 강도를 높이며 과하게 몰아붙였다가 해고를 당했습니다. 저희는 그의 그러한 행동 이면에 ‘내 가치는 곧 내가 만들어 낸 성과다’라는 제한적인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그 믿음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평소 그가 존경하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볼 것을 권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저의 어떤 점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생각지도 못한 점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죠. 두 번째 질문은 ‘자기 자신의 가치는 어떻게 파악하시나요?’였습니다. 그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하는지 그에게 알려 주기 위한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예상한 대로 그가 던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중 그의 일이나 성과와 관련된 답변은 없었습니다. 그는 ‘훌륭한 아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사람, 든든한 배우자, 언제든 의지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친구’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지인들과의 대화는 에두아르도가 ‘내 가치는 곧 내가 만들어 낸 성과다’라는 제한적 믿음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고, 그는 자기 자신의 가치나 자부심을 자신의 일과 구별해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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