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친한 고객 중에 만나서 회의할 때마다 ‘세븐일레븐의 빅걸프(Big Gulp) 사례’를 들려 달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 얘기 있잖아요. 어서요"라고 옆에서 부추기면, 저는 못 이기는 척 이야기보따리를 풉니다.
그분이 세븐일레븐 이야기를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대량 구매 할인의 원리를 기가 막히게 활용하거든요. 예컨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지점에서는 디스펜서에서 뽑아 마시는 탄산음료를 컵 용량 16~32온스(473~946㎖), 가격은 0.99~1.39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16온스짜리 한 모금(Gulp)이면 갈증 해소에 충분하지만 저는 가격 차이가 20센트밖에 안 나는 24온스짜리 빅걸프 컵에 항상 저절로 손이 가더군요. 대용량을 선택할수록 온스당 지불 단가가 낮아지니 기왕이면 대용량 컵을 구입해야겠다는 유혹에 굴복하게 됩니다. 저도 세븐일레븐의 유인책에 걸려든 거죠.
20센트 더 받아내는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탄산음료 디스펜서는 편의점에서 짭짤한 수익원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세븐일레븐 측에서는 128온스짜리 팀걸프(Team Gulp)를 비롯한 빅걸프 라인을 도입한 후 탄산음료 디스펜서 수익이 거의 100%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부 지점에서는 빅걸프 음료 판매가 매장 총매출의 거의 1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교훈은 분명합니다. 대량 구매 할인을 적절히 운용하면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매출 증가를 쏠쏠히 챙길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대량 구매 할인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그런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거죠. 많은 회사가 이 전략을 잘못 사용하거든요. 제가 이 주제에 대한 예전 아티클에서 강조했듯이 대량 구매 할인을 적용하는 주된 이유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입니다. 이 ‘법칙’은 우리가 어떤 제품을 더 많이 소비할수록 추가 소비 단위당 주관적으로 매기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피자 먹을 때 언제나 첫 조각이 제일 맛있는 거 다 아시죠?) 대량 구매 할인의 목적은 가격 인하를 내세워서 고객이 애초 계획보다 더 많이 구매하도록 부추기는 겁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특히 B2B 부문의 기업들이 대량 구매 할인을 놓고 상대방과 옥신각신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주로 기업 고객들이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편이기 때문에 협상에서 대량 구매 할인을 단골로 거론하다 보니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