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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CEO들이 반한 구둣방의 영업 비밀은?

디지털
2020.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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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업무상 여행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비행기를 많이 타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저 역시 환승을 싫어하지요. 그런데 예외는 있습니다. 덴버 공항이나 샬럿 더글러스 공항에서는 다음 비행기까지 1시간 정도 남으면 나도 모르는 새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무슨 좋은 일 있냐고요? 내가 본 가장 독창적이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발 냄새가 난다는 게 더 정확하려나?) 사업 중 하나인 이그제큐티브 샤인(Executive Shine)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만 봐도 이그제큐티브 샤인이 어떤 회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공항 게이트 사이를 바쁘게 헤매는 여행객들에게 구두 닦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데요. 사업 방식이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놀랍습니다. 가장 최근 덴버 공항 지점에 갔을 땐 주위에 있던 사이니지(signage)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아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나에는 “감사하며 살자”, 다른 하나에는 "열과 성을 다하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여기에 사랑이 있노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습니다. 12단계로 이뤄진 구두 닦기 과정은 복잡하면서도 금세 뚝딱뚝딱 진행되며 토치로 구두 가죽에 열을 가해 광택이 스며들게 하는 드라마틱한 동작으로 마무리됩니다. 구두닦이들은 항상 손님에게 흥미로운 질문도 하고, 재미있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 진정한 소통을 하면서 추억을 만듭니다. 또 재미있는 점은 ‘손님 마음대로’ 가격을 정한다는 것입니다. 사장님이 원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내도 됩니다.

몇 년 동안 이그제큐티브 샤인은 나만 알고 싶은 장소였습니다. 마치 공항 라운지에 나만의 단골 카페가 있거나, 번잡한 터미널 사이에서 가장 빠른 출구를 알고 있는 것처럼 잦은 출장으로 내공이 쌓인 비즈니스 여행자로서 누리는 묘한 특권이라 할까요? 그러나 결국 이곳은 비즈니스 여행객 사이에서 일종의 명물이 됐습니다. 사업을 구상하는 기업인들에겐 영감을 줬고요. 한 컨설턴트는 자신이 이그제큐티브 샤인으로부터 배운 교훈에 대해 을 썼습니다. 또 ‘샬럿 옵서버(Charlotte Observer)’라는 매체는 이곳 팬들의 이야기를 연이어 실었습니다. 팬들 중에는 이그제큐티브 샤인에 홀딱 반한 나머지, 샬럿으로 여행할 때 49켤레의 신발이 든 여행 가방을 따로 가져온 고객도 있었답니다. 낮에 업무를 보는 동안 통째로 맡겨 둔 것이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8년 근무한 베테랑 로드 로스(Rodd Ross)는 샬럿 공항에서 이그제큐티브 샤인 키오스크 3개를 운영하는 에티오피아 이민자 게트넷 마샤(Getnet Marsha)와 대화하던 중 깊은 감동을 받고는 그를 회사로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자사의 IT 리더십 팀을 상대로 강연하도록 한 겁니다. 마샤의 강연은 장내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로스가 마샤에게 강연료로 원하는 액수를 말하라 하자, 마샤는 “주시는 대로 받겠다”고 답하고는 금액이 얼마가 됐든 자신이 다니는 지역 교회에 기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샤는 『샬럿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과 공감. 이것이 저희의 신조입니다. 우리는 진심을 다해 이 일을 합니다. 손님들은 구두만 닦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하고 싶어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 마샤의 지혜와 이그제큐티브 선샤인의 성과를 곱씹어볼 때입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문화가 여전히 파괴적 전략, 디지털 혁신, 벤처 유니콘의 급부상과 비참한 추락에 집중돼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조금 더 소박하게 생각하고, 겸손하게 행동하고, 사람들과 접촉하며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쌓아보면 어떨까요? 물론 성공적인 회사와 리더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름길을 택하거나 가치를 타협할 기회가 주어질 경우에도 조직 전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와 고객, 동료에게 ‘그 누구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와 완전히, 대개 더 안 좋은 쪽으로 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더 깊고 진정한 인간미에 목말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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