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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 리더십

SEB은행의 심리적 안전감 수련법

디지털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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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은 요즘 비즈니스 관련 언론에서 흔히 언급되고 있는 개념입니다. 의료에서 테크, 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계에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고요. 팬데믹 이전에도 화제였던 심리적 안전감은 최근 들어 애자일 방법론, 다양성 및 포용성, 원격 근무와 관련되어 훨씬 더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렇게 광범위하게 활용되다 보니 그만큼 오해도 쉽게 발생합니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직장 내 괴롭힘이 없거나 직원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을 약속하는 등 건전한 직장 문화가 확립된 곳이라면 어디든 심리적 안전감이 존재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사실 심리적 안전감이 잘 확립된 직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직장에서 심리적 안전감, 즉 솔직하게 의견을 내놓고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신뢰감을 조성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특별한 노력과 스킬이 필요하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은 아이디어 내기를 주저하고, 질문하기를 꺼리며, 상사의 의견에 순순히 따르는 걸 당연시하니까요. 이런 성향을 감안하면 일상에서 아이디어, 걱정거리, 질문을 자유롭게 주고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관리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죠. 이런 분위기를 바꾸려면 집중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팀원들이 새로운 신념과 행동을 개발하도록 돕는 과정을 시작해야 하죠. 그러나 이 과정은 매 단계가 어색하고 만만찮을 겁니다.

그렇다고 못할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심리적 안전감을 확립할 수 있다는 수많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죠. 불확실성에 직면하거나 혁신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대단한 진가를 발휘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헌신적인 노력과 의욕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죠. 다행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 중 한 명인 페르는 SEB은행에서 리더십 및 조직 개발 책임자로 재직할 당시, 심리적 안전감과 대화 기술을 구축해 전략적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요. 그와 함께 이 프로그램에 4개월 동안 참여한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과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습니다. 더 빠르고 질 높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어요. 미래에 속도를 올리려면 당장은 속도를 늦출 필요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동안 정체돼 있던 전략적 문제를 비교적 빨리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저희들끼리, 때로는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협동해서 말이죠.”

이 성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SEB은행에서 페르가 수행한 프로그램을 에이미가 학문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4가지 필수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페르는 경영진이 구성원끼리 의견을 솔직히 나누고 약점을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게 돕는 동시에, 입장 바꾸기(perspective taking) 및 전략적 집중(strategic focus)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기술을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했습니다. 여러 경영진과 협력해 온 이 접근법은 솔직한 대화가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든 팀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의사결정의 내용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실무 환경에서 스킬을 쌓기 위한 기본 접근법은 어느 조직이든 동일합니다.

성과에 집중하세요

우선, 대부분 경영진이 원하는 것, 즉 성과를 강조하세요. 심리적으로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하는 첫걸음은 조직문화의 변화나 대인관계 기술 등 기존의 조정 중심의 담론에서 솔직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자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추상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지식 집약적인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와 전문 지식을 통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할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반면 "직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지원하기" 또는 "상대방의 말을 더 경청하기" 같은 식으로 목표를 명시하면 변화를이끌어내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런 것들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사실 이들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도 제 역할을 한다는 걸 고위 경영진이 인정할 때,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는 없습니다. 직접 경험해 봐야겠죠. 페르는 이것을 2단계 프로세스로 보고 있는데요. 첫째, 심리적으로 안전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대인관계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세션을 정기적으로 마련해 각 팀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몇 가지 난제를 같이 풀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돕습니다. 둘째, 이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한 참가자가 다른 팀에도 그 경험을 널리 공유함으로써 도움을 줍니다. 솔직하게 대화하기, 약점 드러내기, 입장 바꾸기가 좋은 성과로 이어진 과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서로 공유하도록 독려하세요. 이런 스킬들을 업무의 일부로 간주하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효과를 입증할 증거도 차곡차곡 쌓여갈 겁니다.

개인과 팀을 모두 훈련하세요

농구 선수이자 코치로서 활동해 본 페르의 경험에 따르면 팀의 승리는 개인의 기술(돌파, 슈팅 등)과 팀플레이(이 기술들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패스, 슛, 드리블의 타이밍을 수시로 판단해 협동하는 복잡한 경기 과정)라는 두 가지 훈련이 필요합니다. 조직에서 팀을 이끄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경영진 개개인이 아이디어와 걱정거리를 솔직하게 공유하도록 입장 바꾸기와 질문의 기법을 익히고 시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들은 팀원들이 특히 ‘실무’에서 문제 해결 방법으로 써먹겠다는 생각으로 다 함께 참여해야 확고히 정착됩니다. 그러려면 팀은 복잡한 사안에 대해 생성적(generative) 대화(문제 해결을 진척시키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통합해 참신한 솔루션을 생성하는 대화)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효과성을 수시로 평가할 수 있도록 이를 체계화하고 활성화해야 하죠. 예를 들어 페르는 매주 한 시간짜리 그룹 세션을 마련해 팀원들에게 개별 스킬을 가르치고, 한 달에 한 번씩은 팀원들이 모여 오랜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새로 익힌 스킬을 함께 연습하는 세션을 집어넣기도 합니다.

시각적 상상을 구체화하세요

상상 훈련은 세계 기록을 깨고자 하는 운동선수부터 문제 행동을 바꾸도록 돕는 심리 치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됩니다. 마찬가지로 SEB에서 페르는 주간 회의를 이끌면서 참석자들에게 입장 바꾸기, 솔직하게 말하기, 직원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할 분위기 조성하기 등에 성공한 최근 사례를 마음속에 그려 보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경험들을 서로 공유한 뒤에는 앞으로 다가올 상황을 상상하고 복잡한 문제 해결이나 의사결정에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할 방법이 무엇일지 차근차근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시각적 상상은 세부 사항에 초점을 맞추는데요. 설명할 내용을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마음속에 그린 후 글로 쓰다 보면 새로운 기술과 관행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경영진도 처음에는 모범 사례를 찾아내기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사례를 더 많이 발굴하는 안목이 생기고 새로운 관행을 더 신중하게 도입하므로 갈수록 사례 찾기가 쉬워집니다.

업무와 관련된 약점을 받아들이는 습관을 일상화하세요

자신의 약점 때문에 가벼운 불안을 느끼는 건 정상입니다. 불안 관리 훈련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약점을 수용하는 사소한 행동만 실천해도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일례로 에이미는 경영진들과 협업하는 동안 그들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열린 자세가 조직에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대인관계 위험(어떤 의견을 제시했을 때 상대방의 거절이나 무시를 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심리 – 옮긴이)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점점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걸 깨우쳐준 적이 있습니다.

또 페르는 SEB에서 경영진에게 중요하고도 복잡한 문제 중 진척이 보이지 않는 주제를 선정하게 한 후, 입장 바꾸기와 솔직한 대화를 독려하여 대화의 스킬 향상과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도록 도왔습니다. 페르는 이 연습에 참여하기 전에 토론 주제로 삼기에 부담이나 충격이 크지 않은 사안을 먼저 제시해 팀원들이 대인관계 위험을 감당하는 데 비교적 무리가 덜하도록 ‘워밍업’부터 했습니다. 이 과정은 중요한데요. 민감하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참석자들이 중요한 문제를 입 밖에 내기를 주저하면 이 대화를 통해 아무 성과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과에 집중하고, 개인 및 팀 차원에서 훈련하고, 시각적 상상을 활용하고, 약점에 익숙해지고, 무엇보다 조직이 실제로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를 적용해서 팀원들의 대화 스킬도 개발하는 동시에 골치 아픈 문제도 해결한다면 어떤 팀이라도 분위기를 살리고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저희도 힘든 과정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이렇게 해서 얻어낸 경쟁 우위는 팀에 그만큼 값어치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변화무쌍한 시기에 관리자와 팀원들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솔직함, 속도, 창의성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과 입장 바꾸기 능력을 쌓는 게 아직 ‘기본’으로 여겨질 정도는 아니더라도 험난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우수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는 건 사실입니다.

원문: 4 Steps to Boost Psychological Safety at Your Workplace




에이미 에드먼슨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노바티스 리더십 및 경영학 교수다. 대표 저서로 <<두려움 없는 조직>>이 있다.
페르 휴간더는 리더십, 전략, 혁신, 조직 문화를 전문으로 하는 전략 자문위원이다.

번역 임경은 에디팅 정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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