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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일단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라

매거진
2018. 5-6월(합본호)

Roundtable

니라즈 샤, 비잔 사벳, 제니퍼 럼과의 대담

“일단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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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고객피드백, 실험, 반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린 스타트업 방법론이 지난 10년 사이 가장 선호되는 방법으로 떠올랐다. 더 형식을 갖춘 전략개발 방법을 권하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기사, ‘스타트업을 위한 전략에서 소개한 프레임워크에 대해 실제 기업가와 벤처투자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 답을 알아보기 위해 HBR 선임편집자 대니얼 맥긴과 월터 프릭이 스타트업의 베테랑 셋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니라즈 샤Niraj Shah 2002년 문을 열어 2014년에 주식을 공개한 온라인 가구소매 업체 웨이페어Wayfair의 공동 창업자다. 비잔 사벳Bijan Sabet은 벤처투자사 스파크 캐피털Spark Capital의 공동 창업자이자 트위터, 텀블러, 포스퀘어, 트렐로의 초기 투자자다. 제니퍼 럼Jennifer Lum은 스타트업 네 곳을 창업해 모두 상장기업에 매각했고, 현재 다섯 번째 스타트업을 만들고 있다. 럼은 인공지능 기계를 위한 데이터구조화 서비스기업

 

포지에이아이Forge.AI의 최고운영책임자다. 다음은 이들의 대화 내용을 발췌·편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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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기업가가 사업을 충분히 진행시키기 전에 핵심 전략을 면밀히 검토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요?

 

:문제는 혁신을 시도하는 사람에게 시간은 결코 협조적이지 않다는 점이죠.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바로 시장에 내놓아야 합니다. 이때부터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느 정도 탄력이 붙고, 시장이 진짜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해당 분야나 더 많은 분야에서 매출을 늘리거나, 더 많은 기능이나 제품을 추가하기 위해 개발주기를 여러 번 반복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와 제 동업자는 TV 거실장과 오디오 랙만 판매하는 웹사이트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이 초기부터 가속이 붙은 뒤에 다른 가구품목을 추가해 사업을 확장해 갔죠. 처음부터 모든 가구품목을 취급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사업을 시작했더라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계획을 세우는 데 지나치게 신경쓰기보다는 하나의 성취를 바탕으로 탄력을 얻는 방법이 더 좋습니다.

 

사벳:저도 동의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스타트업을 위한 전략에서 소개한 네 가지 전략 프레임워크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요. 명확한 비전과 세상에 뭔가 선보이겠다는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을 가진 창업자가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고객을 기쁘게 할 수 있어야 성공에 이를 수 있죠. 전략에 몰두하다 보면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분석에만 매달릴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죠.

 

벤처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전략을 빨리 선택하라고 심하게 재촉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스타트업이 가진 자원은 한정적입니다. 벤처투자자의 지원이 있다 해도 마찬가지죠. 스타트업은 어느 한 시점을 출발점으로 정해서 공격적으로 성장을 추진해야 합니다.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을 찾는 데에만 몰두하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죠. 그러다가는 영영 전략을 못 찾을지도 모릅니다. 기업가와 투자자가 손을 잡으면 보통 분기 단위, 연 단위, 혹은 다음 번 자금 지원 전까지 같은 식으로 마일스톤(단계별 목표milestone)을 정합니다. 기업가와 투자자 모두 이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 달성하고 싶어하죠. 성장과 진척을 보여주려면 시간이 촉박해요.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스타트업이 전략을 세울 겨를이 전혀 없다고 보진 않습니다.

 

창업자들이 시장 내 기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자신의 지식재산을 무기로 삼는 방법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지는 않나요?

 

:많은 스타트업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기존 기업이 어떤 부분에서 더디기 때문입니다. 기존 기업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스타트업의 노하우를 카피하는 일은 다반사예요. 이 때문에 저는 기존 기업과 손잡아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스타트업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IT 업계에서는 그렇습니다.

 

사벳:제가 알기론 기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서 성공한 신생 스타트업은 정부 지향적 기술기업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로봇iRobot이 군 당국과 파트너십을 맺어 성공한 사례처럼요.

 

:또 다른 사례로 대형 제약회사와 생명공학 스타트업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제약업계 기업은 연구·개발 같은 기능조직 전체를 아웃소싱하고 있죠.

 

사벳:지식재산 전략도 신생 스타트업이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특허 소송 비용을 댈 여력이 없어요. 스타트업이 벤처투자를 받아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초기 18~24개월인데, 자본금 한푼 한푼이 아깝죠. 특허 한 건을 출원하는 데에만 1~2만 달러 정도가 듭니다. 운이 좋은 경우에 그렇다는 거죠. 이건 법무 비용만 따진 겁니다. 특허를 지키거나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려면 수백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창업자를 만날 때 그 창업자가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여주면서 지식재산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어필한다면 그건 나쁜 신호입니다.

 

기업가와 벤처투자자가 한창 유행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따르는 경우도 있습니까?

 

:어느 정도 유행을 타죠. 예컨대 수신자가 내용을 읽으면 사라지는 비밀 메시지서비스나 실시간 비디오 서비스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소비자 기술이 등장하면 벤처투자자와 기업가들도 열광합니다. 그리고 지금 핫한 분야에 아직 투자하지 않은 벤처투자사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겁니다. 그런데 더 넓게 보자면, 질문하신 내용이 본보기가 될 만한 기업들과 이들의 성과지표에 대한 관심과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소셜 네트워킹이나 공유경제 서비스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들은 이 스타트업이 페이스북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대기업처럼 믿을 수 있고 확장 가능한 길을 가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일단 규모를 키우고 난 뒤에는 사업을 방어하기 위해 해자를 팔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하고요.

 

스타트업들이 해자를 파는 일에서는 소홀한 면이 없지 않나요?

 

:먼저 이런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우리 회사가 규모를 확장할 때 가장 가치 있게 여겨야 할 독점 영역은 무엇인가? 기술의 참신함? 독특한 고객 유치 방식? 현금화할 수 있는 데이터 자산? 사실 대부분의 기업가와 벤처투자자가 최상의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과, 이 방법으로 앞으로 몇 년 동안 방어할 수 있을지 열심히 고민합니다.

 

린 스타트업 운동이 실험과 반복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비판이 타당한가요?창업자들이 계획을 세우는 데 더 신경 써야 할까요?

 

사벳:린 스타트업 운동의 배경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이 운동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웹 1.0 생태계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했죠. 당시 벤처투자자들은 고객피드백을 받아본 적 없는 스타트업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스타트업들은 첫 투자금을 인프라 구축과 웹 스택 개발에만 쓰고 있었고요.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고객 피드백부터 수집하라는 린 스타트업 운동의 메시지는 상당히 유용했습니다. 대다수 IT 스타트업에 적합한 방식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린 스타트업 전략을 적용할 수 없는 기업도 있습니다. 우리가 선도적인 자율주행차 기술을 보유한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이라는 회사를 지원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자율주행차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을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알고 있었죠. 우리는 이 팀과 비전을 믿었지만, 당시에는 자율주행기술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였고, 기술을 시험할 시장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 대해서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했죠.

 

럼씨, 당신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전략을 점진적으로 개발해 나갔는지 예를 하나 들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가장 최근에 세운 스타트업은 아델픽Adelphic이라는 회사입니다. 광고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고객을 유치하기 시작했을 때 수요자 측에서 훨씬 빠른 견인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가 가진 자원이 제한적이었고 하루라도 빨리 성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일단 수요자 쪽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는 공급자 쪽 서비스도 제공하고 싶다는 희망을 버린 건 아니었지만, 그때는 자원을 적절히 배분할 필요가 있었어요. 이제 아델픽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고, 여전히 수요자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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