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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 전략

이타적 유전자: 이기심의 신화를 깨자

매거진
2013. HBR in DB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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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 7-8월 호에 실린 요카이 벤클러의 글 ‘The Unselfish Gen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1976,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모든 인간이 기꺼이 협동하며 이기심을 버리고 공동의 선을 향해 나아가는 사회는 나를 비롯한 모두가 원하는 이상향이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만 기댄다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이기도 하다. 관용과 이타심은 가르쳐야 습득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이기적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하버드대 수학 생물학자 마틴 노왁(Martin Nowak)은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에 기고한협력의 진화론에서진화의 가장 놀라운 면모는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협동하도록 만드는 능력에 있다. 따라서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외에자연 협동(natural cooperation)’을 제3의 진화 원칙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적었다.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뿌리 깊은 믿음이 바뀌기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진화생물학 이론이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라는 관념에 도전하는 흐름은 심리학이나 사회학, 정치학, 실험 경제학 등의 다른 학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학문에서의 생각이 하나로 모여 인간 행동 및 동기 부여와 관련된 새로운 원리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인간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이기적 이성(self-interested rationality)이라는 믿음이 팽배했다. 정교하게 구축된 합리적 행위자 이론(the rational actor theory)이 인간 행동과 제도, 조직 이론의 근간을 차지했다. 합리적 존재인 인간이 자신의 물질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론은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 훌륭한 도구이기 때문에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상정하고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또한 협력하지 않으려는 이들은 결국 모두에게 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최악의 모습을 상정해서 사회 구조를 구축해야 다른 사람의 이타심을 악용하려는 이들로부터 사회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다.

 

2008년 미국의 금융 및 신용 시스템이 붕괴된 후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은 미 상원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효과적으로 활용됐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그는금융기관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주주의 자산 가치를 보호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특히 나는, 충격적인 불신에 빠졌다. 이기적 이성은 지난 40여 년간 비정상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폭넓은 확신은 협력에 대한 모순되고 잘못된 가정 때문에 생겼다. 이 중 하나는 철학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651년 저서 <리바이어던(Leviathan)> 때문이다. 이 책에서 홉스는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정부 통제가 없으면 근시안적인 이기심으로 서로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하나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대안적 해결책으로 제시한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이다. 그는 1776년 저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고 비용과 편익을 합리적으로 비교해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자유시장에서 이들의 행동은 결국 공공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홉스와 스미스의 처방전은 매우 다르지만리바이어던이나보이지 않는 손은 모두 동일한 가정을 하고 있다. 인간의 이기성에 대한 믿음이다.

 

‘이기적 이성모델은 보다 많은 학문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 타당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를 가장 먼저 표현한 학문이 경제학이다. 1968년 노벨상 수상자 게리 베커(Gary Becker)는 범죄의 이점과 처벌의 대가를 이성적으로 저울질해서 발각될 가능성을 고려해 실행에 옮기는 범죄자의 계산이야말로 가장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처벌을 더 가혹하게 하고 경찰 단속을 강화해야 범죄를 확실히 단속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같은 해 가렛 하딘(Garrett Hardin)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을 제시했다. 이는 누구든 그 숫자에 제한 없이 소를 방목할 수 있는 공유지를 둔 농부들의 이야기다. 놓아기를 수 있는 소 숫자에 제한이 없으면 농부들은 계속해서 가축 수를 늘려간다. 그러다 보면 공유지에 풀이 한 포기도 남지 않게 된다. 하딘은 다른 농부들에게 자리를 빼앗길 것을 염려한 농부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소 숫자를 늘리면서 공유지를 남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기적 주체인 인간이 공동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규제나 재산권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하딘의 결론이다.

 

그러나 생물학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 2009년 공유물이 어떻게 수백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지를 입증해서 노벨상을 받았다. 가장 놀라운 사례는 스페인이다. 이곳에서 수천 명의 농부들은 자율적인 관개를 통해 500년 이상 수자원을 관리해왔다. 또 다른 예로 인구가 5만 명 이상인 미국 도시의 75%는 가혹한 처벌이 아니라 경찰과 지역 주민 간 관계를 인간적으로 관리해 범죄를 줄이는 자율 방범 제도를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업체가 등장하면서 발생하는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이기심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야 한다.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보인 백과사전 엔카르타(Encarta)는 네트워크화된 정보 경제학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시장 선도업체 MS는 선점 우위와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해 강한 입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결합상품을 만들어 낮은 비용에 유통했다. 수천 달러에 달하는 육중한 브리태니카(Britannica) 백과사전 32권 세트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10년 뒤 브리태니카는 결국 다른 모델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브리태니카를 압박한 결정적 제품은 엔카르타가 아니었다. MS 2009년 엔카르타 판매를 중단했다. 이기적인 이성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업 모델로부터 강한 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로 위키피디아(Wikipedia).

 

매달 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며 전 세계에서 7∼8번째로 방문자 수가 많은 웹 사이트 위키피디아가 독특하다고 생각한다면 사용자 협력 기반의 옐프(Yelp)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갓(Zagat)에 물어보거나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포도르(Fodor)에 물어보라. 개방형 소프트웨어의 부상은 그와 유사한 역동성을 불러일으켰다. 15여 년 동안 전 세계 기업들은 웹 어플리케이션에 아파치(Apache)라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왔고 MS의 서버 소프트웨어가 상당한 격차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구글(Google)이나 페이스북(Facebook),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 등은 인터넷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수익을 내는 사업 방식을 찾아냈다. 인간의 이기심을 강조하는 과거 모델로는 예측하거나 실행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들 조직이 일하는 방식은 인간이 이기적 존재라는 가정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수십 년 동안 경제학자와 정치가, 입법가, 경영진, 엔지니어들은 사람들이 공공·기업·지역 사회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기 위해 인센티브와 보상, 처벌을 활용하는 시스템과 조직을 구축해 왔다. 직원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려면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업무 성과를 꼼꼼히 관찰한다. 경영진이 주주를 위해 일하게 하려면 스톡옵션을 지급한다. 의사가 환자를 더 잘 치료하도록 하려면 의료 과실 소송으로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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