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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 전략

커플의 삶에는 전략과 토론이 필요하다

매거진
2019. 9-10월호

Commentary on spotlight

커플의 삶에는 전략과 토론이 필요하다

강윤정_/플레이컴퍼니 대표

 

 

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 교수의 ‘‘듀얼 커리어커플이 성공하는 법이란 아티클을 읽고, 최근 몇 년 동안 풀리지 않던 여러 생각의 실타래와 궁금증들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개인적으로 매우 놀라운 통찰로 이어졌다.

 

오랜 동안의 체계적인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정리된 이 아티클은 단순한 맞벌이(dual-earner)를 넘어 듀얼 커리어(dual-career)로 방향타를 설정한 수많은 커플들에게 보다 성숙한 관점을 제시해 주리라고 믿는다. 이 아티클에서 페트리글리에리는 직업적 삶과 개인적 삶이 서로 깊게 얽혀 있는 듀얼 커리어 커플들이 거치게 될 세 번의 대표적 전환기를 제시한다. 또한 각 전환기를 대면했을 때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언급하며, 우리가 어떤 태도와 의사결정으로 그 전환기를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지도 조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아티클에 공감하며 인사이트가 있다고 생각한 까닭은, 커플 113쌍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했다는 점이다. 저성장, 고령화, 양극화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의 패턴 속에서 지금 우리에겐 듀얼 커리어 커플의 적확한 롤모델이 부족하다. 이에 페트리글리에리가 제시하는 솔루션과 제언은 ‘50 50 가사·육아분담 트레이드오프’ ‘무조건적으로 주고받는 균형같은 비현실적인 일차원적 충고가 아닌, 113쌍의 응집된 경험의 산물이다. 또 어쩌면 우리 커플의 상황에 투영해서, ‘따로 또 같이진화하고 성장하는팀 플레이를 생각해 보게 하는 근원적인 물음들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금의 남편과 5년간 연애를 하고, 결혼한 지 14년이 됐으며, 열세 살 난 아이가 하나 있다. 대기업 마케팅 팀과 대학원을 거쳐 13년 전 창업했다. 기존 경력과는 무관한 기업교육(HRD) 업무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활용한 교육경험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기업교육 콘텐츠를 기획·제작·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편 남편은 대기업을 거쳐 MBA 학위를 따고 외국계 브랜드컨설팅 펌에서 일하다, 글로벌 브랜드의 마케팅책임자(CMO)로 근무했다. 이후 스타트업의 브랜딩책임자(CBO)로 이직했으며, 1년 전 브랜드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렇게 개인적인 사항들을 풀어내는 것은 우리 역시 듀얼 커리어 커플로, 그간 거쳤던 다양한 삶의 궤적을 반추하며 페트리글리에리가 이야기한 이슈들과 연결해 보고자 함이다. 그의 이야기 중에서 공감하는 점과 함께, 한국의 상황적 맥락상 조금 다를 수 있는 지점도 살펴볼까 한다.

 

우리도 평탄했던 연애시절과 신혼생활을 지나 폭풍 같았던 첫 번째 전환기(커플로 일하기)를 맞이했다. 필자가 먼저 안정적 수입과 커리어가 보장되는 대기업을 퇴사하고 창업을 하겠다고 남편에게 제안했고, 그 시기에 아이가 태어났다. 우리는 이 시기부터 듀얼 커리어 커플로의 상호의존적 삶의 방식이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매일 저녁마다 남편과 함께, 방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큰 화이트보드에 각자의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왜 창업을 하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구체적인 창업 아이템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 커플 중 한 사람이 창업을 함으로써 생기게 될 득과 실, 예상되는 문제들, 이에 대한 대응책 등을 마치 회사 TFT 프로젝트처럼 치열하게 논의하며 전략적으로 정리했다. 이때 우리 둘 사이에 암묵적으로 지켰던 기제가 있다. 서로의 커리어 욕구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며 응원한다는 것, 그리고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타협이 아닌 정반합의 대안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남편이 MBA 공부를 위해 1년간 미국에 가고 싶다고 제안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아이는 세 살이었고, 필자는 이제 창업한 지 막 3년이 된 회사를 힘겹지만 열심히 경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커리어를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육아를 홀로 책임져야 했기에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서로 높은 부담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두 개의 프라이머리 커리어를 유지하려면 현실과 부딪치고 씨름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는 앞서 언급했던 논의와 정리의 과정을 거쳐 남편 혼자 유학을 가는 것으로 결정했고, 필자는 1년간 홀로 아이를 키우며 회사 커리어를 유지했다. 물론 아빠를 찾는 아이를 앞에 두고 엄마 홀로 육아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무조건 다방면의 도움을 받겠다고 주변에 선언하고, 가능한 현실적인 솔루션을 찾고자 노력했다. 남편과는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자주 연락하면서 서로의 정서적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하려 했다.

 

뒤돌아보면 1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고, 그때 그 결정이 정말 다행스럽다. 아티클에서 페트리글리에리가 언급하듯, 50 50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이 항상 최선의 옵션은 아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또한 한쪽이 상대방의 커리어에 항상 우선순위를 둔다는 결정을 내릴 필요도 없다. 이는 결코 최선의 대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필자 커플의 두 번째 전환기는 아마도 최근이 아닌가 싶다. 안정적인 커리어(대기업, 외국계 컨설팅 펌 등)를 유지하던 남편이 40대에 들어서면서 경제적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스타트업 업계로 커리어 경로를 바꿔 도전하며 자신의 역량을 시험하고자 했다. 이는 최근 5년간의 가장 극적인 변화였다. 안정성을 중시하고 항상 철저한 대안을 갖추려는 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이런 변화들이 필자에겐 매우 놀라웠다. 인생에서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며, 진정 하고 싶은 업()은 무엇인지, 조직에 기대지 않고 독립해 생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그의 고민과 탐색에 필자는 많이 놀랐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매우 일찍 창업한 필자는 그 불안정했던 시기를 남편의 한결같은 지지와 경제적 지원 덕에 무탈하게 보낼 수 있었기에, 필자 역시 지지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렇게 그는 좋은 동료를 만나 공동 창업도 하고, 든든한 커뮤니티도 운영하면서, 두 권의 멋진 책까지 출간했다. 이렇게 브랜딩 업계에서 조금 색다른 커리어로 나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물론 우리 부부가 작은 규모의 회사를 각자 운영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썩 안정적인 구도는 아닐지 모른다. 둘 다 언제나 경영이슈들에 촉각이 곤두서 있고, 업무에 대한 몰입과 시간 투자가 절대적인데다, 경제적 불안정성은 항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니 말이다. 심지어 부모로서 처음 접하는,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도 색다른 도전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결국 하나의 팀으로 연결돼 있는 우리는 이 압박감을 이기고 이런 상황들에 하나씩 적응해 가며 불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는 매주 일요일 가족 주간회의를 열어, 한 주를 회고하고 다음주 중요 일정들을 공유하며, 여러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모두 작은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있다.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고, 부모는 아이의 생활과 성장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서로가 최근 좋아하게 된 것들, ‘꽂힌(?)’ 아이템들에 대해 자주 공유한다. 이런 작은 루틴들은 각자의 취향과 문제해결 방식을 존중하고 소통을 많이 하려는 노력이다. 듀얼 커리어 커플이 지속할 수 있으려면 부부간 상호관계를 넘어 자녀까지 포함한 가족의 영역 속에서 단단한 구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티클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듀얼 커리어 커플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선행조건은 어쩌면 파트너 선정일 것이다. 마치 조직의 채용이슈와 마찬가지처럼 말이다. 사실 인생의 파트너를 만난다는 것은 인연의 범주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결론적으로 삶의 목표와 가치관, 취향이 매우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면 큰 어려움이나 갈등 없이, 듀얼 커리어 커플로서 삶의 초기 기반구조를 빠르고 단단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커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긴 연애기간, 신혼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상호 탐색과 공유가 이루어져 상대와의 원활한 소통방식을 터득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의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아티클 속커플 계약 가이드라인에 언급된, 가치, 경계, 공포에 대한 질문들은 빠르게 상대를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인 팁이라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이 필자의 역량 안에서 시도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면, 아직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사회적, 문화적 이슈들이다. 사실 듀얼 커리어 커플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누가 필자에게 묻는다면, 여자에게 온전히 부여되는 육아 책임이라고 답할 것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성들의 커리어 역량과 욕구는 고려하지 않는 편협한 사회적 다수의 시선은 아직도 유효하다.

 

누가 아이를 픽업하러 달려나가야 하는지, 아이가 아프다면 누가 휴가를 내는 것이 당연한지, 자녀가 학교에 진학하는 시기에 커리어 단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부부 중 과연 누구인지 말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간신히 버텼던 여성들도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할 때 회사를 관두는 일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녀들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박사학위까지 받고 성공적인 커리어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그 시점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모습들은 정말 안타깝다. 자녀의 성적과 진로는 어머니의 온전한 몫이라는 시각은 아직도 공고하다. 이는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필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필자의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약사로, 나름 전문직의 최전방 커리어로 사회생활을 했다. 하지만 필자를 비롯해 세 명의 아이가 태어나자 어머니는 바로 전업주부로 포지션을 전환해 육아와 가정생활에 전념했고, 이를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이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에 필자가 아이를 낳고 창업전선에 곧바로 뛰어들어 커리어에 몰입하겠다는 결정은 매번 갈등을 일으켰다. 남편은 이를 허용하는 물렁물렁한 사위가 됐고, 필자의 어머니는 당신이 딸을 잘못 키워 손녀가 고생한다는 말을 오랫동안 필자에게 하셨다. 아마도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 이슈는 계속 진행될 것 같다.

 

듀얼 커리어 커플이 지속가능하려면 이 구조가 가족의 구조와 맥락으로 확대돼야 하고, 많은 롤모델들이 나와 또 다른 성공의 방정식을 구축해 놔야 한다. 또한 정부와 기업들의 다양한 육아(양육), 교육지원도 철저히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인식들이 조금씩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다른 문화권 나라들과는 달리, 당장의 듀얼 커리어 커플 상담이나 지원보다는 양육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가 한국에서는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필자 커플이 성공한 커플이라 말할 수도 없기에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을 아티클의 내용에 치환해 풀어내는 것이 일반화의 오류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티클 속 내용들에 공감한 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삶은 결국 따로 또 같이 사는 것이기에, 이 세상 모든 듀얼 커리어 커플들이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사랑과 일에서 두 사람 모두 성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앞으로 나가기를 응원해 본다.

 

 

 

 

강윤정 대표는 LG생활건강에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다 창업, 현재 더/플레이컴퍼니를 총괄·운영하고 있다. ‘전혀 새로운 교육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Learning experience designer)’이라는 기치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기반의 기업교육 온-오프 콘텐츠를 기획·개발하고 조직문화 및 마케팅 영역의 게이미피케이션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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