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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 혁신

개방과 폐쇄의 조화를 찾아가는 스타트업의 여정

매거진
2019. 11-12월호

Commentary on ‘개방형 사무실의 진실

개방과 폐쇄의 조화를 찾아가는 스타트업의 여정

한국 금융스타트업 렌딧의 사무공간 이야기

김성준 렌딧 대표

 

 

 

 

페이스북이 세계 최대 개방형 오피스를 디자인한 이유

 

2015 3월 페이스북이 새 사무공간인 MPK20을 공개했다. 캘리포니아 먼로 파크에 세워진 이 건축물은 공개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마치 전 세계 네티즌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자 하는 페이스북의 비전을 공간디자인으로 형상화한 것 같은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디자인한 독일의 저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마크 저커버그는 처음부터 현실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사무공간을 원했다. 과도한 디자인 대신,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즈니스의 성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했다. 협업을 촉진하는 동시에, 개방적이고 투명한 페이스북의 기업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디자인이 그가 원한 사무공간의 요건이었다라고 밝혔다.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애플, 구글, 디즈니 등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기업들은 모두 공간의 특성을 잘 활용하는 기업들이다. 공간디자인에 있어 이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문화, 그들이 각자 또는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려다.

 

 

첫 이사-렌딧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고려한 공간디자인

 

2015년 렌딧을 창업하고 열 명 정도의 직원이 약 7개월간 머물렀던 첫 사무실을 떠나, 2016년 초 번듯한 빌딩에 자리한 두 번째 사무실로 옮길 때의 이야기다. 미래를 생각해 70~80명까지 수용 가능한 사무실로 이전하면서, 평소 공간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만큼 우리가 일할 공간의 디자인을 직접 총괄했다.

 

렌딧은 기술과 금융이 융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다. IT전문가와 금융전문가, 그리고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함께 일한다. 혁신적인 IT스타트업 출신과 전통적인 금융회사 출신 등 서로 다른 기업문화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밀접하게 협업해야 하는 조직이다. 이렇게 다양한 직군과 문화를 체험한 렌딧맨들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어 보고자 마음먹었다.

 

당시 공간을 구성하며 평소 좋아하는 재즈밴드의 즉흥적인 잼Jam공연을 떠올렸다. 무대 위에서 연주자 한 명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연주자들이 합류하며 라이브 연주가 이뤄진다. 사전에 별다른 약속도 없이 만난 연주자들이 마치 오랜 시간 함께 연습한 듯 하나의 팀을 이룬다. 때로는 솔로로 현란한 기교를 뽐내다가도, 어느 순간 놀라운 호흡으로 환상적인 협연을 펼친다. 이러한 재즈밴드의 즉흥연주는 하나일 때보다 여럿이 모여 창의성이 극대화되는 좋은 사례다.

 

이렇게 솔로로도 완벽한 연주를 하고, 밴드가 모였을 때 더욱 완벽한 팀워크를 만들 수 있는 사무공간은 어떤 환경을 가져야 할까?

 

첫째, 직원들의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운 만남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

 

둘째, 개인의 일하는 방식과 팀이 협업하는 방식을 모두 배려할 수 있을 것

 

 

▲ 개방성:렌딧 크리에이티브 홀.넉넉하지 않은 사무공간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오디토리움 형태로 제작했다.

 

▲ 폐쇄성: 개인의 창의성 발현을 위해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인 버닝맨(Burning Man).

 

 

 

이와 같은 환경을 고려하며 생각한 렌딧 사무실 디자인의 포인트는 개방성과 폐쇄성의 조합이었다. 개방은 팀을 위한 공간이며, 폐쇄는 개인을 위한 공간이다. 또한 개방은 협업을 위한 공간이며, 폐쇄는 개인이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공간이다.

 

사무실은 전체적으로 칸막이나 분리된 공간을 두지 않고 오픈스페이스로 만들되,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곳곳에 개인을 위한 공간과 소규모 또는 조금 더 큰 규모의 미팅이 가능한 공간들을 마련했다. 창가에 바Bar 형태의 테이블을 설치하고 밖을 내다보며 일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은 마치 카페 같은 느낌으로 많은 직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공간은 개방돼 있지만 때로는 개인의 사무공간으로, 때로는 함께 어울려 대화하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조화롭게 활용됐다.

 

2019 1, 렌딧은 종로에 있는 위워크 공유 오피스로 이전했다. 이전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사항은개방성과 폐쇄성이 잘 조화된 공간인가라는 점이었다. 현재 일하고 있는 공유 오피스에는 하나로 개방된 한 개층 규모의 사무공간에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미팅룸과 오픈돼 있는 협업공간들이 있다. 건물의 각 층에 카페형의 라운지가 있어, 이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커뮤니티 안에 속하는 경험을 한다. 우리 회사의 사무공간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편안한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공유 오피스의 특징이다.

 

렌딧이 있는 위워크 21층에는 다른 층과 동일하게 라운지가 있다. 다른 층의 경우 사무공간의 동쪽 입구에 라운지가 설치돼 있는 반면, 렌딧은 사무실 정중앙으로 라운지 공간을 옮겼다. 사무실 전체의 공간효율성을 다소 포기하면서 이런 결정을 내렸던 이유는, 직원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자주 협업하지 않는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많은 렌딧맨들이 커피를 마시며, 간식을 즐기며, 또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이 공간을 오가게 돼, 의도하지 않았지만 빈번하고 자연스럽게 접촉하며 관계를 쌓고 대화를 늘려 가고 있다. 또한 격주마다 진행하는 전체 회의인올핸즈 미팅때마다 80여 명의 직원이 이 공간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눈다.

 

렌딧 사무실 정중앙에 위치한 모두의 공간 '라운지'

 

창의적인 조직의 공간은 개방과 폐쇄가 조화를 이룬다

 

이선 번스타인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와 벤 웨이버 휴머나이즈 대표는 이번 HBR에 기고한개방형 사무실의 진실이라는 아티클에서, 개방형 사무실이 반드시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는 정답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관찰했던 여러 사무실에서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디자인된 사무실 구조가 오히려 상호작용을 감소시키거나, 적어도 의미있는 상호작용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했다.

 

이들이 진단한 근본적인 이유는 직원 개개인이 언제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개방된 공간 속에서도 타인의 접근을 막아내거나 피하는 법을 배우고, 타인이 혼자 있고 싶어한다는 신호를 읽게 된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회사가 기대하는 종류의 협업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디즈니 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공간 연구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 홀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 협업을 유도할 수 있는 공간 등 다양하게 조화를 이루는 사무공간을 만들어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렌딧 역시 이제까지와 같이 개방성과 폐쇄성, 개인 공간과 협업의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그리고 직원 간에 활발한 대화가 이뤄지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실험들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김성준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제품디자인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창업했던 회사를 위해 한국에 대출을 받으러 왔을 때중금리대출 부재라는 사회적 문제에 직면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다시 한국에 와 P2P금융 플랫폼 렌딧을 창업했다. 렌딧 이전에는 기부를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한 사회적기업인 1/2프로젝트, 실리콘밸리에서 커머스 스타일세즈(StyleSays)를 창업했던 연쇄창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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