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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 자기계발

뇌과학을 알면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매거진
2019. 11-12월호

인간의 두뇌는 언제 신뢰할지를 어떻게 결정할까?

신경과학적 통찰

J.

 

 

뢰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한다. 신뢰가 없으면 대부분의 시장 거래가 불가능할 것이다. 신뢰는 고성과조직이 갖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고신뢰 기업의 직원들은 생산성과 업무만족도, 업무자발성이 높고, 이직희망률이 낮으며, 저신뢰 조직의 직원들보다 건강하다. 고객의 신뢰를 얻은 기업은 고객충성도와 매출을 높일 수 있다. 협상당사자 간에 신뢰가 있으면 가치를 창출하는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상거래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도 신뢰의 신경생물학적 토대는 최근까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0년 동안의 연구 결과 인간이 왜 낯선 사람을 믿는지, 리더의 어떤 행동이 신뢰를 무너뜨리는지, 신경과학적 통찰이 동료들 간의 신뢰를 형성하고 기업의 순익을 높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신뢰

 

인간의 뇌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회집단 바깥의 타인을 믿고 그들과 협력하게 만드는 두 가지 독특한 신경학적 특징이 있다.(다른 동물에게는 이런 특징이 없다.) 첫 번째 특징은 뇌의 외피질에 해당하는 비대한 피질과 관련돼 있다. 이 부위는 통찰, 계획 수립, 추상적 사고를 담당하며,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놀라운 재주를 갖고 있다. 심리학에서마음이론이라고 부르는 이 능력은, 기본적으로내가 저 사람이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이 능력을 통해 타인의 행동을 예측해서 우리의 행동을 그들의 행동에 맞춰 조정한다.

 

두 번째 특징은 공감, 즉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이다. 우리 연구소에서 처음 시작했고 다른 연구자들이 합류하면서 축적된 방대한 연구에 따르면, 뇌에서 신경화학물질인 옥시토신이 분비될 때 공감능력이 강화된다. 인간의 전두피질에는 그 어떤 동물의 전두피질보다 많은 옥시토신 수용체가 밀집돼 있다. 우리의 사회적 본성은 해부학적으로 우리 뇌에 새겨져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사회적 정보를 흡수하고 타인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

 

옥시토신이 인간에게 미치는 중요한 영향은 두 가지가 더 있다. 첫째,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자연스럽게 느끼는 불안을 감소시킨다. 둘째, 타인과 협력하고 서로 돕게 만든다. 옥시토신이 특정 행동을 강화하는 뇌 속 화학물질인 도파민을 조절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타인과 협업하고 유대관계를 맺을 때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 우리는 남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도록 진화했다.

 

타인을 신뢰하기 위해, 특히 전혀 모르는 사람을 신뢰하기 위해 우리 뇌는 그 사람이 할 것 같은 행동과 그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다시 말해, 우리는 타인과 협력을 할 때마다 마음이론과 공감능력을 모두 동원한다. 협력하는 상대 역시 직관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 인간은내가 당신을 믿어도 될까?’ ‘당신은 나를 얼마나 믿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양방향 신뢰게임trust game을 한다.

 

일터에서 벌어지는 신뢰게임에는 한 가지 요인이 더 추가된다. 바로 리더가 보이는 모범이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답게 리더를 따르고, 우리의 행동을 리더의 행동에 맞춘다.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치는 리더가 두려움을 조장하거나 지배적으로 행동하면 신뢰는 쉽게 무너진다.

 

 

두려움과 지배

 

두려움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동기부여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기한을 맞추라고 이따금씩 압박하는 직장상사는 직원이 제시간에 업무를 끝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부하직원을 무조건 질책하거나 협박하거나 혼내는 상사는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무력감을 학습하게 된다. , 직원들은 상사의 비난을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무서운 상사를 가능하면 피하고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행동을 최소화한다.

 

한편, 지배적 행동은 그 행동의 표적이 되는 이들을 말 그대로 아프게 한다. 상사가 거들먹거리며 부하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면 직원들은 당장 업무의욕을 잃을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그 영향을 받는다. 신경과학 연구를 보면 사람이 사회적 거절을 당하게 되면 뇌의 통증기질pain matrix에서 이를 처리하는데, 사회적 고통의 흔적이 복부를 맞았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신체적 고통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 지배적 행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는 곧 뇌의 옥시토신 분비를 저해해서 타인과 함께 일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자 하는 욕구를 감소시킨다.

 

공격적인 행동을 상사 개인의 성격 탓으로 돌리기 쉽지만,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관심의 대상이 될 때 성별에 관계없이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한다. 체스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처럼 비교적 차분하고 지적인 상황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은 증가한다. 그러니 수백만 달러짜리 거래를 성사시킨 상사라면 호르몬이 얼마나 치솟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호르몬의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우리 연구소는 사람들에게 합성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해 알파메일alpha male처럼 만드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플라시보(僞藥)를 투여했을 때보다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했을 때 타인에게 더 많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주는 것에는 인색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자기 능력을 과장하고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에게 쉽게 성을 내기도 했다.

 

왜 이런 행동이 나타날까?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매력 넘치고 사회적으로 힘이 있다고 믿게 된다. 뇌의 옥시토신 분비가 저하되면서 공감능력과 협력하려는 욕구도 떨어진다. 더욱이 테스토스테론의 공격성은 전염성도 있어서, 옥시토신 분비를 방해하고 동료 팀원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지배적 행동은 여성보다 테스토스테론이 5~10배 더 많은 남성에게서 훨씬 심하게 나타나지만, 여성 리더도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할 수 있다. 리더의 자연스러운 테스토스테론 증가가 반드시 나쁘다거나, 리더가 리더십 개발의 일환으로 자신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부적절한 업무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그 언행이 끼칠 영향을 잠시 생각해 봄으로써 충동적 행동을 억제해야 한다.

 

 

습관의 힘

 

신뢰가 무너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 신뢰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현재 신뢰도를 측정해야 한다.

 

팀원들에게 “7점 척도를 이용해 당신이 일상업무를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를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서 설문조사를 해보자. 신뢰가 두터운 팀에서는 업무만족도가 높은데, 이와 관련된 옥시토신과 도파민의 상호작용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조사결과 점수가 5~6점이라면 효과적인 조직문화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2~3점이 나왔다면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조직 내 신뢰도를 더 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무료 설문평가를 이용하면 된다. 이 설문은 조직신뢰도의 토대가 되는 여덟 가지 행동을 정량적으로 평가해준다.(ofcator.com에서 해볼 수 있다. 밝혀 두자면, 나는 인사컨설팅 기업 엔비시아 러닝Envisia Learning에 이 설문의 유료 버전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이익배분 계약을 맺었다.)

 

일단 조직 내 신뢰도의 현황과 수준을 명확히 알게 되면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우리 뇌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인 습관을 이용하면 된다. 뇌의 디폴트 경로 활성화와 관련된 행동을 일컫는 습관은 뇌의 에너지를 아껴준다. 나는 습관을 이용해 원하는 뇌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서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습관 하나를 바꾸는 데는 적어도 90일이 걸린다. 동료들끼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면 클라이언트와의 신뢰를 신속하게 구축하는 습관도 형성할 수 있다. 이런 습관은 팀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얻게 해준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셈이다.

 

얼마 전 나는 한 소매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기업에는 성과가 낮은 부서가 하나 있었다.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은 낮고 이직률은 높았다. 관리자들은 이 부서의 조직문화가 개선을 가로막는 갈등을 내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부서의 성과 문제가 낮은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추정했다. 회사의 경영진은 내가 개발한 설문조사지를 이용해 조직신뢰도의 기반이 되는 여덟 가지 행동을 측정했다. 65명의 직원이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실제로 신뢰도가 낮게 나타났다. 특히자연스러움natural이라는 행동항목이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 행동은 일터에서 동료직원들에게 자신의 솔직하고 취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부서 직원들의 점수는 62번째 백분위수에 해당했다. 참고로 미국 기준 점수는 70번째 백분위수다.

 

나는 한 사내교육업체와 함께 90일에 걸쳐 자연스러움을 높이는 개입을 실시하기로 했다. 처음 열흘 동안은 직원들에게 자연스러움의 과학적 측면을 설명하는 짤막한 동영상을 전송하고, 자연스러움을 강화하는 방법들을 따라해 보라고 했다. 이를테면 최근 한 달 동안 저지른 실수를 함께 이야기하는 회의 자리를 마련하거나, 한 달에 하루 고객대면업무를 해보는 것이다. 열 개의 동영상을 보낸 뒤 직장동료들이 자연스러움과 관련된 행동을 얼마나 많이 실천했는지 평가하는 질문을 직원들에게 매주 한 번 이메일로 보냈다. 두 달 반 동안 월요일마다 발송된 이 질문들은, 이 부서가 자연스러움을 강화하는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개입이 종료된 후 우리가 실시한 변화가 정착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달을 더 기다렸다. 변화는 확실히 자리잡았다. 자연스러움을 긍정적으로 보는 직원의 비율이 62번째 백분위수에서 81번째 백분위수로 증가했다. 게다가 조직신뢰도와 직원유지율 간에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형성됐다. 개입이 있기 전에는 이 두 요인 간에 어떠한 관련성도 없었다.

 

 

결론

 

신뢰는 효과적인 리더십과 팀워크, 양질의 고객서비스, 직무만족도의 핵심 요소다. 신뢰는 기업의 매출뿐 아니라 순익에도 영향을 준다.

 

얼마 전 우리 연구소는 연구를 통해 신뢰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는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고급의류매장 두 곳의 허락을 얻어, 매장직원들에게 뇌 내 옥시토신 분비가 미치는 생리적 영향을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했다.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 분비는 상호적이다. , 상호작용하는 두 사람 중 한 명의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보통 다른 사람의 뇌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매장직원들의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고객의 직원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가설을 세웠다.(고객의 쇼핑경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고객에게는 센서를 부착하지 않았다.) 우리는 신뢰도가 증가하면 고객이 어떤 제품을 얼마나 많이 구매하는지 예측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주의력과 옥시토신 분비를 측정하는 여러 신경계 기준을 결합해몰입immersion이라는 지표를 만들었다. 몰입 지표를 이용해 어떤 방문자가 실제로 구매할지, 아니면 구경만 하고 나갈지를 예측했더니 정확도는 69%였다. 고객이 매장에 머무른 시간까지 고려하자 예측정확도가 84%로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고객의 구매액은 몰입에 비례해 선형적으로 증가했다. 신뢰는 전염성이 있고, 신뢰가 높을수록 쇼핑객의 구매액이 증가한다는 우리의 가설이 옳았다.

 

지난 20년 간의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직장동료를 신뢰하거나 불신하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는 리더가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상호 신뢰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신뢰는 팀워크를 촉진하는 두뇌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며, 더 나아가서는 일이 놀이처럼 즐겁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J. (Paul J. Zak)은 신경경제학연구센터 창립 이사이자 클레어몬트대학원 교수로 경제학, 심리학, 경영학을 가르친다. 이머전 뉴로사이언스(Immersion Neuroscience) CEO이기도 하다. 저서로트러스트 팩터-신경경제학자가 알려주는 신뢰 경영의 비밀 >(매일경제신문사, 201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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