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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관리 & 리더십

슬랙 CEO는 코로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했을까

매거진
2020. 7-8월호
028
회사의 대표로서, 나는 2014년 제품 출시에서 2019년 주식 상장에 이르기까지 빠른 성장의 시기를 수없이 경험했다. 우리 슬랙의 모든 팀이 마찬가지다. 우리는 현재 2000명이 넘는 직원과 10만 명이 넘는 유료고객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지만,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았다. 우리의 비전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조직 차원의 민첩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며, 우리 스스로의 목표 역시 민첩성이다. 그런데 이번 3월보다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빠르게 움직였던 적은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가 명확해짐에 따라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급증하는 고객의 요구와 극도로 갑작스러운 원격근무로의 전환이다.

3월 첫째 주는 이전 몇 주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우리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아시아로 확산되는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에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사무실을 닫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또한, 3월 9일부터 13일까지 800명이 참석할 예정이던 연례행사 ‘글로벌 세일즈 오프사이트Global Sales Offsite’도 온라인 행사로 모두 전환하기로 했으며, 전 직원에게 선택적 재택근무 정책을 발표하고 출장 제한을 권고했다. 일본, 한국, 이탈리아에서 슬랙을 사용하는 새로운 팀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이 세 나라와 다른 코로나 발생 지역에서 원격근무로 전환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웨비나(웹 세미나)와 1대1 실시간 상담을 포함한 여러 방책을 마련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고객과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새로운 기능들을 내놓거나 인력을 채용하는 등 정상 운영을 계속하고 있었다. 3월 5일 목요일, 우리는 새 회계연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었다. 사업 부문별 예산안과 계획들, 고용, 새 사무실 대여, 곧 발표할 분기 보고서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상장기업이 되고 겨우 세 번째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회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랐다. 아시아에서 방금 막 귀국한 슬랙의 공동창립자이자 CTO인 칼 헨더슨Cal Henderson이 이사회에 참석해 코를 훌쩍이며 재채기를 했다. 그러자, 이사 한 명이 칼이 여기에 있어도 되는 것인지 우려를 제기하면서 우리가 코로나 위기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때 주의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다행히도 칼은 그냥 감기였다.)

몇 시간 만에 그 이사의 생각이 옳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한 명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즉시 해당 직원이 근무했던 사무실들을 일시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그 다음날 방역을 실시했다.

그 사이에 유럽과 미국 서부와 동부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점점 악화됐고, 전반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4시간이 지난 금요일, 우리는 일본에 있는 슬랙 사무실들을 시작으로 9개국에 분포한 사무실 16개를 모두 닫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걱정만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사실 우리 회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슬랙 서비스를 하루 종일 사용했고, 이 프로그램 덕분에 사무실, 도로, 집을 포함해 어느 곳에 있든지 항상 실시간으로 연락할 수 있다. 하지만, 수천 개의 다른 회사들은 갑자기 원격근무로 전환해야 하는 어려움에 닥친 상황이었다. 기존 고객들은 슬랙 사용을 급속히 확장하고 싶어했고, 잠재고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이들을 도와야만 했다.

나는 직원들이 지난 몇 주 동안 보여줬던 에너지, 집중력, 결단력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마치 내가 우리 팀을 위해 성취하고자 애썼던 모든 일들이 마법처럼 저절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정확한 목적의식, 전사적으로 공유되는 목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 등이 어우러지며, 진정한 협업이 이뤄진 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 이 팬데믹 기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모두와 마찬가지로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걱정되고, 자가격리로 압박감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크게 염려된다. 그리고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한 치 앞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기가 슬랙에서 근무하는 우리에겐 잊지 못할 경험으로 각인됐다. 합심해서 우리 서로를 돕고, 슬랙의 (기존 및 신규) 고객들을 돕고, 그리고 이 위기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많은 단체들을 돕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3월은 우리 회사가 고객들에게 그토록 제공하려 했던 민첩성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달이다. 나는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기업이나 기관들에게 본보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꼭 위기상황에서만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변화에 적응하거나, 발 빠르게 움직이거나, 전략적으로 규모를 확장해야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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