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혁신

위험을 수용하라, 비싼땅에 입주한 ZARA처럼

매거진
2013. HBR in DBR (~2013)


1
2

편집자주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 5월 호에 실린 카란 지로트라와 세르게이 네테신의 글 ‘How to Build Risk into Your Business Model’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08년 초, 파리의 개인사업자 4명이 온라인 가구 판매업체 마이팹(MyFab)을 설립했다. 마이팹이 가구 산업에 가져온 변화는 엄청나다. 이케아(IKEA) 이후 최고의 혁신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다른 가구업체처럼 제품을 대량 생산해서 판매하는 대신 마이팹은 다양한 가구 디자인을 카탈로그로 만들어 고객에게 보여주고 고객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하도록 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인기 품목은 공장에서 생산해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고객에게 전달된다. 판매점도 없고 재고나 복잡한 유통 구조, 물류 네트워크도 없다.

투표로 가구 생산 여부를 직접 선택한다는 차별화는 수많은 고객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고객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어 한 건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공급 구조를 단순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만 생산한 덕에 마이팹은 다른 업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공급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마이팹은 2년 만에 1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현재 마이팹은 미국을 포함한 4개 시장에서 가구 및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이팹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도 않았고 신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도 않았다. 마이팹이 판매한 제품은 경쟁업체의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거의 동일했다. (Dell)이나 자라(Zara), 집카(Zipcar) 등의 기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이팹은 사업 모델 혁신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 다시 말해 기존 기술을 이용한 기존 제품 및 서비스를 기존 고객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공한 것이다. 이런 혁신은 새로운 제품이나 신기술을 이용한 혁신보다 창출 가치도 높고 파급 효과도 클 수 있다. 클레이 크리스텐슨(Clay Christensen)이나 김위찬, 르네 마보아(Renée Mauborgne)의 저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혁신이다.

그러나 사업 모델 혁신에는 늘 따라붙는 어려움이 있다. 사업 모델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신제품 및 신기술 도입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도대체 비결이 무엇일까? 기업이 사업 모델을 체계적으로 혁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변화가 가져올 가치를 수량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업 모델 혁신에 관한 각종 문헌은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공급·소비와 관련된 가치사슬상의 위험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가치는 이렇게 위험이 도사린 곳에서 창출된다. 가치사슬을 구축하면서 기업은 보통 수입(가격, 시장 규모, 부수입), 비용 구조(직간접 비용, 규모 및 범위의 경제)와 자원 속도(자원 투입, 특히 생산 시작부터 완성까지 소요 시간, 단위 시간당 처리량, 재고 회전, 자원 활용 등의 비율) 3가지 요소에 집중한다. 이런 요소들을 개선하는 일이 바로 기업 경영의 핵심 관심사항이다. 그러나 이들 3가지 요소가 수요와 공급 등의 갑작스런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사업 모델의 변화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는 위험의 주요 원인을 점검하고 이를 어떻게 통제할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기업은 사업 모델을 재편성해 위험을 낮추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위험을 추가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수십 개 기업을 연구하고 컨설팅했던 경험을 활용해 위험에 기반한 사업 모델 혁신 유형을 설명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논해보겠다.

위험 완화

기업이 사업 모델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제품 개발 시한 단축이나 위험 이전, 정보의 질 개선 등이 있다.

제품 개발 시한 단축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속한 생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높은 곳으로 생산 단지를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전통적 공급망 관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수요의 불확실성을 줄여서 얻는 이익은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높다. 이는 아주 놀라운 혁신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의류업체 자라가 대표적인 예다. 전통적인 의류업체들은 비용 관리를 위해 원단을 구입하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을 가능한 효율적으로 구성했다. 그래서 새로운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생산해서 유통하기까지 1218개월은 걸렸다. 이 때문에 이들은 소비자 취향이나 수요를 미리 짐작하고 엄청난 투자를 해야 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다 보니 예측을 잘못해 제품이 잘 판매되지 않아 재고품 감가상각으로 수익이 줄거나 제품의 인기가 높아서 수요가 아무리 증가한다 해도 매상은 한계점에 도달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자라는 아주 빠른 공급망을 설계해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이를 통해 24주 만에 새로운 의상 라인을 선보여 시장의 최신 흐름을 발 빠르게 쫓아갈 수 있었다. 물론 대가는 있었다. 자라는 생산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용이 높은 곳(남부 유럽)에 생산 시설을 두고, 생산 제품을 자주(일주일에 1) 매장으로 보내며, 비싼 운송 수단(항공)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자라가 큰 성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은 수요의 불확실성 관리가 비용 관리보다 더 많은 이익을 안겨 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라는 의류 소매 사업이 가지는 위험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진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고객들이 변덕스럽고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자라는 생산주기를 단축하면 제품의 상세한 사항이나 품질을 너무 앞서 결정할 필요가 없으며 미리 결정한 계획대로 생산할 때는 시장 상황이 이미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생산주기를 줄이면서 일부 기업은 수요의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일례로 컴퓨터 조립 및 운송을 놀라운 속도로 해치우는 델은 고객이 주문을 하기 전에 미리 컴퓨터를 조립해 놓을 필요가 없다. 델 또한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었다. 자라와 마찬가지로 델은 생산 시설의 대부분을 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곳(미국)에 둘 수밖에 없었고 생산비가 저렴한 국가로 시설을 이전시킬 수 없었다. 가방 생산업체 팀벅2(Timbuk2) 23일 만에 맞춤 디자인된 가방을 고객에게 배송한다. 이를 위해 팀벅2는 생산 시설을 중국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 둬야 했다.

계약 내용 수정

위험, 특히 자산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치사슬 내에 있는 다른 이해관계자, 이를테면 직원이나 협력업체, 고객과의 계약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고객 접점 서비스 제공업체 라이브옵스(LiveOps)의 사례는 고용 계약서 수정이 회사의 경영 위험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고객 서비스 아웃소싱 업체들은 보통 콜 센터에서 근무할 직원들을 관리한다. 그런데 서비스 수요의 변동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수요가 적을 때에는 근무자의 다수가 유휴 인력으로 시간을 보내고 고객 전화가 폭주할 때에는 전화를 건 고객이 오랜 대기 시간을 참아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애용되는 방법은 인도 같은 저비용 국가로 콜 센터를 이전하는 것이다.

라이브옵스는 이 모델을 뒤집어 버렸다. 대규모 인력을 고용해서 훈련시키는 대신 필요할 때 고용 가능한 프리랜서로 직원풀을 구성했다. 정해진 근무시간에 일을 하기는 힘들지만 낮 동안에는 시간이 남는 전업 주부 혹은 남편이 그 대상이었다. 이를 위해 라이브옵스는 이들이 여유 시간에 자택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IT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원들은 가능한 시간에 시스템에 접속하고 고객이 전화하면 그들에게 연결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라이브옵스가 직원이 일한 시간에 대해서만 급여를 지불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직원들이 일하지 않는 위험을 직원 스스로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한다.

DVD 및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Blockbuster) 1990년대 후반 협력업체에 위험을 이전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비디오 대여 시장의 구조를 뒤바꿀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비디오 1개당 가격을 고정하는 계약(VHS 비디오테이프 1개당 60달러)에서 벗어나 주요 영화 제작사와 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 계약에서 영화 제작사들은 비디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도 별다른 손해를 입지 않았다. 비디오 1개당 대여 횟수가 얼마든 이미 1개당 60달러의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요보다 많은 비디오를 구입하는 위험은 모두 블록버스터가 감수했다. 때문에 블록버스터는 테이프를 가능한 적게 구매하는 방법으로 위험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새로운 계약 방식을 도입하면서 블록버스터는 비디오 하나당 510달러를 지불하고 대여 수입의 50%를 제작사와 공유하게 됐다. 그러자 제작사들은 블록버스터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려 했고 가격 책정 및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블록버스터는 더 많은 테이프를 확보했고 인기가 높은 비디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다. 블록버스터의 시장점유율은 25%에서 38%로 증가했으며 수익은 최대 20%까지 상승했다.

아티클을 끝까지 보시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세요.
첫 달은 무료입니다!

관련 매거진

아티클이 실린 매거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2013.HBR in DBR (~2013) 2008~2013 0원
(03187)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 동아일보사빌딩 (주)동아일보사
대표자: 김재호 | 등록번호: 종로라00434 | 등록일자: 2014.01.16 | 사업자 등록번호: 102-81-03525
(03737)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29 동아일보사빌딩 15층 (주)동아미디어엔(온라인비즈니스)
대표이사: 김승환 | 통신판매신고번호: 제 서대문 1,096호 | 사업자 등록번호: 110-81-47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