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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품을 팔아도 될까?

매거진
2015. 1-2월호

폭력배의 삶을 미화한 연재소설이 해당 출판사에 의문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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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프출판사의 마케팅 및 신제품 개발 책임자인 올리비아 토레스는 아침마다 골든게이트공원에서 조깅을 한다. 보통은 조깅하는 동안 회사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늘은 그럴 수가 없다. 얼마 전 그녀는 엘 디아블로El Diablo시리즈라는 전자책 라인을 경영진에게 제안했고, 모두가 그 제안을 대단히 마음에 들어 했다. 회의를 마치고 의기양양해 있던 바로 그날 퇴근 무렵, 출판사 설립자이자 CEO인 해리스 차토프로부터오늘 프레젠테이션은 훌륭했습니다. 내가 감명받았다고 팀원들에게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e메일도 받았다. 조깅을 하면서도 기분 좋았던 칭찬에 살짝 입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e메일을 보냈던 해리스는 1978년에 차토프출판사를 설립한 인물이다. 광고회사를 다니던 그는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이 오토바이 동호회에 가입하기 위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는 내용의 문고판 소설을 썼고 이를 시리즈로 출판했다. 해리스는 소설가로서는 특별히 뛰어나지 않았지만 마케터로서는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의 소설이 대성공을 거둔 이유다. 1980년대 차토프출판사는중년의 위기에 있는 남성’, 게이, 레즈비언, 유색인종 등 모든 비주류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내용이 신선했고, 전부 즉각적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당연히 회사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출판사 창립 25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는 이렇게 논평했다. “그들은 통속소설의 역사를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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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성공한 출판사지만 해리스가 보기에 현재 상황에서 출판업의 미래는 불확실하기만 하다. 해리스는 종이책을 내는 출판사들이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회사를 구할 방법을 모색했다. 결론은 디지털 출판 강화였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 관련 임원으로 일하던 올리비아를 고용했다.

 

엘 디아블로 시리즈는 최근 올리비아의 팀에 새로 영입된 캘빈 하트가 내놓은 아이디어다. 캘빈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운영하는 한 케이블 방송국에서 미디어 매니저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데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라틴계가 백인보다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기기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는 데이터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엘 디아블로 시리즈를 미니 전자책으로 만들면 출판사들이 아직 손대지 않은 시장, 즉 소수인종 10대 청소년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값비싼 전자책 단말기가 아닌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들어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읽기 쉽도록시리즈를 매회 짧게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격은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 가격과 동일한 99센트로 책정했다.

 

캘빈은 이 계획을 두고이는 오랫동안 고수해온 전통적 저작 형태의 연재물을 신선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엘 디아블로는 폭력배다. 꿈과 이상보다는 현실의 냉혹함을 너무나 잘 아는 젊은이들과 그들이 사용하는 은어로 쓰여진 이야기다. 넘쳐 흐르는 최고급 크리스탈 샴페인, 주변 경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고층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그들만의 아지트, 빠른 자동차, 수많은 아름다운 여성 등이 등장한다. 흔한 조직폭력배 영화의 스토리다.

 

캘빈은 TV 방송국에서 단행본 출판사로, 직원 대부분이 흑인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자신과 올리비아를 빼면 나머지는 전부 백인인 조직으로 이직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올리비아는 신제품을 무사히 성공시킬 수 있도록 그에게 충분한 재량권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것도 올리비아를 무척이나 설레게 만들었다.

 

공원을 절반 정도 달리던 올리비아는 잠시 멈춰서 물을 마시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얘기 좀 합시다란 제목으로 해리스 차토프가 보낸 e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내용은 짧고 간단명료했다. “엘 디아블로에 관한 겁니다. 메일 확인하면 바로 전화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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