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Editor’s Pick

“저희 회사의 리더들에게 저는 ‘Cheerleader’가 되라고 주문합니다.” (p. 42)

좋은 리더는 ‘치어리더’라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는 최고경영자의 교체가 잦은 한국적 상황에서 10년째 자리를 지키며 재임 기간 중 매출 5배, 영업이익은 10배 가까이 키워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베스트 퍼포밍 코리안 CEO’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전략 수립 및 실행 역량 등 다양한 측면에서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리더십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화장실에 게시하는 CEO 메시지, 사무실 개방, 건설적 불만 수용 등 다양한 노하우를 공개했습니다. 언론 노출을 거의 하지 않았던 이유도 전면에 나서기보다 치어리더로서 조직원들을 지원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의 경영 방식과 리더십은 불확실성을 헤쳐나가야 하는 이 시대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큰 통찰을 줍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데도 어떻게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또 고객이 계속 늘어나는지 궁금하다는 말씀이시죠?” (p. 89)

경쟁사 제품보다 훌륭하긴 하지만 무려 가격이 5배나 된다면 영업사원들은 물건을 팔기가 무척 힘들 것 같습니다. 고객들이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느냐고 불평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객의 반응에 당황하면서 가격을 좀 깎아보겠다고 접근하면 ‘필패(必敗)’합니다. 가격에 고정돼 있는 프레임을 바꿔서 영업사원에게 유리한 ‘가치’로 관심을 전환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위의 예처럼 5배 비싼 가격에도 고객들이 구매하는 이유가 있다며 가치로 논의를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협상에서 예상되는 반론을 점검하고 나름의 대안을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선승구전(先勝求戰)’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호 스포트라이트 코너에는 협상 과정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이 가득합니다. 두고두고 활용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우리는 이 접근법을 군집 지능^{swarm intelligence}개념과 연결해 ‘브레인스워밍^{brainswarming}’이라 부른다. 참가자들이 그래프에 내용을 추가해 나가는 모습이 곤충들이 무리 지어 있는 것과 닮았기 때문이다.” (p. 117)

특정 사물에 특정 기능이 있다고만 생각하는 기능적 고착은 창의성을 가로막는 장애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브레인스워밍이란 방법론은 기능적 고착을 해결해주는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타이태닉호의 예를 들자면 승객 구조라는 목표를 상단에 두고, 하단에는 구명보트 같은 활용 가능한 자원을 명시하도록 하면서, 조직원들이 말이 아닌 포스트잇으로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작업을 벌이면 전략적 사고가 강한 사람들은 승객 구조보다 좀 더 세분화된 목표(예를 들어, 승객을 부유물 위에 싣기, 승객을 따뜻하고 숨쉴 수 있게 만들기)를 추가할 수 있고, 오퍼레이션에 더 익숙한 사람들은 구명보트 외에 목표달성에 도움을 주는 다른 자원(자동차 타이어, 널빤지, 목재 탁자, 빙산)을 언급하면서 기능적 고착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현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방법론이라 판단됩니다.

HBR Korea는 이번 호에 HBR 및 인시아드 경영대학원과 공동으로 ‘2015년 베스트 퍼포밍 코리안 CEO’ 랭킹을 발표했습니다. 객관성이 높은 성과 지표를 활용했으며 기업 규모에 따른 편향을 없애기 위해 엄밀한 방법론을 적용했습니다. 이번 랭킹이 경영자들 간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한국의 경영 생태계가 더 건강해지고 튼튼해지는 데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namkuk_kim@hbr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