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의 가상 케이스 스터디는 실제 기업에서 리더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와 그에 대한 전문가의 해법을 제공합니다. 이번 사례는 도미니크 투르팽, 우마샨카르 벤카테시, 존스 매슈, 산디프 푸리의 사례연구 ‘Kineer: A Social Marketing Dilemma’를 토대로 했습니다. 원문은 HBR.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방콕 힐튼호텔 연회장에서 이름이 호명되자 마조리 로드리게스는 무대로 걸어나갔다. 전에도 필리핀에서 성소수자(LGBTQ+) 커뮤니티를 지지한 활동으로 상을 받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제보론을 대표해 공로를 인정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보론은 마닐라를 비롯해 필리핀 전역에서 트랜스젠더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3년 전 마조리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밀가루에 설탕, 우유, 견과류 등을 넣어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하게 구운 쇼트브레드 ‘폴보론’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회사로 필리핀에서 인기가 높았다. 회사 이름은 성 중립 인칭대명사인 ‘제(ze)’와 ‘폴보론’을 합친 것이다. 회사가 경쟁사들과 구별되고 또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된 이유는 마케팅 및 판매 직원이 모두 트랜스젠더였기 때문이다. 이런 독특한 포지셔닝이 고객을 감동시켰고 마조리는 단기간에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었다.1
시상식에 마조리와 동행한 사람은 제보론의 CEO인 오스카 산토 도밍고였다. 오스카는 마조리가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영입한 식품업계의 베테랑이자 경영 전문가였다. 제보론 운영은 마조리가 열정을 바쳐 하는 프로젝트였지만 해야 할 일이 많다보니 회사 일에만 매여 있을 수 없었다.
마조리의 이력은 필리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녀는 보수적인 집안 출신이었고 트랜스젠더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가족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집을 나와 마닐라로 이사한 뒤 사진작가의 조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필리핀대를 졸업한 뒤에는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그런 대외적 활동을 벌인 것이 트랜스젠더 권리 옹호 활동의 발판이 됐다. 2018년에는 필리핀 의회에서 최초로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비비안 크루 의원과 손잡고 필리핀의 트랜스젠더 인권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 마조리는 그 보고서의 결과를 보고 고용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 널리 펴져 있어서 그들 중 다수가 일자리를 구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2
오스카는 제보론의 미션에 대한 마조리의 소신을 공유했다.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마조리가 짧게 수상 소감을 발표한 뒤 오스카가 축하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