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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러짜리 휴대전화의 교훈

매거진
2013. HBR in DB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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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기사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 3월 호에 실린 피터 J 윌리엄슨 영국 케임브리지대 저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의 글 ‘Value-for-Money Strategies for Recessionary Tim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우리가 전례 없이 힘든 경제 상황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 중역들은 지난 2000년 세계적 불황이 닥쳤을 당시 들었던 얘기와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조언을 듣고 있다. 특히 서구 기업들은 위험 평가, 위기 대처 방안 마련, 핵심 부문 주력, 비용 절감을 비롯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방법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있는 것 같다.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기업들의 목표는 위기를 견뎌내고 살아남는 것이나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는 것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세상은 규제 완화, 점차 낮아지고 있는 무역 장벽, 눈부신 기술 발전, 인구 증가, 도시화 등으로 인해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 10여 년 전에는 먹혀들었던 전략이라도 이제 더 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예전에는 경기가 나빠지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기업들이 이득을 보기도 했다. 규모의 경제와 탄탄한 고객층을 형성한 기존 업체들은 얼마든지 신생 업체들보다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개도국 기업들이 서구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으려 하거나, 심지어 서구 기업 자체를 사들이려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불황으로 산업의 역학관계가 바뀔 수도 있다.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세계적인 불황이 닥쳤을 때 각 업계에서 상위 25% 안에 들던 기업 중 3분의 1이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5년이 흐른 후 다시 살펴보니 고작 10%만이 원래의 입지를 되찾았다. 오늘날 상위 25% 안에 드는 기업 중 15%는 불황을 겪으면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기업들이다.

 

시류를 아는 기업들은 불황으로 인한 위협뿐 아니라 기회를 포착할 줄도 안다. 성장을 거듭해 위기를 거쳐 한층 경쟁력 강한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GE, 켈로그, P&G 등이 경쟁업체를 누르고 업계 1위로 올랐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역경을 강점으로 바꿔놓았는데, 간단히 분석해보니 이들의 성공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대공황이 미국 경제를 뒤흔들 당시, 이들은 모두 고객이 지불한 돈보다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전략을 개발했다. 즉 불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고객들이 똑같은 자원을 가지고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냄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도록 했다. 또 자원을 적게 들여도 똑같은 결과물을 내놓아 능률을 높일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최적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가치를 뽑아내는 것이 다시금 기업 전략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단 불황 때문만은 아니다. 선진국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가계 수입은 늘어났지만 그 혜택을 본 사람은 상위 20%뿐이었다. 나머지 가계의 구매력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작아졌다. 가령 미국에서도 대다수 사람들은 부동산 대출, 교통비, 공과금, 의료보험 등을 모두 내고 나면 돈을 빌리지 않고서는 기존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다. 좀더 최근 상황을 보면, 임금 상승률은 낮아지고 일자리는 줄어들어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가치를 중시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할인점 월마트의 시장점유율은 높아지는 반면, 고급 유통 체인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고급 승용차 시장의 불황과는 별개로, 소형 승용차나 연비가 높은 자동차 매출이 지난 5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도 전혀 놀랍지 않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최근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서유럽에서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2%포인트 상승한 반면, 고급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그만큼 하락했다.

 

개도국 소비자들은 예전부터 가격 대비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대다수가 최근에야 소비 계층이 됐고, 실소득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중국에서 기본적으로 꼭 쓰는 비용보다 가계 수입이 높은 사람들이 2008 5500만 명에서 2013 212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의 연간 수입은 5000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 기관인 인포메이션 리소시즈는 2020년이 되면 전체 인도인들 가운데 5%가 연간 4000달러 이상 가계 수입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4000달러를 많이 웃도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중국과 인도의 중상위 계층 소비자들은, 욕구는 커지고 물가는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입은 제한돼 있어 불필요한 지출과 낭비를 자제하게 된다. 개도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경쟁우위를 얻기 위해 비용 절감을 중시하게 된다. 그래서 기기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살피게 된다.

 

따라서 개도국이나 선진국 어느 쪽에서든 지출 금액에서 최적의 가치를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본 연구 결과, 비용 절감 기법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비용 혁신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즉 창의적 방식으로 비용 구조를 재설계해 고객들에게 적은 비용으로도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외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공략하는 경쟁업체들과 정면 대결하기보다 고가 시장에 진출하거나 고급 시장을 창출해왔던 미국, 유럽, 일본 기업들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다. 개도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시류를 아는 재빠른 기업들은 이미 대중 시장(mass markets)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비용 혁신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기존의 고급화 전략은 더 이상 실용적이라고 볼 수 없다. 다국적 기업들이 개도국의 경쟁업체들, 혹은 자사의 해외 지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불황을 잘 이겨내거나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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