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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인간관계 맺기

매거진
2018. 1-2월(합본호)

THE BIG IDEA

일터에서 인간관계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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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만연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일도 문제의 일부다. 이제 일이 해결책의 일환이 돼야 한다.

비벡 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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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전염병

직원의 고립감을 줄이면 기업에도 득이 된다. 비벡 머시

 

1992 8 24일 이른 새벽. 임시대피소에서 나온 나와 가족들은 우리의 도시와 삶이 영영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폭우와 시속 273km가량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 앤드루가 플로리다 남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은 채 몇 시간을 대피소에 피신해 있던 참이었다. 부서진 가옥의 잔해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송전선은 끈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으며, 폭풍우에 휩쓸려 먼 내륙까지 날아온 바다 생물들이 나무에 걸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수천 명의 사람들처럼 우리는 기꺼이 물과 음식, 생필품 등을 제공해준 낯선 이들의 친절 덕분에 폭풍우와 그 후 수많은 절망의 나날을 이겨낼 수 있었다. 허리케인 앤드루를 계기로 온 시민이 힘을 모으고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과정에서, 플로리다 남부 지역에 깊은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이 형성됐다. 하지만 차츰 일상을 되찾으며 사람들 사이에 거리감도 되살아났다. 모두 원래의 집과 일터와 학교와 삶으로 돌아갔고, 다시 예전처럼 서로 멀어졌다.

 

온갖 재난으로 파괴된 전 세계 수많은 지역들을 보면서 나는 비극적인 사건이 얼마나 사람들을 잘 뭉치게 하는지, 그렇게 형성된 결속이 얼마나 순식간에 사라지는지를 생각한다.

 

지금 사는 세상에서 사회적 유대를 걱정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고독감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인류 문명사상 우리는 기술적으로 가장 연결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1980년대 이래 두 배가 늘었다. 오늘날 미국 성인의 40% 이상이 고독감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고,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고독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친한 친구가 있다고 말한 사람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 줄어왔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직장인과 최고경영자 절반가량이 일터에서 고독감을 느낀다.

 

미군 의무감Surgeon General으로 일하면서 나는 고독이 나이와 사회경제적 배경을 막론하고 미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목격했다. 외로움의 고통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폭력, 마약, 범죄조직에 기댄 도심과 교외지역 청소년들을 만났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자녀를 잃은 뒤, 중독과 관련한 불행한 오명을 떨치려고 분투하는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직장에서 외로움을 탄다고, 번아웃burnout되기 일보 직전이라고 토로하는 공장노동자, 의사, 중소기업 경영자, 교사들과 마주했다.

 

수년간 환자를 돌보면서 가장 많이 접한 병리현상은 심장질환이나 당뇨가 아니라 고독이었다. 만성 통증을 완화할 요량으로 몇 주에 한 번씩 내원했던 한 고령의 남성도 인간적인 유대를 원했다. 외로웠기 때문이다. 말기 HIV 감염자였던 어느 중년 여성은, 제 상태를 알릴 만한 지인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 역시 외로웠다. 나는 고독이 임상질환의 배경으로 질병을 유발하고, 환자가 병에 대처하고 치료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나 당신의 지인도 외로움에 힘겨워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독감과 약한 사회적 관계는 하루에 담배 열다섯 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심지어 비만보다 더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금연이나 다이어트에 힘쓰는 정도로 사람들간의 유대를 강화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고독감은 심혈관계 질환, 치매, 우울증, 불안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직장에서의 고독감은 업무성과를 낮추고, 창의력을 제한하고, 추론이나 의사결정 등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약화시킨다. 건강과 일을 위해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을 하루빨리 해결해야만 한다.

 

고독감으로 인해 인간과 경제가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누군지 가려내야 한다. 정부와 보건의료체계는 고독감이 미치는 영향을 우리가 이해하도록 돕고, 피해자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개입 방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말로 고독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정, 학교, 사회단체, 직장 등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조직이 꼭 참여해야 한다. 특히 기업은 직원, 파트너 기업, 고객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다른 조직이 고독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혁신 허브 역할을 맡아서 사회적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고독의 근원

고독은 사회적 유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이런 감정이 지난 몇십 년 동안 증가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의 지리적 이동이 보다 활발해지면서 가족 및 친구와 떨어지게 된 데에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 실제로 이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인구조사가 시작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혼자 살고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에서는 재택근무와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계약을 맺는긱 경제gig economy’등 새로운 근무형태가 나타나면서 유연성이 생긴 한편, 직접 상호작용하고 관계를 맺을 기회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설령 사무실에서 일한다 해도 반드시 의미 있는 유대를 만든다는 보장이 없다. 사람들은 동료가 가득한 사무실에 앉아있지만, 탁 트인 사무공간에서조차 각자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거나 인간적으로 교류할 기회가 드문 업무지향적 회의에 참석할 뿐이다.

 

동료간 유대를 구축하겠다고 마련한 해피 아워, 커피 타임, 팀워크 활동은 정말 친목을 도모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대체로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 가족보다 직장 동료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동료들은 정말 내 관심사가 뭔지 알고 있을까?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이해할까? 기쁠 때와 힘들 때 진심으로 공감할까?

 

이는 단지 수사적인 질문이 아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진화했다. 먼 옛날부터 인간은 신뢰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 덕분에, 꾸준히 식량을 확보하고 포식자들을 피할 수 있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사회적 유대의 가치는 인간의 신경계에 각인됐기에, 이런 보호능력이 없으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 상태가 된다. 고독감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오래거나 만성이 된 스트레스는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더 자주 높인다. 코르티솔 수치는 체내 염증 발생률과도 관계가 있다. 그렇게 혈관과 다른 조직이 손상되면 심장질환, 당뇨, 관절질환, 우울증, 비만, 조기 사망의 위험이 높아진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에서 의사결정, 계획 수립, 정서 조절, 분석, 추상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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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건강만 해치는 게 아니다.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갤럽 연구원들은 직장에서 끈끈한 사회적 유대가 직원들의 업무 참여도와 작업의 질을 높이고, 병을 앓거나 다칠 확률을 낮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끈끈한 사회적 유대가 없으면 이런 이점은 사라진다. 유대는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리의 경험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꿔준다. 이런 작용 모두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완충제 역할을 하고,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직원 스트레스가 높은 기업은 스트레스가 적은 기업보다 보건의료비를 훨씬 많이 지불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생물학과 심리학, 일터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종합해볼 때, 기업은 사회적 유대 강화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유대가 돈독한 직원은 보다 큰 성취감을 느끼고, 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에 참여하는 한편 질병, 장애, 번아웃의 위험에서 보다 안전하다.

 

일터에서 유대 맺기

경험상 임무 및 주변사람들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업무에 가장 헌신적이었다. 의무감이었을 때 일이다. 시급한 공중보건 이슈를 해결할 만한 역량 있는 팀을 꾸리기 위해 우리는 신규 직원을 대거 채용했다. 팀원들은 서로 잘 어울렸지만, 곧 각자의 풍부한 인생 경험을 서로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팀에는 훈장받은 육군간호장교와, 수년간 재소자의 건강을 관리해온 여성과,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 겸 전도사와, 올림픽에 출전해도 될 수준의 달리기 선수가 있었다. 약물 중독자 가족원 때문에 고생한 팀원도 여럿이었다. 비록 우리가 지켜야 할 형식과 계급이 있는 군 조직이긴 했지만, 팀원들에게는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친목 도모를 위해, 주간 직원회의에서 팀원들이 5분간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 이야기를 하는인사이드 스쿱이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팀원들은 발표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다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발표를 듣는 우리는 동료가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은지 알게 됐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발표시간은 금세 많은 사람들이 한 주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됐고, 직원들은 전보다 열심히 직원 회의에 참여했다. 동료들이 자기 이야기에 진심 어린 반응을 보이면 사람들은, 팀원들이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긴다고 느꼈다. 회의석상에서 늘 과묵하게 자리만 지켰던 직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많은 직원이 자기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에 발벗고 나섰다. 팀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줄어든 듯 보였다. 그리고 직원 대다수가 동료들은 물론이고 맡은 임무와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내게 말해 왔다.

 

해병대에서 복무한 한 팀원이인사이드 스쿱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처음에는 그가 군대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대신 그는 복잡했던 부자관계, 자녀들의 음악적 재능 속에서 아버지의 영혼을 발견했던 일에 대해 들려줬다.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의 영웅이라면서, 어떤 도전에 맞닥뜨렸을 때 어머니를 떠올리며 의심을 용기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와 깊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솔직함에 감명 받았으며, 내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게 됐다. 이전에도 친했지만, 그날 이후 우리는 훨씬 가까워졌다.

 

의무감 시절 추진했던 일을 들려준 이유는 이런 방법이 고독감을 해결하기 때문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런 작은 실천이 우리의 건강과 경제의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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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만들기

개인의 건강과 회사의 건전성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일터에서 사회적 유대를 만드는 일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팀 단합대회를 열거나, 동료와 커피 한 잔을 하거나, 정수기 근처에서 사람들과왕좌의 게임에 대해 수다를 떨기만 하면 사회적 유대를 쉽게 쌓을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진정한 유대를 만들려면 직장 안팎에서 직원들의 개성과 경험을 포용하는 환경을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 다음 5단계를 통해 건강하고 생산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현 직장의 유대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평가하라.끈끈한 사회적 유대는 단순히 친구와 가족이 몇 명인지로 가늠되지 않는다. 양보다는 관계의 질이 더 중요하다. 늘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친구가 수천 명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반면 몇몇 사람과만 소통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직 내 인간관계의 질을 평가하려면 다음 질문을 고려해야 한다. 직원들이 동료의 애정과 관심을 받는다고 느끼는가? 친절을 주고받는 조직문화가 조성돼 있다고 믿는가? 동료들과의 관계가 애정으로 형성된다고 보는가, 공포로 형성된다고 보는가?

 

양질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라. 끈끈한 사회적 유대는 의미 있는 공통의 경험과 서로에게 유익한 양방향 관계라는 특징이 있다. 양질의 인간관계는 애정에 기초하며, 친절과 인정,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감정을나약하다고 보거나, 나아가 판단력을 흐리고 어려운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감정이 성과와 회복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터에서 구축해야 할 바람직한 인간관계와 너그러움 같은 덕목이, 이런 관계를 증진한다는 사실을 직원과 동료들에게 명확히 인지시켜야 한다.

 

사회적 유대 강화를 조직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아라.팀원간 유대를 지원하는 문화를 설계하고 모델링하는 일은 어떠한 단일 프로그램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 내 모든 직급, 특히 경영진의 지원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의 고위임원이 다른 팀원들과 단단히 유대를 맺도록 유도하면 강력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리더가 자신의 부드러운 면모를 보이려 한다면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의 조직문화와 정책이 과연 믿을 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직원들이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주고, 또 자신에게 내민 도움의 손길을 흔쾌히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라. 외롭다고 느낄 때 타인을 돕는 일이 언뜻 납득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으면 확실하게 유대를 쌓을 수 있다. 어느 늦은 밤, 레지던트였던 나는 바쁘게 돌아가는 중환자실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환자 여러 명이 밀려들어왔고, 동료 의사 중 하나가 팔을 걷고 나서서 일손을 거들었다. 그의 아량 덕분에 우리는 혈류감염 환자들에게 재빨리 특수 카테터를 삽입하고 항생제를 투여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우리가 함께 일한 시간은 겨우 한 시간뿐이었지만, 이때 맺은 관계는 몇 년이 지나고도 계속됐다. 도움을 기꺼이 주고받을 때 우리는 타인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다.

 

동료의 사생활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라. 누군가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들과 딸이라는 관점, 일 외에 열정을 쏟는 대상이 있는 개인이라는 관점,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자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이 이해받고 인식될 때, 인간은 진정한 사회적 유대를 더 잘 형성할 수 있다. 모든 조직 구성원이 이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라. 그 자리가 공식 모임이든, 점심시간에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든 상관없다.

 

서로 치유하기

고독이라고 하면 나는 내과 레지던트 프로그램 첫날이 떠오른다. 한 교수가 우리에게, 사랑하는 이들에게 향후 일 년간 소식을 듣기 힘들 거라고 말해 두라고 조언했다. 의대생인 우리는 무자비한 근무시간, 극심한 업무강도, 참담한 고립감 등 레지던트 기간 중 겪을 험난한 여정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조언을 들은 그날 아침,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처음에는 외로울까 두려웠지만, 레지던트 기간 3년은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됐다. 근무시간과 업무강도는 듣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이 기간에 친구들과 연락하고 지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 대신 병원 안에서 동료들과 돈독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일하는 시간이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살 가망이 없다는 말을 환자와 가족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끙끙대고, 중증환자의 모호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려 분투하고, 완전히 지쳤지만 어떻게든 힘을 내보려고 애쓰는 등 감정적으로 지적으로 신체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힘든 시간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끈끈한 동료애 덕분에 위기의 순간을 좀 더 수월하게 넘겼고, 다른 수많은 어려움도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유대가 있었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남들에게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감사하고, 수천 명의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사가 돼줄 수 있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동료애가 나를 깊이 치유한 게 아닌가, 나를 더 나은 의사로 만들어줬을뿐더러 더 나은 동료이자 리더로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전 세계가 지금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강력하고 진실된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직장과 사회에서 줄곧 서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커다란 도전과제를 힘 모아 해결하기보다는, 각자의 구석으로 물러나 화나고, 아프고, 외롭게 지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강한 회사와 강한 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모두가 더 건강한 삶, 더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THE AUTHORs

비벡 H. 머시

 

비벡 H. 머시 해군 중장(@vivek_murthy)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19대 의무감으로 재직했다. 의무감으로서 군의관 6600명으로 구성된 미국 공중보건군단U.S. Public Health Service Commissioned Corps을 이끌며 미국과 전 세계 800개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했다. 재임 중 에볼라 발병, 지카 바이러스, 신체활동 부족,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전자담배 폭발 사고 등 중요한 공중보건 이슈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으며, 2016년에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의 확산을 막기 위해형세 역전을 위한 처방전TurnTheTide Rx캠페인을 시작했다.

 

머시 박사는 정서적 웰빙이 건강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데도 응당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특히 고독감과 사회적 단절이 건강과 생산성, 교육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하버드대에서 학사 학위를, 예일대에서 의학박사와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브리검여성병원과 하버드 의대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하버드 의대에서 내과의사 및 전임강사로 일하면서 수천 명의 환자를 돌보고, 수백 명의 레지던트와 학생을 가르쳤다.

 

서비스, 연구,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보건을 증진하는 일에도 헌신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함께 진행하는 에이즈 교육사업 비전스VISIONS를 공동설립하고, 여성을 보건 서비스 인력 및 교육자로 훈련하는 스와스티야 커뮤니티 헬스 파트너십Swasthya Community Health Partnership을 인도 시골에 세웠다. 연구 분야에서는 백신개발 관련 실험연구를 실시했으며, 여성과 소수자의 임상실험 참가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다.

또 소프트웨어 기술 업체 트라이얼네트워크스Trial Networks를 창립했는데, 현재 회사는 임상실험 분야의 협업을 도모하는 기업 드럭데브Drug Dev에 흡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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