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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관리 & 전략

좋은 일자리 솔루션

매거진
2018. 3-4월(합본호)

좋은 일자리 솔루션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열악하고, 보수가 적고, 일할 맛 안 나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이런 일자리는 기업의 순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제 노동자와 기업 모두를 위해 나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제이넵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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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를 위한 변론

 

마트, 식당, 콜센터, 호텔, 놀이방에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있다. 하지만 대개 처우가 형편없고, 수십 년간 그 상태를 유지해 왔다. 저임금에, 수당은 거의 없고, 경력도 못 쌓는다. 보통 나쁜 일자리는 값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대가로 인식되곤 한다. 사실이 아니다. 더구나 일부 기업은 직원을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일용품 정도로 취급했던 기존의 운영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월마트, 맥도날드, , 애트나 등 대기업들이 직원 월급을 올렸다. 월마트는 직원 훈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매장 직원들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운영을 간소화하고 있다. 갭은 직원들의 근무일정 예측성을 높이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보험회사 애트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도록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줬다.

 

이런 움직임이 급격한 변화의 전조일지도 모른다. 기업이 그토록 오래 푸대접해 왔던 직원들에게 투자하고 더 많은 권한을 주려는 이유는 뭘까? 주요 원인은 새로운 경쟁 지형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포화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기존 사업부에서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 ·오프라인 경쟁자들의 위협이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를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기업은 업무에 열심인 직원의 생산성이 더 높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직 가능성이 더 낮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2016년 소매업계와 요식업계 이직률이 65% 73%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직률은 이들 업계에 특히 중요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서비스직의 일자리를 개선하면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의 소득과 지출 여력을 늘리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막대한 액수의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약 9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소매업계 종사자의 평균 시급은 10.37달러였다. 700만 명이 넘는 요식업계 종사자들이 시간당 평균 9.50달러를 받았다. 모두 4인 가족의 빈곤선을 밑도는 액수다. 많은 기업이 주당 40시간 이상 근무를 허용하지 않지만, 설사 그만큼 일하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빈곤선을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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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직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고객의 니즈에 더 잘 부응하고 직원의 생산성과 근로 의욕, 전체 기여도를 높이도록 고안된 전혀 다른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매유통업계와 서비스업계의 많은 임원들은 이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 업무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직원에게 투자를 늘리는 전략은 직관에 어긋나는 데다, 수익이 나쁠 때는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1620개 매장과 79000명의 직원을 둔 스페인 슈퍼마켓 체인 메르카도나Mercadona는 이 전략을 실제로 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다른 기업들도 나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나는 15여 년 동안 메르카도나를 비롯한 소매유통업체와 다른 서비스업체들을 연구해 왔다. 2012 HBR에 기고한 글에서는 적정한 임금, 예측할 수 있는 근무시간, 충분한 교육, 성장 기회가 보장된 좋은 일자리가 소매유통업계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밝혔다. 그 뒤로는 내가좋은 일자리 전략Good Jobs Strategy’이라고 부르는 방법을 다양한 단계에서 채택한 여러 소매업자와 콜센터, 기타 서비스기업들과 연구하고 일해 왔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일자리 전략이 그저 좋은 발상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수많은 증거를 얻었다.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이 글의 첫 번째 파트에서는 나쁜 일자리와 좋은 일자리 시스템을 연구하며 알게 된 사실들을 공유하고, 기존 시스템을 좋은 일자리 시스템으로 바꿀 때 조직이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본사와 매장 간의 연계

 

좋은 일자리 기업과 나쁜 일자리 기업은, 매장에 대한 본사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기본 차이가 난다. 좋은 일자리 기업은 본사의 기능조직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매장 직원들의 생산성과 고객 서비스에 끼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한다. 코스트코 바이어들은 신규 아이템이 들어오는 시기를 조정해 매장 직원들의 작업량을 고르게 분산한다. 메르카도나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진열할 수 있는 물건 포장법을 개발하기 위해 공급업체들과 머리를 맞댄다. 이를테면 올리브유 운송상자를 앞면이 열리도록 만들어서, 상품을 꺼내지 않고 상자 앞면만 열어서 매장에 진열할 수 있게 했다. 메르카도나 물류부서는 물건을 15~20분 안에 매장으로 배송해서, 받는 사람이 정확하게 입고를 준비하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또 매장마다 같은 화물기사를 거듭 보내서, 화물기사와 매장 직원이 효율적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게 한다. 이런 조치로 기업의 생산성이 증가하면 직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고, 작업량이 고르게 분산되고 예측 가능해지면 직원들의 근무일정 예측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이직률이 낮아진다. 실제로 코스트코와 메르카도나의 이직률은 10%를 밑돈다.

 

좋은 일자리 기업은 본사와 매장이 원활하게 소통한다. 본사는 일선 업무에 작용하는 결정을 내릴 때 매장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메르카도나의 경우, 배송 처리 같은 프로세스를 표준화 할 때 일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어떤 매장이 배치 문제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체인업체의 배송 프로세스 관리자가 해당 매장에 맞춰 프로세스를 조정한다. 새로운 분산 주문 시스템을 개발했을 때는, 직원들이 별 필요도 없고 혼란만 일으킨다고 지적한 정보를 삭제하는 등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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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자리 기업은 본사의 기능조직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직원 생산성과 고객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이들은 매장을 단순히 본사의 결정을 실행하는 장소로 본다. 나쁜 일자리 기업에서 볼 수 있는 관행은 다음과 같다.

 

6시간 단위의 배송.물류부서는 배송 횟수를 줄여서 운송비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매장 입장에서는 물류 배송에 투입할 자원을 계획하는 일이 훨씬 어려워졌다.

• 들쑥날쑥한 판촉행사.한 주에는 판촉행사가 여러 건 몰리고, 그 다음주에는 판촉행사가 아예 없었다. 투입해야 할 직원 수가 매주 달라지면서, 점장이 직원들에게 매주 일정한 근무시간을 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 변덕스러운 진열 방식.매장 직원들은 물건을 이리저리 옮기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을 도울 시간이 부족했고, 물건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물건을 진열하고 몇 시간 뒤에 진열 방식을 다시 손봐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공들인 일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자 직원들은 업무에 전념할 의욕을 잃었다.

• 매장으로 잘못 전달되는 가격 정보.매장 직원들은 물건 가격을 새로 표시하는 데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쿠폰에서 비롯된 문제.매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쿠폰을 발행하고, 직원들은 각 쿠폰에 적힌 방침을 따르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한 직원은 유효기간이 지난 쿠폰을 받아주지 않아서 화가 난 고객이 점장에게 항의를 하면, 점장이 쿠폰을 받아주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바보 취급을 당한 기분이죠.”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유효기간이 지난 쿠폰을 재량으로 받아주면 해고를 당할 수도 있어요.”

• 막판 변경.다음 경우가 대표 사례다. 판촉부가 수요를 더 촉진하기 위해 판촉행사 일정을 금요일에서 수요일로 앞당기기로 한다. 본사 입장에서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점장은 직원 수십 명의 근무시간을 금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해야 한다. 갑자기 바뀐 근무시간 때문에 직원들은 개인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결근율과 이직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직원들이 판촉행사 준비와 다른 업무를 할 시간이 줄기 때문에 실수가 더 잦아진다.

• 부적절한 인력 충원.한 체인업체는 본사에서 실시한 작업량 연구 결과에 따라 인력을 충원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일선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매장마다 레이아웃이 다르고, 진열대에 물건을 채우거나 가격표를 붙이고 있는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 결과 매장은 자주 일손이 부족해졌고, 직원은 고객을 친절하게 응대할 여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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