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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誤報)와 싸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매거진
2018. 11-12월(합본호)

ARTICLE

오보(誤報)와 싸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모두가 나서야 한다

클레어 와들

 

 

 

 

라인을 떠도는 오염된 정보는악질적인 문제. 평범한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해결하려고 덤벼들었다가 되레 상황만 악화되기 일쑤다. 페이스북 사례를 떠올려보자. 페이스북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는 뉴스에팩트체커 간에 이견 있음이라는 태그를 달기로 했다. 하지만 이 태그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보다, 잘못된 뉴스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이들의 신념을 더욱 다지게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대안이 필요하다.

 

틀린 정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 조작된 정보가 초래하는 직간접적 비용을 정량화하기는 까다롭고, 오염된 정보가 민주주의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한 비용만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놀랍게도 이런 정보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최근 오보의 영향을 받은 중요한 사건 세 가지를 꼽자면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선,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된 프랑스 대선이 있다. 이 사건들은 분명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쳤다. 어찌됐든 불신과 혼란을 조장하고, 민족과 종족, 인종과 종교적 갈등을 부추겨 기존의 사회문화적 분열을 악화시킬 의도로 기획된 모든 조직적 활동은 반드시 세계 경제에 여파를 미친다.

 

얼마 전 나는 동료 호세인 데락샨Hossein Derakhshan과 유럽평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이 중요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3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알고리즘 수정, 구독자 교육, 플랫폼 규제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정보를 오염시키려는 시도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언론인, 정책입안자, 비즈니스리더 모두가 이런 제안을 귀기울여 듣지만 말고 신속하게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누구를 상대로 싸울 것인가

 

우선 용어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이 현상을 포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가 실제 말하고 있는 오보와 허위정보가 반드시 뉴스를 흉내내거나 조작된 정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수로 공유되고 해를 입히려는 의도가 없는 거짓정보는 오보라고 부르는 게 가장 적절하다. 반면에 고의로 공유되고 해를 입히려는 의도가 분명한 거짓정보는 허위정보라고 부른다. 이런 콘텐츠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글과 묘사가 포함된 아티클부터, 정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당성을 얻은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한 그래픽과 동영상까지 다양한 형태를 띤다. 더 넓게 보면, 온라인에서 특정 제품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허위 리뷰를 올리는 행위, 돈을 주고 청원서 서명을 받는 행위, 부정한 방법으로 온라인 검색순위를 높이는 행위,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정교한 수법을 동원하는 행위도 허위정보 유포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오보 문제가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잘못된 정보를 생산 및 유통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와 방법 가운데 상당수가 정당한 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2016년 미 대선 기간에 사용한 정교한 개인정보 수집 기술은, 일반 기업이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NGO가 새로운 후원자를 모으고, 뉴스매체가 신규독자를 끌어들이는 데 사용하는 기술과 거의 다르지 않다. 기업이 구글 애드센스 같은 온라인 에이전시를 통해 광고하면, 광고가 가 닿는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 문제는 광고가 도달하는 사이트 가운데 미심쩍은 곳도 있다는 점이다. 애드테크 스타트업 스토리지Storyzy에 따르면, 음모론과 다른 허위정보의 확산을 부추기는 사이트에 광고를 노출시키는 브랜드가 600개가 넘는다. 왓츠앱WhatsApp, 위챗WeChat같은 폐쇄형 대화 앱은 가족이나 친구와 편리하게 연락을 주고받게 해주지만, 위험한 루머와 거짓말을 빠르게 확산시키기도 한다. 이런 허위정보를 정정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이 모든 활동이 기업을 위태롭게 한다. 미국의 기업이 허위뉴스를 생산하는 러시아의 트롤공장과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해도, 페이스북과 다른 플랫폼들이 허위정보의 유포를 막는 조치를 실시할 경우, 합법적인 기업들이 소셜플랫폼에서 광고를 펼치는 활동은 제약될 것이다. 구글은 문제적 콘텐츠를 올린 약 200개 퍼블리셔의 애드센스 가입을 영구히 금지했고, 기업들의 광고가 도달하는 범위도 제한되고 말았다. 폐쇄형 대화 앱에서는 특정 기업의 브랜드를 공격하거나 악용하는 콘텐츠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가 훨씬 어렵다. 실제로 BBC 2017년 케냐의 대선 준비기간에, 누군가 BBC의 로고와 브랜드를 가지고 정교한 허위정보를 만들어서 왓츠앱을 통해 유포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BC는 결국 이 허위 콘텐츠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밝히는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해야 했다.

 

 

공동 대응 방법

 

기업들도 오보를 삭제해 달라고 플랫폼을 압박해 왔다. 그 정보가 기업의 평판을 위협하는 경우 특히 적극적으로 나섰다. 로레알, 나이키, 월마트 등 여러 기업이 오보 옆에 노출되는 자사의 온라인 광고를 삭제했다. 이로 인해 유튜브는 문제가 될 만한 콘텐츠 옆에 자동 타기팅 광고가 노출되지 못하도록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 페이스북도 허위뉴스를 반복해서 공유한 페이지에는 광고를 싣지 못하게 했다. 이런 조치가 불량 정보로 얻는 퍼블리셔의 광고수입을 제한해서, 오보를 공유하는 활동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술기업도 결코 녹록지 않은 절충을 해야 한다. 이들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유도해서 광고의 노출 빈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람들이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하거나, 댓글을 단 콘텐츠를 가급적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자사 알고리즘을 조정한다. 사용자들이 공유한 콘텐츠가 무해하다면 프로세스는 순조롭게 돌아간다. 하지만 오보가 공유된다면 들불처럼 퍼질지도 모른다. 기술기업이 자사의 알고리즘을 대폭 변경하는 방법은 그리 현실적이지 않지만, 사용자가 알고리즘을 직접 조정하고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도록 하면 사용자에게 낯설거나 상반된 관점을 의도적으로 노출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변화는, 사용자가 자신의 과거 활동에 기반한 콘텐츠에만 노출될 때 허위정보를 미처 거르지 못하게 되는 필터버블filter bubbles현상의 영향을 줄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활동을 모든 기업에서 일상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소셜모니터링 툴을 이용해 기업의 로고와 주요 인사 이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계속 확인하고, 이런 정보가 허위정보의 표적이나 도구로 사용될 경우 기업이 알아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기업이라면 여러 플랫폼을 광범위하게 모니터링해서 위험을 막아야 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만 보더라도 중국의 위챗WeChat, 미얀마의 바이버Viber, 일본의 라인Line, 한국의 카카오톡 등 가장 인기 있는 폐쇄형 대화 앱이 국가마다 다르다. 최고의 예방책은 직원들과 늘 오보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허위정보가 어디서 퍼지고, 어떤 주제가 가장 치명적인지 잘 아는 직원이 제1방어선이 될 수 있다. 공격의 표적이 된 기업은 가능한 대응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BBC가 케냐 대선에 휘말렸을 때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항복이나 포기는 없다

 

우리는 지금 세계적 규모의 폭발적인 정보 오염을 목격하고 있다. 하루빨리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허위뉴스를 모조리 없앨 수 있다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 정책결정 당국은 오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치 합리적인 상대를 대하듯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한계와 새로운 확산 전략의 덕을 보고 있는 오보는 사실 우리의 정체성, 우월감, 분노, 공포를 반영한다. 오염된 정보 중에서 가장 전염성 있는 정보는 이런 감정을 이용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신념을 인정받았다고 느끼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 기술기업은 연구자들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 정책결정 당국은 팩트체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모두 허위뉴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허위뉴스가 불러올 피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클레어 와들(Claire Wardle)은 하버드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쇼렌스타인 미디어·정치·공공정책센터 정보혼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 교육, 뉴스룸 지원 등을 통해 미디어 내 허위정보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와들은 세계경제포럼 산하 정보 및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부문 글로벌미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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