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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문제 해결책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는 심리학의 TRIZ, 행동경제학

매거진
2019. 7-8월호

Commentary on feature

차세대 문제 해결책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는 심리학의 TRIZ, 행동경제학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Commentary on Feature 보기읽어야아티클        > 어려운 녹색 소비자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캐서린 화이트 교수는 이번 호 HBR ‘잡기 어려운 녹색 소비자들이라는 아티클을 통해서, 지속가능 소비가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행동경제학의 몇 가지 해결책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아티클에서 그는 지속가능 소비의 문제점은 소비자가 자신의 의도와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고 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적 영향 이용하기, 좋은 습관 만들기, 도미노효과 활용하기, 호소 대상 명확하게 하기, 소유보다 경험 우선하기 등을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다섯 가지 해결책은 독특하고 흥미로운 동시에 일부는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북미에서 커리어의 정점에 다다른 (즉 자존심이 센) 여러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수행한 실험에 근거했기 때문인 듯싶다.

 

행동경제학은 이제 학문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기업과 사회가 처한 현실이라는 격투기장의 링 위에 올라가는 하나의 도전자처럼 느껴진다. 이 격투기장에는 전설로 남았거나 또는 현재 활동 중인 경쟁자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제조공정의 불량률을 줄이는 데 성공한 식스시그마 기법, 개발자에게 고객의 니즈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고안된 품질의 집House of Quality기법, 개발된 신제품의 시장 성공을 예측하는 컨조인트 분석, 혁신상품을 기획하는 데 가능성을 보인 디자인싱킹 기법 등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방법론으로는 고객의 구매패턴을 찾아내는 빅데이터, 직원의 업무효율을 높여주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직원의 업무피로도를 낮춰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혁신 등이 있다. 심지어 이들을 하나로 묶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강력한 방법론도 등장했다.

 

현실의 문제를 푸는 데에는 이렇게 여러 학문에서 파생된 해결책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행동경제학이 기업과 NGO 등의 실무자들에게 특히 환영받을 만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행동경제학자는 실무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기에 현실의 문제를 연구한다. ‘규범 학문인 경제학이나설명 학문인 심리학과 달리, 이 두 학문이 섞인 행동경제학은 특정 행동을 유도하거나 특정 대안을 더 많이 선택하도록 개입하는처방prescriptive학문이기 때문이다.

 

토론토대 BEAR(Behavioral Economics in Action at Rotman) 연구팀에서 수행한 캐나다의 전기차 판매 증대를 위한 연구가 좋은 예다. 2016년 기준 캐나다의 전기차 대수는 전체 차량 대비 0.56%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캐나다 사람들이 전기차라는 신문물을 수용하는 데 장벽이 되는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첫째, ‘왜 전기차를 사야 하는가?’ 둘째, ‘전기차를 사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이 두 개의 장벽을 낮춰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기획했다.

 

 

 

 

우선 이 웹사이트에 접속하면(그림1) 보이는 그림이다. 일반 휘발유차를 사면 전기차를 살 때보다 연간 200달러씩 기름값으로 손해 본다는 사실을 계기판 모양으로 알려준다. 전기차 구매 니즈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두 번째 그림(그림2)에서는 전기차를 사서 온타리오 주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알려주는데, 이때 운전면허증 칸에는 미리 체크가 돼 있다. 사용자로 하여금프로세스에 이미 상당 부분 진척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행동경제학은 이미 수많은 기법이 해외 특히 북미에서 검증됐기에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 필요가 거의 없다. 기존 해결책을 재사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연구자들이 자신만의 기법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에 다른 기법과 효과를 비교하는 것을 터부시하지만, 이미 100여 개의 검증된 기법이 존재하기에 어떤 기법이 효과적이며 언제 무엇을 강조하거나 피해야 하는지만 알게 되면 기업과 NGO의 실무자들도 본인들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신한카드의 빅데이터 팀과 함께 2019년 초반에 수행한 행동경제학 프로젝트를 보자.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마케팅 오퍼(해당 브랜드 매장에서 1만 원 결제 시 2000원 할인)에 특정 메시지를 더한 뒤 특정 날짜에 특정한 사람들에게 보내면 광고에 대한 반응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무작위로 선발된 59만여 명의 응답을 분석했더니, 마케팅 과정에 들어간 노력을 강조하는 동양적 행동경제학 메시지가 효과가 크고, 실내에서 감정적이고 쾌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유와 필요가 있는 주말이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 광고의 효과가 좋았으며, 기존의 마케팅 활동에서 배제되고 잊혀진 중년층 고객에게 특히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에서 보듯, 행동경제학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1)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2)이미 세상에 다양한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공과대학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트리즈가 떠오른다. 트리즈(TRIZ·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는 옛 소련의 엔지니어가 모순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300만 건 이상의 특허를 분석해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적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상자 바깥outside the box을 끝없이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행동경제학도 상자 안에서inside the box검증된 해결책을 선택하여 조합한 뒤 최적의 결론을 얻어낸다. 즉 행동경제학은 일종의심리학의 트리즈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행동경제학 방법론은 그 실무 친화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조금 느리게 도입되고 있다. 각 기법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사전에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벤치마크할 프로젝트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팀을 구성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적기 때문이다.

 

                                         <그림4> 행동경제학의 문제해결 기법들

 

오히려 기업인들보다는 대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찾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행동경제학 기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진행하는 수업의 학생들을 예로 들면,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슈퍼히어로에 담배꽁초를 이용해 투표하도록 하기도 하고(사진1), 대여해 준 물품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 보증금을 받는 게 아니라 대여물품에 현금을 부착하기도 한다(사진2). 물건을 돌려놓지 않으면 현금 절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또 종이 컵홀더(슬리브)를 덜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상자를 나무 형태로 만들고, 슬리브를 꺼낼 때마다 나뭇잎이 점차 줄어들어 헐벗은 나무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사진3).

 

 

 

 

이처럼 흥미로운 행동경제학적 시도들이 대학 내에서도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번 HBR 아티클에서 화이트 교수가 제안하듯이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도 행동경제학의 방법론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빠른 속도로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주재우 교수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대에서 디자인싱킹, 신제품 개발,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kr.designmarketing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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