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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인사조직

기업이 제대로 사과하기 위해 필요한 것

매거진
2019. 11-12월호

기업이 제대로 사과하기 위해 필요한 것

어설픈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샌드라 J. 서처, 샬린 굽타

 

 

4 4일 보잉의 CEO 데니스 뮬렌버그Dennis Muilenburg는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과제에 봉착했다. 바로 두 건의 737맥스 여객기 추락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었다. 2018 10월과 2019 3월 일어난 이 사고로 승무원과 승객을 비롯해 총 236명이 사망했다. 여론의 법정은 이미 보잉의 유죄를 선고했다. 뮬렌버그는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야 했다. 어떤 식으로든 보잉이 두 건의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더 좋은 기업으로 거듭날 거라는 점을 대중에게 확신시켜야 했다.

 

난처한 과제였다. 과거에 다른 리더들도 도전했지만 항상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런 성명은 속 빈 미사여구처럼 들리기 십상이다. 진심 없이 판에 박힌 말을 하거나, 변명을 늘어놓거나,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공허하고 형식적인 사과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뮬렌버그의 초기대응은 반발을 불러왔고, 신뢰 상실을 막는 데 거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뮬렌버그는 최근에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려면 사과에 관한 근본적인 진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사과해야 마땅한 경우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사과가 최선의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 사과해야 마땅한 경우라면 회사는 적절한 대응을 치밀하게 준비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해야 한다. 우리가 진실을 말하는가? 우리가 누구를 대신해 행동하는가?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믿는 이들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가? 어려운 절체절명의 순간에 경영진이 이해관계자들에게 할 말을 잘 준비하기 위해 이 질문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지금부터 설명해 보려고 한다.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정하라

 

사과해야 마땅한 경우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이슈에 대해 사과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역량 문제일 수도 있고, 정직성 문제일 수도 있다.(이 분석은 서던캘리포니아대 피터 김Peter Kim, 버팔로 뉴욕주립대 도널드 L. 페린, 마이애미대 세실리 쿠퍼Cecily Cooper,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커트 더크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역량 문제는신뢰성의 실패와 관련돼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약속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가 이런 경우다. 정직성 문제는책임의 실패와 관련돼 있다. 회사가 이해관계자들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았거나, 의도와 상관없이 기업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못했을 때가 이에 해당한다. 특정 상황과 관련된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경우, 고객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을 우선시한 경우, 약속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피터 김과 동료들은 역량 문제로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사과가 효과적이지만, 정직성 문제에는 부인하는 게 더 나은 전략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 그 회사가 실제로 정직하게 행동했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유용한 전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역량 기반 문제인 경우에는 용서를 받기가 더 쉽다. 가장 유능한 기업과 개인도 때로는 실수를 저지른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기 때문이다. 역량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려면 문제를 일으킨 개인이나 기업이 잘못을 인식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이해해 전달하고, 앞으로 달라지겠다는 약속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직성 기반 신뢰 문제는 해결하기가 더 어렵다. 정직성 위반은 잘못을 저지른 이의 실제 인성을 반영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중은 정직성 기반 신뢰 문제가 해당 개인이나 기업의 리더십이 기본적으로 부도덕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피터 김 연구팀에 따르면, 이 경우 잘못을 부인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유죄라고 봤던 판단을 재고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자신은 그런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편이 더 낫다.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부인하더라도 절대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이해관계자와 관련한 신뢰 문제가 어떤 유형(역량인가, 정직성인가)에 속하는지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의 첫걸음이다. 정직성 기반 문제라고 진단했고, 정직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가 절대 아니라고 믿는다면 혐의를 부인해야 한다. 역량 기반 문제라고 판단했다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사과하라

 

그런 다음에는 리더가 효과적인 사과 방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사회심리학자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로데릭 크레이머Roderick Kramer와 오하이오주립대의 로이 르위키Roy Lewicki는 선행연구를 검토해서 효과적인 사과성명의 세 가지 요건을 알아냈다. 첫 번째 기준은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해관계자들의 최선의 이익을 생각해 준비한 사과이기 때문에 사과를 받는 이들의 호의를 회복시켜 준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 문제를 바로잡을 장기적 책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변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 이 연구에서 도출된 세 가지 기준은 우리가 개발한 세 가지 질문과 연결돼 있다. 효과적인 사과방법을 강구하는 기업은 이 질문들을 활용해 사과의 동기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신뢰성:우리가 진실을 말하는가?

선의:우리가 누구를 대신해 행동하는가?

책임: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믿는 이들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가?

 

위 질문에 철저하게 집중하면 CEO의 사과 성명을 신뢰 회복이라는 긴 과정의 출발점으로 삼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지금부터 각각의 질문을 살펴보자.

 

 

1. 우리가 진실을 말하는가?

 

사과를 하면 역량 기반 문제로 잃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과는 반드시 진실해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히 증거에 기반해 이해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문제의 사건과 관련해 공개돼 있는 다른 정보에도 부합해야 한다. 각 단계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진실을 말하라.사과 성명은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회사가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와 관련해 사실에 입각한 진실을 전달해야 한다. 지금과 앞으로의 회사의 입장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이 부분이 중대한 역할을 한다. 또한 좋은 사과는 회사의 신뢰성을 높이거나 훼손하는 맥락 역시 고려한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리더들은 이 부분에서 종종 실수한다. 때로는 그 실수가 미묘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우리는 늘 안전성에 집중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것이 보잉의 정체성의 핵심입니다라는 뮬렌버그 CEO의 발언에 회의적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과연 사실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두 건의 추락사고를 보면 사실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2017년 발생한 에퀴팩스Equifax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14800만 건의 고객 개인정보가 도난당했을 때도 비슷하다. CEO인 리처드 스미스Richard Smith USA투데이에우리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할 것이며, 사이버 범죄에 대한 방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보호를 원하는 모든 소비자에게 풀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에퀴팩스는 무료 신용조회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비열하고 고객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앞세운 조치였다.(이후 에퀴팩스는 신용조회프로그램 가입 후 30일 이내에 서면 통지를 통해 소송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 조치를 수정했다.) 게다가 에퀴팩스는 버그가 많은 정보유출 대응 웹사이트를 출시하고, 웹사이트 주소 대신 피싱 사이트 링크를 트위터에 올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와 대비되는 사례가 2011년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넷플릭스 CEO가 발표한 사과다. 당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과 DVD 서비스 가입비를 60%나 인상해서 고객들의 반발을 샀다. 창립자이자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 헤이스팅스는제 불찰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제 입장을 밝힐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잘못을 곧장 시인한 뒤저는 과거의 성공만을 보고 오만에 빠졌습니다라고 말했다.

 

헤이스팅스의 사과는 완벽하지 않았지만(두 달이 지난 뒤에야 사과를 했고, 고객들에게 가격 인상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의 솔직함은 호감을 샀다.

 

잘못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회사가 어떤 부분에서 잘못했는지 충분히 설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로데릭 크레이머와 로이 르위키는 연구를 통해, 기업이 역량 문제에 대해 사과할 때 외부 요인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보다 회사의 행동에 대해 충분히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훨씬 더 설득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설명이 상세할수록 잘못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관련 당사자들에게 회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뮬렌버그의조종특성향상시스템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 MCAS가 잘못된 받음각angle of attack정보에 반응해 작동된 것으로 보인다라는 발언은 MCAS가 왜 작동했으며,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에 대해 그가 상세히 조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 출시 두 달 만에 200달러를 인하하자 초기 구매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는 연휴 쇼핑시즌에 맞춰 더 많은 사람이 아이폰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목적이었다며 가격 인하의 배경을 설명하고, 이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믿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혔다. 이와 함께 핵심 문제도 지적했다. “우리는 신형 아이폰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동시에 초기구매 고객들을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 사과가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잡스가 관련 당사자들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미 드러난 (아니면 조만간 드러날) 정보를 인정하라. 리더는 이미 대중에 공개된 사실 혹은 취재기자나 내부고발자가 밝혀낼 사실을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 24시간 내내 정보가 쏟아지고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된 시대에는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이들이 기업 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미 드러난 중요한 사실을 부인하거나 둘러대거나 덮어두는 대신 솔직히 인정하면, 기업이 자사의 행위에 대한 진실을 포용한다는 인식이 강화된다.

 

737맥스 여객기 추락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시애틀타임스 등 언론의 보도는 보잉이 밝히려고 했던 정보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폭로했다. 이를테면 보잉이 두 개의 핵심적인 MCAS 기능을 기본 사양이 아니라 추가구매 사양으로 넣기로 결정했다는 사실, 추락한 두 대의 여객기 모두 이추가 기능을 구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와 비슷하게, 오스카 무노즈Oscar Munoz유나이티드항공 CEO 2017년 의사인 데이비드 다오를 기내에서 끌어내린 사건 이후 처음 발표한 성명에서유나이티드항공의 전 임직원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라고 표현하면서 부적절한 승객 대우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완전히 무시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진 다오의 피 묻은 입을 담은 영상과 무노즈가 순화된 방식으로 설명한 이 사건 간의 간극은, 유나이티드항공의 잠재고객들에게 회사의 정직성에 의구심을 품게 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대응법과 2007년 제트블루JetBlue의 대응법을 한번 비교해 보자. 밸런타인데이에 눈보라로 인해 대부분의 항공사가 비행을 취소했지만 제트블루는 운항을 강행했다. 고객들은 돈을 지불한 상태였다. 제트블루 소속 여객기 156대 가운데 단 17대만이 존 F. 케네디 공항에 남아 있었고, 9대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활주로 위 비행기 안에서 여섯 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이런 사실을 부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제트블루의 CEO 데이브 닐먼Dave Neeleman은 사과성명을 통해 운항 지연과 그 영향에 대해 자세히 되짚어본 뒤승객 여러분께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지연, 비행 취소, 수하물 분실을 비롯한 중대한 불편을 드렸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트블루 고객서비스전화 대기시간이용납할 수 없이 길었던점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2. 우리가 누구를 대신해 행동하는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나은 기업이 되겠다고 이름을 걸고 약속한 이들이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주가 돼야 한다. 그래야 회사의 과실이 사람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리더가 진심으로 이해하고 신경 쓴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세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사과의 중심을 사과하는 쪽이 아니라 사과 받는 쪽에게 둬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포함하라. 그리고 되도록 빨리 사과하라.

 

사과하는 쪽이 아니라 사과 받는 쪽에 집중하라.참사가 발생했을 때 리더라면 누구나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대중뿐만 아니라 주주와 직원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공식 사과는 리더나 임직원의 심경보다는,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의 가족과 지인처럼 피해를 입고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뮬렌버그처럼이 위대한 기업에서 일하면서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거나, 한 술 더 떠서 BP의 토니 헤이워드Tony Hayward처럼내 삶을 되돌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과의 중심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놓는 형국이 된다.

 

그 대신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2009년 일본기자클럽에서 했던 사과를 참고해야 한다. 당시 도요타는 자동차사고가 발생해 차량 380만 대를 리콜해야 했다. 도요타 사장은 사고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네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진심으로 조의를 표합니다. 고객들은 우리 차가 가장 안전한 차라고 믿었기 때문에 우리 차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고객 여러분께 심각한 심려를 끼쳤습니다. 이 회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내에서 발표하는 성명에서는 직원들이 느낄 만한 죄책감, 분노, 걱정 같은 감정을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리더 자신보다 직원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불어 내부용 성명이 밖으로 새어나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라.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언급해서 회사의 과실이 초래한 피해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다지 복잡한 일은 아니다. 보잉의 경우라면 각 추락사고의 사망자 수(라이언항공 추락사고 사망자 189, 에티오피아항공 추락사고 사망자 157)와 사망자의 신상(유엔 직원 22명을 포함한 35개 국가 출신 승객) 정도만 추가해도 된다. 사고발생일자(2018 10 29일 라이언항공 추락사고, 2019 3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추락사고) 역시 중요하다. 이 날은 단순히 사고가 발생한 날이 아니다. 누군가가 가족과 친구와 동료를 잃은 날이다. 안타깝게도 보잉은 4 4일 사과성명에서 이런 정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에 존슨앤드존슨은 2010년 유통문제로 한 탐폰 브랜드를 시장에서 철수하고,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여성 65000명에게 개인맞춤형 노래 형식의 사과동영상을 보냈다. 동영상 속 가수는 수신자의 이름을 가사에 넣었다. 존슨앤드존슨은 1만 명의 이름을 넣은 각각 다른 버전의 동영상을 만들었고, 이 동영상은 급속도로 퍼져 나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빨리 사과하라.연구는 시기적절한 사과가 올바른 사과의 중요한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직 정확한 사실이 모두 확보되지 않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갖고 있는 정보에 기반해 솔직하게 사과해야 한다. 발생한 피해에 대해 회사가 인지하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라이언항공 여객기 추락사고가 일어난 당일에, 하다못해 일주일 안에라도 보잉이 공식사과를 했더라면 737맥스에 대한 보잉의 대응이 훨씬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보잉은 사고발생일로부터 3주가 지난 11 21일에야 여섯 문장으로 된 짤막한 성명을 통해 여객기 추락에 대해 언급했다. 11

27일에는 추락한 여객기의 유지 보수에 대한 사항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시기적절성 측면에서는 2007년 눈보라 사태에 대한 제트블루의 대응이 훨씬 나았다. 사태는 2 14일과 20일 사이에 발생했다. 제트블루는 19일에 CEO인 닐먼의 사과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PwC의 사과는 제트블루보다 훨씬 빨랐다.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을 잘못 기재한 봉투가 진행자에게 전달된 2017년 오스카 시상식 진행 실수에 대해, PwC는 시상식이 끝나고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성명을 발표했다.

 

 

3.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믿는 이들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가?

 

사실관계가 정리되고 기업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지가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세 번째 질문은 회사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 앞으로 정확히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회사의 보상 계획이나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다짐이 빠진 사과 성명은 단어의 나열일 뿐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사과 성명에 이런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넣어야 할까?

 

뮬렌버그는 안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말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팀은 전 세계 항공업계를 비롯한 광범위한 커뮤니티와 협력해서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향상시킬 것을 다짐합니다. 항공기 안전에 대한 공동의 책임감이 우리 모두를 단단히 묶어줍니다.” 이 사과는 향후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포함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뮬렌버그는 사태의 책임을 규제당국과 항공업계에 은근슬쩍 떠넘겼다.

 

제트블루의 사과가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닐먼이 조속히 사과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닐먼은 향후 조치에 대한 계획을 설명하고 재발방지대책도 내놓았다. 220일 제트블루는 비행 취소나 지연에 적용되는 고객권리장전을 발표했다. 초기 버전에 비해 혜택의 범위가 줄기는 했지만 고객권리장전 개정본은 지금까지도 적용되고 있다. 2015년 말 에어비앤비 숙소제공자들이 투숙객들을 인종차별한 실태가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에 의해 밝혀졌을 때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도 이와 비슷한 조처를 취했다. 체스키는 2016 9월 숙소제공자 및 투숙객들에게 사과이메일을 보내, 차별을 겪는 투숙객들에게 숙소를 확실히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조치 계획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반차별정책을 만들고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조치를 실행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 . .

 

사과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보잉은 이미 추락사고 사망자 유가족과 주주들이 제기한 여러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직후 초기에도 불안한 징후들이 있었다. 미국 외 규제당국들은 737맥스의 운항 안전성에 대한 미연방항공청의 판단을 더 이상 따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주주들은 보잉의 주식가치를 낮췄다. 3 10일 발생한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첫 거래일에 보잉은 130억 달러의 주식가치를 잃었다. 물론 이 모든 일이 뮬렌버그의 사과성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나은 사과방식을 택했다면 이런 이슈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신뢰를 훨씬 수월하게 회복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아무리 완벽한 사과를 했다 해도 이제 겨우 문제해결의 첫걸음을 떼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발생한 피해가 클수록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더 험난할 것이다. 아무리 유려한 말로 사과했다 한들 구체적인 피해복구와 재발방지 계획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대중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샌드라 J. 서처는 하버드경영대학원 패컬티 펠로다.

샬린 굽타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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