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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은 국경을 넘지 않는다

매거진
2013. HBR in DB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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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4월 호에 실린 인시아드 마케팅 석좌교수 마르켈 코르스톈스(Marcel Corstjens)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유통 교수 라지브 랄(Rajiv Lal)의 글 ‘Retail Doesn’t Cross Bord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매력을 갖고 있다. 미국 경제가 해외로 뻗어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유럽은 불황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요즘 매출 및 이윤 증진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 바로 빠르게 성장하는 개도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수많은 선진국 기업들이 보잉(Boeing), 코카콜라(Coca-Cola), 듀폰(DuPont),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IBM, 오라클(Oracle), 유니레버(Unilever), 디즈니(Disney) 등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모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또한 해외투자를 통한 이윤 증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다양한 산업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패턴을 찾아내어 성공적인 세계화 방법을 알아내려 한다. 하지만 이런 패턴이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필자들은 단 하나의 산업, 즉 식료품 유통산업(grocery retailing)에 주목한 결과 몇 개의 예외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유통업체는 세계화의 이점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산업과는 달리 식료품 유통산업은 대다수의 국가에서 여전히 현지기업의 지배적인 영향력하에 놓여 있다. 해외기업들은 심지어 가장 규모가 큰 소매 시장에서조차 거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해외 진출을 감행한 경험이 있는 모든 식료품 유통업체들은 성공보다 실패를 맛볼 때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필자들은 연구에서 평균적으로 국제화 수준이 유통업체의 매출 성장률이나 이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경을 넘어서 성공하기 힘든 산업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식료품 산업이 갖고 있는 특수한 성격을 감안한 전략을 수립해 세계화에 성공한 식료품 유통업체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이런 기업들은 자국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냈다.) 필자들은 이 기업들의 경험을 토대로 유통업체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세계화 규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물론 이 규칙들이 해외 진출을 꿈꾸는 다른 부류의 기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세계화의 압박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꿈꾸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이유로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주는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 위험 분산 필요성,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기존 리더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는 열망, 국내 시장 내에서 회사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을 때 규제기관이 가하는 제약을 상쇄해야 할 필요성 등이 있다.

 

하지만 세계화를 추구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성장이다. 유통은 수익이 그리 높지 않은 사업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월마트(Walmart) 2009년 예상 판매 성장률(주가 평가액 기준) 8.5%였다. 주식 투자 데이터베이스 밸류라인(ValueLine)에 의하면 이는 곧 2009년 한 해 동안 판매가 340억 달러 증가하고 향후 5년 동안 매출이 4000억 달러에서 6000억 달러로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초대형 소비재 기업 P&G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 성장률은 5.5%에 불과했다. 이는 곧 2009년 한 해 동안 판매가 45억 달러 증가하고 향후 5년 동안 판매가 830억 달러에서 1080억 달러로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월마트에 기대하는 판매 수치와 비교했을 때 5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숫자다.

 

끊임없는 성장 압박 탓에 세계화를 위한 책략이 기회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공들여 수립한 장기 전략이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 월마트는 1999년에 사전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Asda)를 매수해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 월마트는 원래 당시 규모가 작았던 독일 사업부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스다가 영국의 백색 가전 유통업체 킹피셔(Kingfisher)와의 합병을 발표하자 재빨리 아스다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월마트는 아스다가 자사의 포지셔닝 및 운영 현황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아스다를 인수했다. 하지만 월마트의 아스다 인수는 사내에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월마트의 해외사업 책임자 밥 마틴(Bob Martin)은 결국 아스다 인수 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유통산업의 지리적인 확장 패턴을 보면 당혹스러운 느낌이 든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10대 유통업체의 판매는 3배 증가했지만 이 기업들의 글로벌 판매는 5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2000년의 판매 규모가 매우 작은 것이 사실이다.) 식료품 유통업체들이 매출과 이윤을 늘리기 위해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최대 규모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 5개 국 모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유통업체는 단 한 하나도 없다. 월마트는 아직 유럽 대륙과 일본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월마트 외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2개의 유통체인 역시 해외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유통산업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프랑스의 카르푸(Carrefour)는 미국, 일본, 독일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물론 미국과 일본, 독일 시장 모두를 파고들기 위해 노력은 했다.) 세계 유통시장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영국의 테스코(Tesco) 역시 프랑스에서 철수한 이후 기타 유럽 국가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에서 소규모로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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