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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혁신

디지털 시대,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찾아라

매거진
2022. 7-8월호
062

INNOVATION

디지털 시대,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찾아라



내용 요약

문제

유명한 혁신가들조차도 충족되지 않은 고객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솔루션

사분면 프레임워크가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 사용자를 줌인해서 자세히 보거나(현미경 전략), 총체적인 행동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파노라마 전략). 마찬가지로 핵심 사용자 이외의 사용자들을 자세히 보거나(망원경 전략), 이들이 집단적으로 나타내는 패턴을 연구할 수도 있다(만화경 전략).



혁신이란 사람들의 채워지지 않은 니즈를 찾아내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건 기업가 정신의 기본 중 기본이다. 고객은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보다 새로운 것이 나와 자신이 가진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상황파악 능력이 남다른 혁신가와 조직도 이런 니즈를 인식하고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마존을 생각해보자. ‘고객 강박’적 회사가 되겠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아마존은 다른 이해관계자의 니즈는 놓쳤다. 입점 기업들이다. 아마존은 입점 기업들을 쥐어짰다. 다른 공급업체나 자사 제품의 모조품과 경쟁하도록 강요하고, 가상 상점의 고객맞춤 기능을 제한했으며, 결제 옵션도 제한했다.

쇼피파이Shopify는 사용이 쉽고 가격이 저렴한 툴을 도입해 판매자가 스스로 온라인 상점의 환경을 설정할 수 있게 했고, 이를 통해 고객 관계를 계속 관리할 수 있게 해줬다. 2021년 쇼피파이의 순매출은 46억 달러, 시총은 1710억 달러에 이른다. 아마존이 간과한 니즈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아마존은 실수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며 셀즈Selz를 인수했다. 셀즈는 호주의 스타트업으로 온라인 상점 개설을 지원하는 툴을 만든다.

연구원, 교수, 컨설턴트로 일하며 우리는 수많은 혁신가, 기업가, 기업을 연구해 이들이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파악(때로는 오판)하는 방식을 배우고자 했다. 즉 고객의 문제와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할 가능성을 높이려면 방식과 시야를 다양화해야 한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이를 지원해 줄 사분면 프레임워크를 소개할 것이다. 혁신가들이 각 요소를 어떻게 사용했고, 디지털 기술이 전통적 방식을 어떻게 보강할 수 있을지 설명한다.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찾는 데는 두 가지 접근방식이 있다. 주 사용자에 대한 시각을 개선하고 이례적인 사용자를 관찰해 시각을 바꾸는 것이다. 각각에 대해 초점을 더 좁히거나 시야를 더 넓힐 수 있다. 주류 사용자를 줌인 해서 일상적 경험을 자세히 보거나(현미경 전략), 뒤로 물러나 총체적인 행동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파노라마 전략). 마찬가지로 핵심 사용자 이외의 사용자를 자세히 보거나(망원경 전략), 이들이 집단적으로 나타내는 패턴을 더 넓은 시야로 볼 수도 있다(만화경 전략). (64페이지‘네 가지 시야’ 참고)

현미경 전략

주류 사용자의 실제 경험을 확대해서 보면 포커스 그룹, 인터뷰, 또는 설문으로 드러나지 않은 니즈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혼자 활동하는 많은 혁신가에게 이는 자연스러운 출발점이다. 이들은 개인적 경험을 통해 간과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예를 들면 하비에르 라라고이티Javier Larragoiti는 당뇨를 앓는 아버지가 설탕 대용품의 맛을 싫어한 나머지 짜여진 식단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중에 생화학공학 전공 대학원생이 된 하비에르는 설탕과 맛이 거의 같지만 혈당 수치에는 영향이 없는 자일리톨을 저렴하게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껌과 기타 제품에 오랫동안 사용돼 왔지만 자작나무의 일종에서 추출한 원래의 생산공정 때문에 감미료로 매일 사용하기에는 너무 비쌌다. 하비에르는 멕시코 옥수수밭의 농업 폐기물을 사용해 훨씬 더 저렴하게 자일리톨을 만들 수 있고, 폐기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유해 배출물도 줄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부 조직은 현장의 식견을 모으기 위해 사용자 경험과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과 같은 개념에 의존해 왔다. 또 어떤 조직은 인류학자를 사내 전문가나 외부 컨설턴트로 고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레고로, 한때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어린이들이 노는 모습을 직접 관찰해 지금은 매출 기준 세계 최대의 장난감 제조업체로 부상했다.(레고와 다른 회사에서 사회과학자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BR 2014년 3월호 ‘술집으로 걸어 들어간 인류학자’ 참고)

면밀한 관찰은 기술 부문에서 더욱 중요하다. 인텔의 사내 인류학자들은 게이머의 집에서 며칠을 보내며 이들의 열정, 좌절, 니즈, 욕구를 이해해 이런 니즈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칩 개발을 지원했다. 인텔의 인류학자 켄 앤더슨Ken Anderson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기술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다른 기업보다 더 고객과 괴리감이 커질 위험이 있다”고 말하며 엔지니어들이 기술 그 자체와 사랑에 빠져 사용자도 그럴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버린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다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에서 인류학자를 많이 채용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디지털이 더할 수 있는 것. 스마트폰, IoT 센서, 웨어러블 기술, 스마트 홈 장치의 확산으로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원활하게 데이터를 드러나지 않게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다. 설문조사나 다른 전통적 평가도구와 달리 디지털 기술은 실제 행동의 변화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고, 자기 보고와 소급 편향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의 정확성과 풍부함은 의료 관련 분야에 특히 유용하며 이런 유용성이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2016년 제과회사의 사업부 중 하나였던 마스 펫케어Mars Petcare는 개를 위한 핏빗Fitbit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 칼라(개목걸이)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휘슬 랩스Whistle Labs를 인수했다. 이 장치와 연결 앱은 견주들로 하여금 반려견의 건강과 활동을 체크하고 길을 잃으면 위치를 추적하도록 해 준다. 하지만 마스에 이 장치의 진정한 가치는 매출이 아니다. 앱이 (사용자 허가하에) 수집하는 익명 데이터다. 이를 통해 마스는 반려동물 소유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고,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파악할 채널이 생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품종, 나이, 체구에 따른 개의 활동 요건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이는 프리미엄 품질의 반려동물 사료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의 행동을 살펴볼 수도 있는데, 수면장애 또는 긁고 핥는 행동이 늘어나는 것은 질병의 징후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통찰은 보다 총체적 가치 제안을 위한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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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전략

주류 사용자 개개인을 자세히 보는 것 이외에도 오류, 불만, 사고와 같이 취약한 신호를 증폭시키는 집계 데이터를 보면서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추론할 수 있다.

1989년 뉴질랜드의 기계공학 교수인 키스 알렉산더Keith Alexander는 딸을 위해 트램펄린을 사려고 했다. 그의 아내는 트램펄린이 안전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그는 아내를 설득했지만 그녀가 옳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트램펄린으로 입는 부상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알렉산더가 데이터를 깊게 파보니 무작위 사고라고 분류된 사고 대부분이 실제로는 제품의 특징 때문이었다. 금속 스프링과 틀이 있고 울타리가 없어 추락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알렉산더는 스프링이 없고 그물망으로 둘러싸인 가정용 트램펄린을 설계했고, 작은 틈새 시장이었던 트램펄린 시장은 거대한 세계 시장으로 성장했다.

디지털이 더할 수 있는 것.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면 다수의 개인이 하는 행동을 훨씬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여러 소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추세를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당뇨병, 심장병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고, 스마트폰의 센서는 전반적인 준수율을 표시하는 데이터베이스에 정보를 제공한다. 아일랜드 의사 트리그비 토르게이어손Tryggvi Thorgeirsson은 디지털식 생활습관 변화 프로그램 사용자의 중단율이 높다는 데에 놀라 이 앱이 사용자의 욕구를 다 충족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재미’가 빠졌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두뇌의 이성적인 면에서만 흥미를 느끼도록 설계됐다. 제품 개발자들은 참가자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갖고 있으므로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가정했다.

토르게이어손은 참여도와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 게임 디자인의 요소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는 아이슬란드 회사 CCP 게임스와 협업해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사이드킥 헬스Sidekick Health를 만들었다. 원격 감지는 어떤 운동이 어떤 사용자 그룹과 어떤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인지 회사에 알려준다. 기계 학습을 통해 회사는 사용자에게 개인적 니즈와 선호도에 맞는 운동을 알려준다. 이 플랫폼은 임상적 결과를 크게 개선시켰고 참여율도 높였다. 최근 실험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사용자는 일반적인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용자보다 체중감량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3배 높았고,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지킬 가능성도 30% 더 높았다.

디지털 기술은 우울증 환자들 사이에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2015년 조 아가왈Jo Aggarwal과 그녀의 남편 라마칸트 벰파티Ramakant Vempati는 이동성, 수면, 의사소통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내장 스마트폰 기능을 통해 노인의 우울증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앱인 스테이 클로즈StayClose를 개발했다. 이 앱은 신뢰도가 높았고, 우울증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우울증이 있지만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것도 알렸다. 아가왈과 벰파티는 AI 기반 챗봇 와이사Wysa를 개발했는데, 이는 70개 이상의 감정 유형을 인식하고 공감과 연민을 갖고 응답할 수 있다.

스테이 클로즈가 제품으로 출시된 적은 없지만 이를 통해 수집된 통찰은 와이사의 개발을 촉진했고, 현재 연령불문 전 세계 35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이를 사용한다.

망원경 전략

같은 상황에서 같은 도구를 사용해 같은 사람들을 계속 보고 상호작용하면 틀 밖의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 관성적 관점을 바꾸기 위해서는 비주류 사용자, 극단적 사용자, 비사용자를 연구할 필요도 있다. 아웃사이더의 니즈는 잡음으로 치부될 때가 많다. 그러나 주변부의 사용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수의 사용자들이 겪는 문제를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

라이브 공연 주최자인 크리스 쉘드릭Chris Sheldrick은 공연에 오는 뮤지션과 그 일행이 특이한 문제를 겪는다는 걸 알게 됐다. 공연은 주로 공식적 주소가 없는 외딴 지역의 야외에서 열릴 때가 많다. 16자리 GPS 좌표는 적절치 않았다. 부정확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실수(잘못 입력하거나 잘못 읽거나 잘못 들음) 때문이었다. 크리스는 이 문제를 단순히 사업상 불가피한 리스크로 치부하지 않고, 위치를 보다 더 간단하게 알고싶은 충족되지 않은 니즈로 생각했다. 그는 세 단어 조합으로 지구상의 모든 3m2 구역을 식별하는 앱을 만들었다. What3words는 지금 GPS를 훌륭하게 대체하고 있다. 영국 긴급구조기관, 차량 고장 서비스, 도미노피자, 론리 플래닛, 에어비앤비 등의 기관과 조직이 이 앱을 사용한다.

또한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어 기존 제품으로 생활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집중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을 위해 고안한 솔루션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쓰일 수 있다. 오디오북은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전동칫솔은 움직임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발명됐다. 가정용품 기업가인 샘 파버Sam Farber는 관절염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옥소 굿 그립스OXO Good Grips 주방용품을 개발했다. 모든 사람이 두꺼운 고무 손잡이를 더 편리하다고 여겼고, 오디오북, 전동칫솔과 마찬가지로 이 용품은 초기의 틈새시장을 빠르게 넘어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주류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제품을 잘못 사용하는 사람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 가전제품 업계의 거물 하이얼Haier은 농촌지방의 고객들로부터 배수호스가 계속 막힌다는 불만을 받았다. 수리기사들이 나가보니 이 고객들은 뿌리채소를 시장에 내놓기 전에 세탁기로 씻고 있었다. 그래서 하이얼은 두 가지 용도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했고, 초기 생산한 1만 대를 금세 팔아치웠다. 더 중요한 것은 미묘한 니즈에 대해 섬세하게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세탁장비 공급업체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디지털이 더할 수 있는 것. 아웃사이더, 극단적 사용자, 어려움을 가진 사용자, 오용자들은 원래의 뜻대로 하자면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객군이다. 지금은 이런 틈새 고객군이 레딧Reddit, 페이스북, 쿼라Quora, 링크트인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모이는 경우가 많아 훨씬 쉽게 관찰하고 교류하고 배울 수 있다. 이 플랫폼들은 통찰력의 보고와도 같은 곳이다. 레딧에는 특정 주제에 맞춘 하위 레딧이 280만 개가 있고, 링크트인에는 200만 개의 그룹이 있으며, 페이스북에도 6억4000만 개의 그룹이 있다. 이들 중 다수에 구글 검색이나 거미서치GummySearch 같은 특수 목적 제공업체를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레고는 여기서도 딱 좋은 사례다. 레고 고위임원인 제이크 맥키Jake McKee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성인 팬들은 대부분 짜증나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레고의 성인팬(AFOL)은 회사에 팬레터와 신제품 제안서를 보냈지만 언제나 ‘요청하지 않은 아이디어는 수용하지 않습니다’라는 답장만 받았다.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레고 경영진은 커뮤니티로서 AFOL의 참여와 창의성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성인 사용자 그룹의 수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1999년 11개 였지만 2006년에는 전 세계 60개로 늘어났다. 성인 애호가는 여전히 비주류지만 성인과 십대 모두에게 매력있는, 조립이 더 까다로운 세트에 대한 욕구가 분명한 그룹이었다. 2007년 시카고 건축가이자 레고 애호가인 애덤 리드 터커Adam Reed Tucker는 상징적 건물을 재현하자는 아이디어를 레고에 보냈다. 레고는 그와 협업해 시어스타워 세트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 세트는 매우 빨리 매진됐을 뿐 아니라 동일 크기의 어린이용 키트 가격의 두 배였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피사의 사탑을 포함해 인기 있고 수익성 있는 레고 건축물 라인이 출시됐다. 시어스타워 사례는 레고가 성인 사용자 커뮤니티로부터의 학습에 관한 인식을 크게 바꿨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만화경 전략

기존의 관점을 뒤틀어 보기 위해 먼 곳에 있는 관계자를 총체적으로 보기도 하고, 충족되지 않은 니즈에 해당하는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다. 이것은 만화경에서 패턴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기존 기업에서 일하는 기업가들에게 어려운 점은 공급업체, 유통업체, 경쟁업체 등에서 만나는 일반적인 관계자 밖으로는 눈을 돌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직의 전략적 초점과 기본 방침 때문에 한동안은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눈길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볼보를 생각해보자. 볼보가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많은 기능은 업계 표준이 됐고 볼보는 이를 통해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10년 전 볼보는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 사용자들에 주목했다.

2010년까지 스웨덴 보험 데이터를 보면 자전거 사용자가 다른 도로 이용자보다 사망자 비율이 높았다. 이는 곧 충족되지 않은 안전상의 니즈가 새로 나타났다는 의미였고, 볼보는 다양한 자동차 혁신으로 이에 대응했다. 자동차 내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도로 위 모두를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자전거 감지 센서, 자동 제동, 외부 에어백, 피곤하고 산만하고 술에 취한 운전자를 감지해 개입하는 센서 등이 새로 도입됐다. 이런 혁신의 일부는 다른 동물의 상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볼보의 레이더 기반 기술 덕분에 운전자들은 밤이든 낮이든 전방 300m를 볼 수 있고, 사슴, 엘크, 무스 등 대형 동물이 차로에 들어서면 동물의 윤곽을 자동 감지한다.

만화경 전략은 NGO, 규제기관, 정보 수집기관, 중개자와 같이 해당 영역에 더 넓은 관점을 가진 당사자와 협력해 실행할 수 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직후, 컬럼비아건축대학원의 어느 교수는 구호품을 디자인하라는 과제를 내줬다. 대부분은 건축학도답게 쉽게 조립할 수 있는 보호소를 디자인해 왔다. 그러나 아나 스톡크Anna Stork와 안드레아 스레쉬타Andrea Sreshta는 다른 방향을 취했다. 이들은 밤에 불이 꺼진 난민수용소 내의 성폭행과 기타 범죄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고 경악했다.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사건을 보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지만 유엔 참관단, 구호활동가, 자원봉사 간호사를 접촉할 수 있는 언론인들 덕분에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안나와 안드레아는 난민들이 보호소와 음식, 물, 의료품 등 기본 공급품 외에도 밤에는 안전이라는 충족되지 않은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의 솔루션은 루미네이드LuminAID로서, 작은 조명을 부풀려서 태양광을 받아 쓰는 방식이었다. 이 제품은 NGO인 셸터박스Shelterbox가 도입한 후 캠핑족들을 대상으로 상업적 시장이 형성됐다.

디지털이 추가할 수 있는 것. 고객의 마음을 읽는 도구, 비구조화 데이터 스크래핑 알고리즘, 시맨틱 AI의 도움을 받으면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걸러내 그 안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포커스 그룹이나 설문조사와 달리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는 사용 중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어떤 오작동, 불편, 누락된 기능 등에 따른 사용자의 감정적 상태를 조명하는 ‘경험의 순간’에 통찰을 포착할 때가 많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소비자 건강 사업(현 할레온Haleon)을 보자. 2020년 이 거대 제약회사는 시장조사 및 컨설팅 회사인 입소스Ipsos와 협력해 처방받지 않는 독감과 감기약에 관한 최근 동향을 조사했다. 연구원들은 지난 3년 동안 UGC용 웹을 스크랩하고 의미론적 AI를 적용해 환자, 의사, 약사를 위한 플랫폼과 자연 요법 및 육아와 같은 주제에 관련된 포럼에서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찾아냈다.

연구원들은 이런 니즈의 중요성과 성장을 매핑해 어린이용을 비롯해 천연 제품, 면역 강화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밝혔다. 데이터는 또한 기침과 발열 증상을 완화시키는 제품의 효과에 대해 소비자가 크게 불만족하고 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AI 필터를 더욱 개선해 연구원들은 이런 니즈를 해결했던 주요 사용자(열받은 부모 포함)의 DIY 솔루션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는 아기의 코 아래에 쉽게 바를 수 있는 비염치료제를 채운 롤온 향수병이었다. 다른 하나는 뇌간의 기침반사궁을 표적으로 하는,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는 기침 억제제였다. 이 둘 모두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시도는 사용자가 겪는 어려움을 부각하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자극한다. GSK의 전환과 역량부 글로벌 헤드인 제임스 살로스James Sallows는 “이런 접근 덕분에 우리는 소셜데이터를 활용해서 충족되지 않은 니즈와 혁신 기회에 대한 현실적이고 넓은 식견을 구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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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두 합쳐보자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을 최적화하려면 앞서 설명한 전략을 각각 사용해야 한다. 정해진 출발점은 없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주류 사용자의 시야(현미경 및 파노라마 방식)를 개선하는 것이 시야를 바꾸는 것(망원경 및 만화경 방식)보다 쉽고 직관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후자는 기존 고객과 시장 너머를 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4가지 전략은 결합해야 효과를 본다. 가치의 대부분은 관점을 바꾸고 여기서 나오는 통찰을 통합해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류 사용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체 그림을 보려면 즉, 숲과 나무를 다 보려면 현미경 전략과 파노라마 전략을 모두 써야할 때가 많다.

테레사 하지Teresa Hodge는 화이트칼라 범죄로 복역하면서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로 들떠 감옥을 떠났던 많은 여성이 1년 이내에 재수감되는 것을 봤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줌인), 데레사는 직업이 없으면 다시 일어서기가 매우 어렵고, 수감 기록으로 그들이 거의 실업 상태로 지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의 딸 로린은 사회학 전공자로 수감, 재취업, 재범 및 이로 인해 가족이 받는 영향(줌아웃)에 관한 데이터를 전국적으로 모으고 있었다. 로린의 연구는 낮은 재취업률이 만연한 문제임에도 방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테레사가 석방된 후 모녀는 ‘미션: 런치’ 재단을 세워 수감자들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돕고자 했다. 이들은 직장, 주택, 대출을 원하는 전 재소자들의 리스크를 정교하게 평가하는 디지털 툴인 R3 스코어도 만들었다.

디지털 기술은 결합된 전략을 쉽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자면 현미경과 파노라마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해준다. 마스 펫케어의 스마트 칼라를 통해 회사는 반려견 각각의 건강 및 운동에 관한 니즈를 목표로 하고, 다양한 품종의 영양 문제를 파악하고, 견주 커뮤니티가 전반적으로 관심을 갖는 건강 문제, 즉 반려견의 비만 문제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기계학습과 시맨틱 필터를 사용하면 다양한 사람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위에도 언급했듯 GSK는 다양한 그룹(환자, 의사, 약사, 부모)을 조사해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파악하면서 특정 하위 그룹(새로 부모가 된 그룹)의 니즈도 전반적으로 파악했다. 프로세스를 약간만 뒤틀면 자체적으로 솔루션을 만들고 있는 주요 사용자를 찾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디지털로의 전환만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디지털 기술은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패턴과 데이터를 드러낼 수 있지만 중요한 신호를 억제하기도 한다. 대면을 통한 감각적 과정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감정, 직관, 배경 등이 그런 신호다. 물리적 접근과 디지털 접근은 서로 가장 좋은 보완책이다. 이를 함께 사용하면 그 어느때보다 더 멀리 더 크게 볼 수 있다.


장루이 바르수(Jean-Louis Barsoux)는 IMD 연구 교수다.
마이클 웨이드(Michael Wade)는 IMD 혁신과 전략과정 교수이자 디지털 비즈니스 전환 시스코 교수직을 맡고 있다.
시릴 부케(Cyril Bouquet)는 IMD의 전략과 혁신 교수다. 이들은 (2021)를 공저했다.

번역 송채영 에디팅 장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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