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사업체들이 고객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자리했던 시절에는 ‘신용’이란 비교적 단순한 문제였다. 상인들은 십중팔구 고객과 개인적인 친분을 갖고 있었고, 따라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불 능력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가 열리고 채권자와 채무자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신용거래 리스크는 훨씬 커졌다. 이러한 사실은 1837년에 일어난 대공황^{Panic of 1837}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그 후 6년간 이어진 경기침체로 인해 수많은 사업체들이 도산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루이스 태판^{Lewis Tappan}은 최초의 신용평가사를 세우기에 이른다. 1841년 뉴욕에 설립된 머컨타일 에이전시^{Mercantile Agency}는 기업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안내서로 발행했다. 머지않아 로버트 던^{Robert Dun}이라는 인물이 이 회사를 인수했는데, 그는 뒤이어 존 브래드스트리트^{John Bradstreet}가 세운 경쟁업체와 힘을 합쳤다.

이렇게 탄생한 던 앤 브래드스트리트^{Dun & Bradstreet}를 비롯한 여타 신용평가업체들은 미국의 서부 변경에서 사업을 개척하려고 애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몇 가지 측면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 현대의 상업이 새로운 기반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 이 업체들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신용평가서를 작성했다. 또 그러한 과정에서 이뤄진 정보의 수집, 추적, 중앙화, 저장 작업은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전조이기도 했다.

사업 동향을 파악하는 새로운 방법

1840년대부터 머컨타일 에이전시(후에 R.G. 던 앤 컴퍼니R.G. Dun & Company가 된다)는 현장에 조사원들을 파견해 사업체들의 신용도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거대한 원장(元帳)으로 정리했고, 이를 다시 참고문헌 형태로 압축해 배포했다. 심층평가 자료는 신용평가 서비스 가입자들만이 열람할 수 있었다.

출처 메이시 앤 컴퍼니: 던 앤 컴퍼니 신용평가서, 뉴욕, 215권, 700p A/32, 하버드경영대학원 도서관; 모리스 클라크 & 존 록펠러: 던 앤 컴퍼니 신용평가서, 오하이오, 41권, 169p, 하버드경영대학원 도서관; 동판: 신용 – 인간에 대한 인간의 신뢰, 1939년, 게오르그 로버, 하버드경영대학원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