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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자들은 실제로 투자 피치를 어떻게 평가할까? 外

매거진
2017. 5월호

IDEA WATCH

벤처투자자들은 실제로 투자 피치를 어떻게 평가할까?

큰 차이를 만드는 의외의 행동전략

 

 

교수로 강단에 서기 전까지 락슈미 발라찬드라Lakshmi Balachandra는 두 곳의 벤처투자회사에서 일하며 몇 년 동안 기이한 현상을 일상적으로 목격했다. 먼저 창업자들이 보낸 사업계획서를 살펴본 벤처투자자(VC)들이 흥미를 느낀다. 관련 업계에 대해 좀 더 알아본 후 이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발 빠르게 창업자를 공식 초대해 투자 피치 미팅을 갖는다. 그런데 미팅이 끝날 무렵 투자에 대한 VC들의 뜨겁던 관심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린다. 문서상으로 그토록 유망하던 사업 아이디어는 왜 기안자가 직접 와서 내용을 설명하니 오발탄이 되고 만 것일까? 지금은 밥슨대 조교수로 자리를 옮긴 발라찬드라는 이렇게 말한다. “그 질문이 바로 저를 박사과정으로 이끈 결정적인 동기입니다. 투자자와 창업자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해보고 싶었죠.”

 

연구 시작 전에도 발라찬드라 교수에게는 모종의 직감이 있었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자신이 설명하는 내용, 즉 파워포인트 등에 담긴 정보와 논리가 투자를 크게 좌우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VC는 피치 자료를 이미 살펴본 후 미팅에 들어오는 것이고, 대면 인터뷰에서는 일부 모호했던 점을 확인하거나 인품을 파악하는 데 더 중점을 둔다. 이들간의 역학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하고자 발라찬드라 교수는 피치 미팅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기록해서 결과를 정량화하는 데 거의 10년을 보냈다. 일부 패턴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창업자가 피치를 진행하며 밝은 웃음으로 분위기로 이끌거나, 창업자와 투자자의 공통된 친구에 관한 대화가 오가는 경우에는 확실히 투자 성공률이 높았다. 하지만 심층분석 결과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대략적 결론이 드러났다.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발라찬드라 교수는 실제 VC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MIT의 한 창업 경진대회에서 녹화된 1분 피치 동영상 185개를 입수했다. 그런 다음 통계자료 원본의 1차 분석과 분류를 담당하는코더coder들에게 소리를 끄고 오직 영상만으로 각 발표자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이는지, 또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보이는지를 평가하게 했다. 각 스타트업이 진출하려는 시장의 규모나 발표자의 성별, 매력성 등의 변수는 통제한 상태였다. VC와 창업자들은 일반적으로 열정을 활력, 끈기, 결의를 가리키는 매우 긍정적인 속성으로 인식하곤 한다. “VC는 창업자에게 최대한 빨리 사업을 진행하고 밤낮없이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모습을 기대한다는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다고 발라찬드라 교수는 지적한다. 하지만 분석에 참여한 코더들이 내린 평가와 실제 대회에서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을 비교한 결과는 그 반대였다. 평가위원들은 침착한 언행의 발표자를 선호했다. 사람들이 차분한 성품과 리더십의 힘을 동일시한다는 점은 후속연구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따라서 창업 피치 중에는 열정을 적당히 절제하면서 냉철한 준비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는 능력보다 강하다.발라찬드라 교수는 매달 팀당 20분 길이의 스타트업 투자 피치를 들어보는 모임을 개최하는 캘리포니아 지역 엔젤투자자 네트워크의 협조로 두 번째 연구를 진행했다. 피치가 끝날 때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의견에 대한 상세 설문지를 작성하고 회사에 대한 실사(투자 전 다음 단계)를 원하는지를 적었다. 그 결과 특정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창업자의 유능한 정도보다 인성과 신뢰도에 대한 인식이 더 크게 작용했음이 나타났다. 발라찬드라 교수는 이것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재무, IT 경력 등의 스킬역량이 부족한 CEO는 직접 교육을 받거나 이를 보강하는 인재 고용으로 만회할 수 있지만, 인성 문제는 좀처럼 극복이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엔젤투자자들은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벤처창업자와 수년간 긴밀하게 협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새로운 파트너가 정직하고 솔직한 방식으로 행동하며 불필요한 위험을 끌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증거를 찾는다. 실제 해당 연구결과 역시 신뢰도를 강조한 창업자가 투자 유치에 성공할 확률이 10% 더 높게 나타났다.

 

코칭을 통한 발전 가능성이 중요하다.전형적인 VC보다 앞선 단계에서 사업에 참여하는 엔젤투자자들은 특히 잠재수익만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이들에게는 이른바실전 코치형투자자로서의 자존심도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엔젤투자자는 실천형 멘토가 되기를 원하며, 자신의 풍부한 창업 경험을 살려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투자를 선호한다. 그러려면 스타트업 창업자가 피드백을 잘 수용하며 훌륭한창업 후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발라찬드라 교수가 계속해서 캘리포니아 지역 투자자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으며 설문조사 및 비디오 세션 평가를 진행한 결과 도출한 내용이다. 코더들은 영상 속 발표자들을 관찰하며 질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를 짓는 등 어떤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을 보여주는 반응에 주목했다. 분석과 설문 결과를 종합해 보니 피치를 하는 창업자가열린 사고의 소유자임이 느껴지고, 이와 동시에 투자자 자신이 해당 업체에 가치를 더할 수 있을 만큼 그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일 때 실사 단계로 이행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젠더 고정관념은 여전히 작용한다.발라찬드라 교수는 처음 벤처투자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여성 VC나 창업자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VC 94%가 남성이다. 참고로 그가 택했던 다음 직장은 임직원 모두가 여성이고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만 지원하는 기업이었다. 발라찬드라 교수와 동료들은 VC가 여성 창업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MIT 창업대회의 기록영상을 분석하기로 했다. 코더들은 발표자의 성별 및 이들이 보인 행동을 일반적 기준에서의 남성적 성향(박력, 지배성향, 공격성, 단호함 등)과 여성적 성향(따뜻함, 감수성, 표현력, 감성 등)으로 구분하여 집계했다. 결과를 분석해 보니 성별 자체는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대체로여성적 성향의 행동을 많이 취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피치 성공 확률이 낮았다. 발라찬드라 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가여성성에 대한 VC들의 부정적 편향을 보여주는 것이며, “VC들이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몇 가지 행동유형이 있다. 표현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면 연습을 통해 이런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교훈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피치 전략을 짤 때는업무적차원의 발표가 아니라 임기응변을 염두에 둔 즉흥적 대화 형태로 접근해야 하며, 나의 태도와 사고방식이 경영능력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리고 질문이 들어오면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중하게 답하자. 답이 막혔을 때는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하거나 투자자의 의견을 꼭 물어보자. 질문이 비판적이라고 해서 방어적으로 대응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발라찬드라 교수의 조언처럼 준비해온 자료의디테일에 집착하지 말고 차분하며 냉정하게 열린 마음으로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번역: 손용수 / 에디팅: 석정훈

 

참고자료<Calm, Cool and Competent: The Impact of an Entrepreneur’s Displayed Emotions on Investor Decisions> L. Balachandra, A. Corbett(연구논문), L. Balachandra(연구논문), L. Balachandra, H. Sapienza, D. Kim(연구논문), <Don’t Pitch Like a Girl! How Gender Stereotypes Influence Investor Decisions> L. Balachandra et al.(Entrepreneurship Theory and Practice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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