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EDITOR'S PICK

“CD는 초당 최대 2만 번에 이르는 주파수 범위(20kHz)를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포맷(슈퍼오디오)의 범위는 최대 50kHz에 이른다. 이는 엄청난 최고급이지만 인간의 청력은 20kHz쯤에서 최고점에 도달하기 때문에 집안의 애완견만 이를 즐길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p.101)

CD를 대체하기 위해 소니와 필립스가 ‘슈퍼오디오’란 새로운 포맷을 개발했습니다. CD를 능가하는 탁월한 포맷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야심차게 개발한 기술이지만 현재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시장에서 고객들은 이 기술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슈퍼오디오 입장에서는 음질 측면에서 형편없는 수준으로 볼 수 있는 mp3 포맷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엄청난 고급 기술로 최고의 음질을 구현했지만, 절반 정도의 고객들은 CD와 슈퍼오디오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반면 강아지들은 잘 구분한다고 하네요. 이 사례는 기업들에 큰 시사점을 줍니다. 고객가치 요소 가운데 우리가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요소가 시장 선택을 받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개선이 이뤄진 경우 추가적인 개선을 위해 엄청난 자원을 투자하더라도 고객가치 향상은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혁신과 관련해서 깊은 울림과 통찰을 주는 아티클입니다.

“강사진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다. 그들은 마치 하나의 공연처럼 회원들을 45분간 육체적, 감정적 그리고 음악적 여행코스로 안내한다.”(p.32)

이번 호에 실린 소울사이클의 사례는 큰 영감을 줍니다. 한국에서도 피트니스센터 간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업계 종사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소울사이클은 고객경험 극대화라는 화두에 집착해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은 강사들입니다. 그들은 고객들이 매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조명, 노래, 멘트 등을 바꿔가면서 엄청난 운동량과 함께 최고의 흥분감을 제공합니다. 고객들에게 흥분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소울사이클은 강사 선발부터 엄격한 절차를 거칩니다. 강사 선발과정도 매우 엄격하고 선발 이후에도 12주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고 합니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우대하지 않는 수평적 공동체 문화를 유지하면서 운동 후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유도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보입니다. 체험경제 시대에 가장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경험과 관련한 이슈로 고민하고 있는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들의 필독을 권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실시한 설문 결과에서도 80%의 CEO가 자사의 CMO를 믿지 않거나 실망스럽게 여긴다고 답해 이들 간의 갈등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p.40)

이번 호 스포트라이트는 CMO의 이슈를 다뤘습니다. 유독 C레벨 임원들 가운데 CMO의 임기가 매우 짧습니다. CMO에 대한 CEO의 불신 수준도 높습니다. CIO나 CFO에 대한 CEO의 불신 수준은 10% 정도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유독 CMO가 회사 내부에서 심각한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필자들은 CMO 직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이에 대한 경영진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런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것인지, 실제 판촉이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전사 차원에서 전략과 실행을 모두 책임지는 총괄형 CMO 역할을 맡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기 때문에 책임과 권한에 대한 갈등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마케팅 활동이 중요한 다양한 조직에서 참고할 만한 가치 있는 분석을 담고 있습니다.

김남국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namkuk_kim@hbr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