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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 혁신

마케팅과 미션이 만나다

매거진
2020. 5-6월호

144
Marketing
브랜드가 글로벌 보건 문제 해결에 나서는 법

도전과제
브랜드는 폭력을 방지하고 전염병을 퇴치하며 건강과 식습관을 개선하는 등 세계 보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마케터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인간 행동에 변화 일으키기’라는 과제를 얼마나 잘 추진할 수 있는가이다.

해결책
다섯 가지 요소, 즉 (1)행동 변화, (2)내부의 지지, (3)성과 측정, (4)외부와의 파트너십, (5)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포함한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이는 브랜드가 사회적 목적을 사업에 효과적으로 접목시키고 소셜 임팩트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과
유니레버의 여러 브랜드 중 소셜미션을 가진 브랜드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장에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일으켜 공중보건을 개선했다. 그뿐 아니라, 소셜미션이 없는 브랜드들보다 46% 빠르게 성장했으며, 기업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맥주 브랜드가 여성 폭력 종식을 위한 캠페인을 지원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맥주 브랜드인 칼링 블랙 레이블Carling Black Label은 알코올 섭취와 폭력성의 명백한 상관관계를 발견하고 이 문제에 맞서기로 했다.

칼링 블랙 레이블은 오랫동안 남성을 주요 고객으로 공략했고, 남성성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1980년대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카우보이가 하루종일 일한 후 시원한 칼링 블랙 레이블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연출했다. 남아공에서 인종차별이 폐지된 1990년대에는 노동자들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강직하고 근면한 일반 남성 노동자들을 영웅화한 것이다. 2000년대에는 기업가와 자수성가한 젊은 남성들을 새로운 롤 모델로 삼아 칼링 맥주 브랜드에 결부시켰다.

이것이 2016년 당시 벨기에의 맥주 제조회사인 AB인베브가 칼링을 소유한 SAB밀러를 인수했을 때의 상황이다. AB인베브에서 아프리카 지역의 마케팅을 맡은 안드레아 콰예Andrea Quaye는 칼링의 브랜드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었지만, 기존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으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인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현지 연구자들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음주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남아공 사람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민족이며, 소비자는 거의 남성이다. 과음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성을 겨냥한 폭력과 살인이다. 그 비율이 세계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 칼링은 이 문제를 모른 척하기보다는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브랜드의 영향력을 활용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엔 책임과 위험이 따랐다. 남아공 여성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맥주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싶지만, 자신들이 상징화해 온 남성성 때문에 일어난 문제들 또한 책임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목적을 추구하기

나는 이와 비슷한 문제들을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힘써 왔다. 또한, 브랜드가 폭력, 전염병, 좋지 않은 건강상태와 식습관을 포함한 글로벌 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문제는 예방 가능하다. 행동패턴과 사회적 규범을 올바르게 변화시켜야 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보건에 취약한 지역에 몇 년 동안 살면서 어떻게 하면 일반 기업과 전문 마케터가 공중보건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됐다. 나는 유엔에서 각각 경제전문가와 보건책임자로 일하던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고, 말리 등 20개가 넘는 나라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돼서는 수십 개 국가를 오가며 일했는데 대부분이 이머징 국가였다.

런던 위생열대의학병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에서 공중보건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에는 기업들이 국제 보건 개선에 어떻게 일조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한 가지 방법은, 뚜렷한 미션을 장착한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사회에 놀라운 파급력을 선사할 수 있다. 마케터는 인간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2006년, 나는 다국적 소비재기업인 유니레버에 입사했고, 얼마 안 돼 회사 내 최초의 ‘소셜미션 매니저social mission manager’가 됐다. 현존하는 사회적 문제에 해결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이 회사에서 12년 넘게 근무하면서 나는 125년 전통을 자랑하는 비누 브랜드 라이프보이Lifebuoy의 비즈니스 모델에 공중보건에 관한 목표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구체적으로, NGO 단체와 유엔 조직을 포함한 파트너들은 물론 경쟁사인 프록터앤드갬블(P&G)과 콜게이트 팜올리브에까지 연락해 우리가 세운 거대한 계획이 시행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바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손 씻기 운동을 전파해 질병을 예방하고 수십만 명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었다.

2019년 라이프보이는 이 목표를 달성했다. 10억 명에게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메시지를 전달한 결과 사람들의 행동과 건강에 확실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런 변화만 가지고 메시지의 영향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 말고도 정부와 다른 기관들의 노력이 다 함께 어우러져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도에서 2000개 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무작위 비교실험 결과, 라이프보이 비누로 손을 씻은 피험자들의 설사 발생률은 25% 감소했고, 급성 호흡기질환 발병률은 15%, 눈병 발병률은 46%가 각각 줄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라이프보이 프로그램이 진행된 국가들에서는 설사병과 폐렴으로 인한 아동 사망률 또한 대폭 줄어들었다. 그렇게 라이프보이는 유니레버에서 고성장하는 브랜드가 됐다. 그뿐 아니라, 라이프보이에서 나오는 항균비누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린다. 유니레버에서 라이프보이와 같이 소셜미션(사회적 목표)을 가진 브랜드들은 그런 목표가 없는 브랜드보다 46% 빠르게 성장했으며,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발생한 매출의 70%를 담당했다.

손 씻기 프로그램 같은 소셜미션 프로그램은 공유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공유가치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와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가 창안한 개념으로, 기업이 사회적 공익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포터와 크레이머는 약 10년 전 이렇게 말했다. “공유가치는 사회적 책임이나 자선활동, 혹은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성공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다.” 당시 포터와 크레이머는 기업이 제품이나 가치사슬, 경제 발전을 활용해 사회적 공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는 브랜드 활동brand activities과 목적이 주도하는 마케팅purpose-led marketing에 좀 더 중점을 두고자 한다. 가령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도록 유도하는 커뮤니케이션이나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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