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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혁신

재앙처럼 닥쳐오는 빅뱅파괴자

매거진
2013. HBR in DB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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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3월 호에 실린 액센츄어 고성과 연구소 특별 연구원 래리 다운즈(Larry Downes)와 동 연구소 글로벌 연구 관리 이사 폴 F. 누네스(Paul F. Nunes)의 글 ‘Big-Bang Disrup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똑똑한 경영자라면 누구나 파괴적 혁신으로부터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셉 L. 바우어(Joseph L. Bower)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1995년에 <하버드비즈니스리뷰>파괴적 기술 :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좇아서(Disruptive Technologies: Catching the Wave)’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후 약 20여 년 동안 발표된 수많은 경영 연구 자료는 기업들에 자사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며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새로운 고객을 사로잡은 후 점차 고가 시장으로 이동해 좀 더 고급스러운 제품을 원하는 고객마저 낚아채려 하는 신생기업을 경계할 것을 당부해 왔다. 이런 파괴자가 모습을 드러내면 기성업체들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파괴자를 인수해 버리거나 파괴자가 갖고 있는 신기술을 포용하는 경쟁 기업을 자체적으로 양성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이와 같은 파괴적 혁신 전략 모형에는 맹점이 있다. 이 모형은 파괴자가 가격이 낮고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앞세워 가장 수익성이 낮은 세그먼트를 공략하는 전략을 채택한다고 가정한다. 즉 파괴자가 이런 전략을 선택하기 때문에 기성업체가 신제품 개발에 돌입해 자체적으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톰톰(TomTom), 가민(Garmin), 마젤란(Margellan)과 같은 내비게이션 제조업체에는 이런 조언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사전 탑재돼 있는 무료 내비게이션 앱은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판매하는 독립형 기기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성능도 우수하다. 뿐만 아니라 iOS와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탄탄한 플랫폼 덕에 클라우드를 통해 새로운 버전이 자동으로 배포되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앱의 성능 또한 지속적으로 개선된다.

 

이런 경우, 같은 업계에서 활동하는 경쟁업체나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이 파괴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신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시장의 하위 세그먼트에 진입한 다음 치밀한 계획에 따라 좀 더 규모가 큰 고객 세그먼트를 파고드는 것도 아니다. 사용자들은 단 몇 주 만에 변화를 수용한다. 비단 가장 수익성이 낮은 고객이나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고객만 파괴 세력의 손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세그먼트의 소비자가 동시에 무리 지어 떠난다.

 

이런 종류의 혁신은 규칙을 변화시킨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성숙 단계에 접어든 제품이 설 자리를 잃고 제품수명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현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품 라인 전체(시장 전체)가 하룻밤 새 새롭게 생겨나거나 완전히 파괴된다. 파괴자가 갑자기 등장해 순식간에 모든 곳을 점령해버린다. 일단 파괴가 시작되면 맞서 싸우기 힘들다.

 

필자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는 파괴 세력을빅뱅 파괴자(big-bang disrupter)’라 부른다. 빅뱅 파괴자는 혁신가에게 딜레마를 안기는 것이 아니라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만큼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필자들은 지난 15년 동안 파괴적인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는 널리 용인되는 통념을 거부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중산업조사(multi-industry survey)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필자들은 빅뱅 파괴가 계획이나 의도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빅뱅 파괴는 관례적인 전략 방향이나 보편적인 시장 수용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 기성업체가 빅뱅 파괴를 견뎌내는 방법에 관한 근거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필자들은 기성업체가 빅뱅 파괴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몇 가지 전략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혀 다른 유형의 파괴

빅뱅 파괴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빅뱅 파괴가 정도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종류의 측면에서 좀 더 전통적인 혁신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빅뱅 파괴는 기성 제품에 비해 저렴할 뿐 아니라 좀 더 창의적이며 다른 제품 및 서비스와의 통합 수준이 좀 더 높은 편이다. 또한 요즘은 빅뱅 파괴 중 상당수가 제품 정보에 대한 고객의 접근성이 높아졌으며 제품 정보에 기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고객의 능력이 개선됐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다.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텀블러(Tumblr)의 시대에는 인터넷상의 유행(혹은(meme, 문화 구성 요소)’)이 단 며칠 만에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기기에서 광고 배너가 뜨는 앵그리버드(Angry Birds) 게임을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되자 단 24시간 만에 다운로드 횟수가 100만 건을 넘어섰다. (사용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인해 개발업체의 서버가 망가지지 않았더라면 다운로드 횟수가 훨씬 늘어났을 수도 있다.) 이후 7개월 동안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2억 건을 넘어섰다.

 

수많은 산업에서 새롭게 등장한 여러 제품과 서비스 또한 앵그리버드 게임과 마찬가지로 기성업체들에 충격을 안기기에 충분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교육 분야에서 활동 중인 캠퍼스북렌털스(CampusBookRentals)와 칸아카데미(Khan Academy)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라디오 및 음반 부문에서 활동 중인 판도라(Pandora)와 스포티파이(Spotify), 음성 전화 및 영상 전화 부문의 스카이프(Skype)와 페이스타임(FaceTime), 휴대전화 신용카드 결제 부문의 스퀘어(Square) 등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들이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광석화처럼 빠른 속도로 수용하는 것은 시장 정보가 거의 완벽에 가깝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는 고객이 어디에서건 다양하고 전문화된 데이터 소스를 검색해 최고의 가격과 품질, 곧이어 새롭게 등장할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즉 사용자들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옐프(Yelp),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 아마존(Amazon), 그 외 사용자가 직접 작성한 리뷰 내용이 포함된 무료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빅뱅 파괴가 주는 충격파는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원을 훨씬 능가한다. 예컨대, 스마트폰 앱은 음식이나 자동차를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요식업체들은 요즘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 온라인 예약, 고객이 직접 작성한 리뷰,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쿠폰,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을 활용한다. 자동차의 경우, IT가 정교한 계기판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IT가 자율 주행 자동차를 제어하게 될 수도 있다.하지만 기성업체들이 직면하는 최대의 과제는 빅뱅 혁신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빅뱅 혁신은 기성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기존 기술을 결합해 매우 뛰어난 가치 제안을 내놓는다. 빅뱅 파괴자가 기성업체를 아예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빅뱅 파괴자는 고객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성업체와 같은 방법을 활용하지 않는다. 빅뱅 파괴자는 기성업체의 제품 라인을 평가한 후 단기적인 우위를 얻겠다는 희망을 품고 약간 더 나은 가격, 혹은 성능이 약간 더 우수한 제품을 내놓을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다. 빅뱅 파괴자는 대개 기성업체의 비즈니스와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기대를 품고서 고객에게 근사한 무언가를 선보인다.

 

예컨대, 디지털 화상 기술이 소비자 사진 촬영 부문을 처음 파고들었을 당시 디지털 화상 기술 개발업체들은 필름 산업을 파괴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디지털 화상 기술로 인해 필름 산업이 파괴됐다.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은 2000년에 고품질 GPS 데이터를 기밀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지도 제작업체들이 좀 더 나은 내비게이션 도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한 탓이 아니었다. GPS 데이터를 활용하면 좀 더 나은 내비게이션 도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지도 제작업체가 아니라 일부 전자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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