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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혁신

정치 시장의 경쟁 환경은 기업 시장과 다르다

매거진
2020. 7-8월호
Commentary on ‘미국 정치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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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장의 경쟁 환경은 기업 시장과 다르다
- 캐서린 겔, 마이클 포터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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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 변호사, 정치 컨설턴트

2019년 12월 27일, 한국에서는 20대 국회의 임시회기 하루를 남겨 두고 정당득표율을 비례대표 의석과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회의원 300명 중 47석의 비례대표 수는 유지하고 그중 30석에만 정당득표 비율의 50%를 연동한다는 의미에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이름이 붙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본회의 표결을 저지하려고 했으나, 회기 만료와 동시에 표결에 부쳐지는 국회법 때문에 결국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90% 이상의 찬성으로 선거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당시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살벌했고, 법안에 반대했던 야당과 찬성했던 여야 4당의 의지는 완고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거대 양당 중심의 과점 정치 구조를 개선하고 영호남 지역기반 독점 정당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오랜 혼란과 갈등 끝에 만들어진 이 시스템의 작동 결과는 그 의도와는 완전히 달랐다.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치러진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는 ‘위성정당’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었고, 거대 2당을 제외한 다른 당의 의석은 더 줄어들었으며 특히 여당이 6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선거제도 변화를 통해 다당제의 새로운 정치 경쟁 구조를 만들고자 했던 한국의 실험은 그렇게 실패했다.

이번 호에 실린 캐서린 겔과 마이클 포터 교수의 ‘미국 정치 바로잡기’라는 아티클을 보면서 나는 실패한 4월의 정치 실험이 떠올랐다. 우리와 유사한 대통령제와 양당 중심의 의회를 가진 미국에서 정치학자가 아닌 경영•경제학자가 제시하는 정치 실패의 대안은 무엇일까?

실패한 미국 정치 시스템

겔과 포터는 공화당과 민주당 중심의 양당 기득권 정치가 고착화된 미국 정치를 두고 정치 시스템 스스로가 낳은 과점적 시장 전략의 결과물이라고 진단한다. 포터의 경쟁전략 관점에서 보면 미국 정치 시스템, 특히 선거제도와 입법과정의 규칙들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분열적 전략을 유도하고 양당 중심의 과점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당 과점 구조를 강화하는 제도의 핵심으로 필자들은 단순다수제 투표제도와 정당의 경선제도를 꼽는다.

미국은 한국과 같은 단순다수제 방식의 투표제도를 가지고 있다. 단순다수제란 선거에 나온 후보가 상대 후보보다 단 1표라도 더 득표하면 대표로 선출되는 방식이다. 이와 대비되는 방식으로는 절대다수제가 있는데 이는 후보 중 1인이 과반을 득표할 경우에만 선출되는 방식이다. 과반 득표를 못하면 선호투표나 결선투표 형식으로 과반수 득표자를 가려낸다. 단순다수선거제도 하에서 유권자들은 좋아하는 후보를 선택하기보다는 이기는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이 과점하는 미국 정치환경 속에서, 유권자는 좋아하는 다른 후보가 있어도 사표가 될 우려 때문에 양당의 후보 중 무조건 한 명은 선택해야 한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한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주에 살고 있다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게 된다. 결국 정당은 유권자의 불만과 변화 요구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고 정치는 유권자와 괴리된다.

정당의 후보를 정하는 경선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미국의 경선은 주마다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각 당의 후보를 선거로 뽑는 ‘프라이머리’와 당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공개 지지 형식을 통해 당의 후보를 선택하는 ‘코커스’ 방식이 있다. 경선 방식은 주별로 각 당의 당규에 따라 정해지고 현재 양당 모두 다수의 주에서 프라이머리 방식을 택하고 있다.

프라이머리 방식 역시 세 가지 대표적인 유형으로 나뉜다. 폐쇄형과 공개형 그리고 포괄형(blanket) 방식이다. 폐쇄형은 당적을 가진 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 당내 선거만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말하고, 공개형은 당적을 갖지 않은 시민도 당 후보 선출에 참여할 수 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중 하나의 당을 선택해 후보 선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포괄형 프라이머리는 당적과 상관없이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동시에 공직 후보 역시 민주당 공화당 제3당, 무소속 구분 없이 하나의 투표용지에 표시돼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방식이다.(필자들의 글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선거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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