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다보면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에 얼마나 깊은 뿌리가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뿌리를 찾아 흙을 파헤치면 결국 그 사람의 가정이 가진 민낯이 드러나지요.

조직에서의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의 가장 깊숙한 부분에는 그 리더가 나고 자란 가정의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어떤 리더는 부하직원들을 믿고 위임하는 일을 잘하지 못합니다. 그 근저에는 남에게 일을 맡기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장 노릇을 해 온 이 리더는 항상 문제의 해답을 내놓는 입장을 취해 왔고, 그렇게 형성된 행동적 습관이 조직에서도 나타나는 거죠. 어떤 리더는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돕는 것이 우선시되는 가정에서 자라 왔는데, 이 때문에 ‘이기적’이라고 여겨지는 일에 잘 나서지 못했습니다. 다른 팀과의 협업 중 갈등이 생기면 이 리더는 자기 팀의 이익을 대변해 적극 나서기보다는 적당한 양보와 타협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해버리는 쪽을 택하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팀원들의 불만이 상당했지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의 리더들입니다.

마침 이번 호 아티클 중에 이를 깊이 있게 다룬 내용이 있어 눈이 갑니다. 조직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말과 행동을 개선하고 싶은 리더가 있다면 꼼꼼히 읽어봐야 할 내용입니다. 의지가 있을 때 이를 도울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잠정적인 형태의 자아(provisional self)’를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리더십 전문가 허미니아 아이바라 런던경영대학원 교수가 주창한 개념인데요,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은 새로운 버전의 자신을 만들고 그것에 자아를 의도적으로 대입하는 훈련을 반복하는 방법입니다. 이 잠정적 자아를 만들 때는 닮고 싶은 롤 모델을 찾아 그들의 특성을 조합해 보면 좋습니다. 특히 나와 비슷한 굴레를 갖고 있었지만 훌륭히 극복하고 조직에서의 자아를 새롭게 빚어내는 데 성공한 사람을 선택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가정에서의 자아, 친구들과 어울릴 때의 자아, 혼자 있을 때의 자아가 각각 존재하는 것처럼 조직에서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자아를 별도로 설정하고 원하는 상(像)을 꾸준히 그려보는 거죠. 마치 내가 본래부터 갖고 있었던 특성인 것처럼 익숙해지도록 말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조직 차원에서 이정표로 삼을 수치적 목표와 전략적 방향을 세우는 데 고심하셨을 겁니다. 그와 더불어 리더로서의 자아에도 바람직한 그림을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폴 아르젠티 교수가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페이팔^Paypal, 허시^Hershey 등 혁신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들어 지적한 것처럼 성공적인 혁신의 촉매제는 결국 사람이며 사람을 이끌어 가는 리더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HBR Korea 편집장 최한나
editor@hbr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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