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코드스위칭은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은 더 이상 코드스위칭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 30세 흑인 남성 연구원
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올림픽 남자농구팀 라커룸에 들어가는 동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영상을 보면 오바마가 백인 코치에게 인사할 때와 흑인 선수 케빈 듀란트에게 인사할 때의 차이점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이 모습은 2014년 미국 예능 프로그램 키앤드필Key & Peele에도 영감을 줬다. 이 TV 쇼는 오바마가 인종에 따라 인사하는 방식을 ‘스위치switch’하는 모습을 재미있는 콩트로 재구성했다.1
이렇게 행동을 바꾸는 걸 ‘코드스위칭code-switching’이라고 부른다. 흑인들이 다른 인종과 성공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취하는 전략으로 오랫동안 사용돼 온 코드스위칭은 흑인들의 생활, 경제활동, 심지어 물리적 생존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코드스위칭이란 공정한 대우나 양질의 서비스나 채용 기회 등을 받기 위해 타인의 편의에 맞게 자신의 화법과 외양, 행동, 표현 등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코드스위칭은 흑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주 일어난다. 일례로 학교에서 실시된 연구를 보면, 흑인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코드스위칭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실에서는 표준 영어를 쓰다가 같은 흑인 친구들끼리는 흑인들이 쓰는 영어를 쓰는 것이다. 이는 각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는 행동이다. 흑인이 경찰과 마주쳤을 때 살아남으려면 “붙잡힌 후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행동”하고 “무서워도 도망가지 말라”는 등 코드스위칭을 권장하는 지침도 예로 들 수 있다.
흑인들이 직장에서 인종과 관련해 겪는 핵심 딜레마 중 하나가 바로 코드스위칭이다. 코드스위칭은 직업적 출세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인식되지만, 여기엔 종종 상당한 심리적 대가가 따른다. 진정으로 기업 내 불평등을 해결하고 싶다면, 일부 직원이 직장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이유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