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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애널리틱스의 한계 어떻게 극복할까

매거진
2017. 11-12월(합본호)

FEATURE DIVERSITY

피플 애널리틱스의 한계 어떻게 극복할까?

맥신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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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글로벌 다양성 책임자가 통계치만으로 조직의 편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족은 집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 흑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제네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아파트였다. 중개인을 통해 얻었기 때문에 계약 전에 집주인을 직접 만나보진 않았다. 우린 별생각없이 이사까지 마쳤다. 그런데 주인이 막상 우리 피부색을 보더니 집에서 나가 달라는 게 아닌가? 흑인인 줄 알았더라면 계약하지 않았을 거라고 집주인은 매몰차게 말했다. 기분이 비참했다. 하지만 이유를 대놓고 말해줘서 좋은 점도 있었다. 적어도 왜 갑작스럽게 우릴 쫓아내는지는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피부색이 아닌 다른 이유를 찾는 데 엉뚱하게 에너지를 소모했을 터였다.

 

많은 사람이 인종 때문에 주거, 대출, 취업,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당한다. 하지만 나처럼 피부색 때문이라고 직접 얘기 듣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직장에서 그렇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우선 직장 내 인종차별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 관리자들은 자신이 사람을 공정하게 뽑고 승진시킨다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무의식적 편향이 강하다.) 관리자들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인종을 고려한다고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인종 편향이 있다는 사실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애매한 평가기준을 이용해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걸러낼 뿐이다. 켈로그경영대학원의 로런 리베라Lauren Rivera교수가 수행한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비주류 인종에 속하는 사람들은 백인에 비해문화 적합성이 떨어진다라거나 높은 직급에서 역할을 수행할준비가 덜 됐다’는 취급을 받는다.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선택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인종과 피부색 등정체성때문에 탈락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의사결정자가 자신의 편견을 선한 의도로 포장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다양성은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다. 나 또한 평생을 흑인으로 살았다. 그래서 직장 내 소수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희망 사항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첫째, 가끔 부당한 대우가 편견 때문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더라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길 바란다. 둘째, 조직 차원의 지원을 받고 싶어 한다.

 

첫 번째 요구에는 답이 명확하다. 동료나 친한 지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그 이유가 자기 정체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렇게 의심할 만하다고 인정해줘야 한다. 조직 내에는 편견이 팽배하다. 수많은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괜히 넘겨짚는다고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요구는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 기업들은 조직 내 편향성을 바로잡고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타당하면서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하나의 대안으로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가 주목받고 있다. 피플 애널리틱스는 조직 운영과 인재 관리에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분야로서, 직감에 의존하는 의사결정을 데이터 중심의 프랙티스로 대체하는 것을 표방한다. 피플 애널리틱스는증거에 기반한의사결정을 추구한다. 지원자를 제대로 평가하는 데 면접이 몇 번이나 필요한지, 통근방법과 시간이 직무 만족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 HR 이슈는 증거에 기반을 두고 결정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증명돼 조직에 큰 변화를 가져온 발견들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직장 내 소수집단 이슈에 애널리틱스를 적용하려는 기업들은 자주 불만을 토로한다. 소수집단에 속하는 직원 수가 충분치 않아서 신뢰할 만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다시 말해, 표본 크기가 너무 작다는 말이다. 통계학에서는 표본 크기를 n으로 표기하는데, n이 일정 크기 이상이어야 결론을 신뢰할 수 있다고 간주한다. “유감입니다. 우리 회사에 흑인 직원이 몇 명 없어서…. 왜 흑인 직원이 그렇게 적은지 알 수가 없네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는 생각보다 많다. 표본 크기가 작다면, 조직을 운영하는 더 거시적인 맥락을 들여다봄으로써 보완할 수 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통계적으로 신뢰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데이터 크기만으로 리더에게 조직 내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는 통찰을 전달하긴 어렵다. 리더들은 소수집단에 속하는 직원 개인들을 더 가까이 들여다봐야 한다. 개인별 사례는 애널리틱스라는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은 표본 크기 보완하기

 

비영리 연구기관들은 여러 산업과 분야에서 편향성이 채용과 승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속속 밝혀내고 있다. 예를 들어, 어센드재단Ascend Foundation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5개 기업에서 백인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아시아계 직원보다 154%나 높았다. 아시아계 직원에게는 인종과 성별 모두가 유리천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인종의 영향력이 성별보다 3.7배나 컸다.

 

어센드재단은 2년여에 걸친 연구, 분석을 통해 편향성이 흑인과 히스패닉계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측정했다. 분석 대상 인원만 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작업이었다. 데이터는 미국 평등고용추진위원회EEOC가 집계한 베이 에어리어Bay Area(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를 아우르는 지역) 내 전체 테크기업 자료와 13개 미국 테크기업에서 발행한 개별 보고서를 통해 확보했다. 결과는 앞선 연구와 다르지 않았다. 전문 분야 실무자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성별보다 인종이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베이 에어리어에서 백인 여성은 백인 남성에게 뒤처지기는 하지만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흑인보다는 승진에서 훨씬 나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가장 어려움이 큰 집단은 유색인종 여성이었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여성은 실무자 레벨에서 일하는 직원 수도 얼마 안 되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도 낮은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아시아계 여성은 다른 유색인종보다 실무자 수는 많은 편이지만,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가장 낮았다. 국가별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소수집단에 대한 산업이나 분야별 데이터를 분석하고, 채용과 승진 등 인재관리 의사결정 패턴을 조사해 보면, 각자 조직에 존재하는 문제와 위험성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테크기업의 경영자들이 어센드재단의 보고서를 읽어 보면 이렇게 반응할 수도 있다. “경쟁사 직원들에게는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우리 회사에도 그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발맞춰, HR 부서는 유색인종 여성 직원들의 커리어를 모니터링하는 장치를 새로 마련하거나, 다양성 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다.

 

타사 분석 결과에서 시사점을 도출하는 접근방법도 고려해봄 직하다. 미국 샬럿에 본사를 둔 디지털 미디어 기업인 레드벤처스Red Ventures를 예로 들어보자. 몇 가지 기준으로만 보면, 레드벤처스는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다. 라틴계 CEO를 두고 있으며, 직원 중 유색인종 비율도 40%에 달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나는 레드벤처스의 최고경영진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최근 사내 성과 평가를 분석한 결과, 흑인과 히스패닉 직원들에게 내면화된 고정관념이 자기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흑인과 히스패닉 직원들의 자기평가 점수는 상사가 준 점수보다 평균 30% 낮았다.(반면, 백인 남성의 자기평가 점수는 상사보다 10% 높았다.) 이 연구는 인종적 고립과 부정적 자기인식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다른 인종에 둘러싸여 있을수록 자기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똑같이 유색인종이라 하더라도, 백인 비중이 높은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흑인과 히스패닉이 많은 영업 부서 직원들보다 자기평가 점수가 낮았다. 이런 현상은 주니어에서 시니어 레벨까지 모든 직급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레드벤처스 HR 팀은 직원들에게 객관적으로 자기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흑인과 히스패닉 직원들이 자기를 평가한 점수와 상사가 준 점수 사이의 격차는 완화되기 시작했다.(최근에는 차이가 2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벤처스의 HR 상무인 핼리 코네타Hallie Cornetta는 교육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설명했다. “정량적, 정성적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초점을 뒀습니다. 상사나 동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정한 5가지 핵심 영역에서 자기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죠. 더불어, ‘탁월함’‘우수함’ ‘개선이 필요함등 평가 등급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의미하는지 직원들에게 생생한 예시로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줄이면서, 더 확신을 갖고 자신을 평가하도록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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