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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운영관리

의료산업을 위한 IT 혁신

매거진
2017. 11-12월(합본호)

FEATURE HEALTH CARE

 

의료산업을 위한 IT 혁신

닉힐 R 사니, 로버트 S 허크먼, 아누락 치구루파티, 데이비드 M 커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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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rief

 

문제점

최근 의료기관들과 미국 정부는 IT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의료비와 서비스 품질에 대한 효과는 미미하고, 의료 분야의 생산성 향상도 다른 산업에 비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근본 원인

대부분 의료기관은 기껏해야 종이 문서를 전자 기록으로 대체하고, 최대한 많은 금액을 상환받기 위해 청구방식을 변경하며, 기존 임상업무 프로세스를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IT 시스템을 사용했을 뿐이다.

  

해결책

의료 혁신을 위해선 IT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비용 절감보다 품질 개선을 우위에 둬야 하고, 더 좋은 데이터를 더 쉽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데이터를 의사들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보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운영과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전역의 의료기관은 방만한 지출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유타와 아이다호 주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마운틴 헬스케어Intermountain Healthcare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어디서부터 비용을 절감할지 찾아보기로 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가장 도전해볼 만한 목표가 금방 나타났다. 분석 결과, 인터마운틴에서 치료한 1440개 임상 질환 중 95% 104개 질환에 집중돼 있었다. 그중 출산과 허혈성 심장질환 서비스가 전체 업무의 21%를 차지했다.

 

그래서 먼저 이 두 가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품질개선팀은 임상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를 위해 활동별 비용을 상세히 계산해야 했는데 정교한 전자 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EHR 시스템과 별도 IT 시스템의 도움이 컸다. 증거 기반의 가이드라인과 인터마운틴 의료진의 경험도 적극 활용했다. 최고경영진과 이사회, 의사와 간호사도 힘을 합쳐 의료서비스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인터마운틴은 현재까지 60여 개 서비스를 대폭 개선했고 미국 내 의료품질 개선과 비용 관리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IT 시스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인터마운틴 사례는 분명 인상적이다. 다만, 그와 같이 성공하는 경우가 여전히 드물다는 게 문제다. 의료 분야에서 IT에 대규모로 투자한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 의료보장제도를 주관하는 CMS(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는 인터마운틴과 같은 성공 사례에 고무돼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의료IT 장려금으로 37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미국 내 개원의사 중 50% 이상, 병원 중 80% 이상이 기본적인 EHR 시스템을 설치했다. 기본적인 EHR 시스템이란 미국의 의료정보 표준을 담당하는 국가건강정보기술조정국(National Coordinator for Health Information Technology)에서 정한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구축한 시스템이 현재까지 품질 향상과 비용 절감에 미친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오히려, 임상의들 사이에선 EHR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수시로 흘러나온다. 시간을 잡아먹는 데다 편의에 맞게 변경해 사용하기 불편하고, 환자와 상호작용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불만이다. IT 시스템을 기존 운영방식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득보다 실이 더 커 골치를 썩는 의료기관도 부지기수다. 예를 들어, MD 앤더슨 암센터는 올해 1월 직원의 5% 규모인 9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EHR 시스템 도입 때문에 생긴 재무 손실이 가장 큰 이유였다.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정보를 공유하도록 의료기관들을 설득하는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제각각인 IT 시스템들을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도도 별 진척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데이터는 개별 데이터베이스 내에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의료IT 시스템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이렇게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 문제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IT 시스템을 너무 단순하게 사용했다. 기껏해야 종이 문서를 전자 기록으로 대체하고, 최대한 많은 금액을 상환받기 위해 청구방식을 변경했을 뿐이다. 덕분에 매출은 증가했지만, 비용 절감과 의료품질 개선 효과는 크지 않았다. 효과가 있었다 해도, 핵심 서비스가 아니라 전자 처방을 통해 환자가 검사와 의약품을 신속, 정확하게 받도록 하는 등 지원활동에 국한돼 있었다. IT 시스템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저장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서비스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자체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 단계까지 도달한 의료기관은 드물다. , 대다수 의료기관은 IT를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 프로토콜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사용할 뿐이다. IT 시스템을 활용해 현재 프로세스와 프로토콜을 개선해야 하는지 파악해 필요시 행동을 취하는 곳은 극소수에 그친다. 다른 업종에 비해 의료산업에서 생산성 향상이 더딘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의료산업의 저조한 생산성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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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의료품질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IT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지금까지 헬스케어 IT에 대한 관심은 합리적인 비용의 유전자 선별검사, 인공지능, 웨어러블 센서 등 신기술이 가져올 의료적 혜택에 집중됐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전사 IT 시스템에 투자했거나 향후 투자 계획이 있는 의료기관이 어떻게 하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주로 초점을 맞추려 한다.

 

우리는 다른 산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의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 연구결과는 의료기관들이 더 이상 IT를 비용 청구, 모니터링, 오류 점검 등에 사용하는 도구로만 여길게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혁신하는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기 위해선 비용 절감보다 품질 개선에 우위를 둬야 하고, 더 좋은 데이터를 더 쉽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데이터를 의사들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보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운영과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의료기관은 많다. 하지만 대다수가 부분적인 변화에 그치고 있다. 혁신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두자.

 

 

품질 개선하기

 

지금까지 의료에 IT를 도입, 관리하는 일은 최고정보책임자CIO와 기술전문가의 몫이었다. 여기엔 문제가 있다. 헬스케어 IT가 지닌 잠재력은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때만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스턴 메디컬센터, 가이징거 헬스시스템, 인터마운틴, 메이요클리닉, 뉴욕대 랭곤의료센터 등 수많은 의료기관에서 나온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참고로, 저자 중 한 명인 로버트 허크먼은 이 글에 나오는 인터마운틴과 브리검 여성병원을 대상으로 경영자 과정에서 강의한 적이 있다. 이 두 곳은 모두 하버드 의대 부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전문 기술인력 외에도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하는 두 구성원 집단이 있다. 바로 시니어급 리더들과 의사들이다. 리더는 의료진을 변화에 동참시켜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의료서비스의 품질 개선은 IT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때만 가능하다는 명분으로 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당장 의료비용을 아끼는 데 급급해서 서비스 품질을 간과하는 리더들도 많다. 다행히도 임상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 IT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뒤에서 살펴보겠다.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선언을 넘어 행동이 필요하다. 개선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프랙티스로 의료 현장에 정착시켜야 한다. 의사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이징거가 좋은 본보기다. 가이징거는 IT 시스템을 폭넓은 전략의 일부로 활용해 수술의품질 보증제를 선보였다. 수술 후 90일 내에 환자에게 합병증이 발생하면 추가 비용 없이 치료해 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가이징거는 의사들로 팀을 꾸려 관상동맥우회술(Coronary Artery Bypass Grafting·CABG)을 시작으로, 진단 시점부터 보증 기간까지 5단계 프로토콜을 마련했다.

 

첫 단추는 증거 기반 가이드라인을 발굴하는 작업이었다. 비영리재단 커먼웰스펀드가 수행한 사례 연구에 따르면, 가이징거는 그렇게 도출한 40개의 증거 기반 가이드라인을템플릿, 지시, 알림의 형태로 EHR 시스템에 반영했다. 가이드라인 준수율은 59%에서 100%로 훌쩍 뛰었다. 더불어, IT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내 다양한 구성원 사이에 환자 치료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개선됐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수술 후 사망률은 이전의 3분의 1로 줄었고, 급성기 이후 치료(post-acute-care) 지출도 거의 2분의 1로 줄었다. 그러면서 심장수술 서비스의 수익성도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관상동맥우회술 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이 모델은 1차 진료와 14개의 다른 임상 질환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특히 만성 질환에 중점을 뒀다.

 

뉴욕대 랭곤의료센터도 품질 개선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2007년 로버트 그로스먼 박사가 랭곤의료센터의 CEO와 뉴욕대 의대 학장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추진한 이니셔티브는 병원과 의대에서 따로 관리하던 의료정보 시스템을 단일 데이터 웨어하우스로 통합하는 작업이었다. 그는 시스템의 품질 성과를 외부 기준과 비교 평가해 행정과 임상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당위성을 밝혔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접한 부서장들과 행정 관리자들은 기존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고 개선 방안을 기획,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졌다. 예를 들어, IT 시스템에 서비스 품질 관련 데이터 필드를 추가해야 했기 때문에, ‘탁월함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일선 직원들이 품질에 미치는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자연스럽게 논의하게 됐다.

 

2016년 랭곤의료센터는 품질상을 여러 번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메이요클리닉, 클리블랜드 클리닉,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US News & World Report가 발표하는 미국 10대 병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재무성과도 눈부셨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환자 대상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었다. 현재 랭곤의료센터는 영업이익이 2 2000만 달러를 돌파했고, 영업이익률은 9%가 넘는다.

 

품질 목표를 위해 재무성과를 희생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품질을 개선할 때 재무성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 가이징거와 랭곤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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