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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外

매거진
2018. 1-2월(합본호)

IDEA WATCH

“죄송합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고객은 공감이 아니라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원한다.

 

제가 생겼을 때 고객서비스의 제1원칙은 사과다. 많은 경우 직원들은 공감과 걱정을 표하려고 각별히 애쓰면서 거듭거듭 사과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최근 연구는 이런 방식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고객을 응대하고 몇 초가 지났는데도 사과를 계속하면, 오히려 고객의 만족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따뜻함이나 공감이 아니라, 바로 이런 노력이 고객을 만족시킨다.

 

연구진은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이 불만에 찬 고객을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을 정확히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많은 기업이 고객 응대 내용을 기록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문제 때문에 보통은 연구원에게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자그딥 싱Jagdip Singh박사 팀은, TV 리얼리티쇼가 미국과 영국 공항의 고객서비스 데스크에서 촬영한 비디오 111개를 입수해 분석했다. 물론 제작진은 해당 고객에게 개인정보 보호 권리를 넘겨준다는 서명을 받았다. 이 비디오 클립에는 가방을 분실하고, 비행기를 놓치고, 기타 불편을 겪은 승객을 대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싱 박사는처음으로 설문조사나 사후 인터뷰를 넘어, 실제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연구진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어구를 코드화하고, 담당자들이 주로 공감하거나 사과하거나 개인적인 소통을 시도하는관계형 업무에 참여했는지, 해결책을 찾는 데 주력하는문제해결형 업무에 참여했는지 평가했다. 또 얼굴 표정을 조사해서, 직원들이 예컨대 웃음을 띠는 등긍정적인 감정을 보이는 때를 확인했다. 연구는 크게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자주 공감을 표하거나 명랑하게 보이려고 애쓴 직원은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런 관계형 업무를 대화 초기 이후에도 계속했을 때 특히 더했다. 또한 고객은, 예컨대 잃어버린 가방을 빨리 찾았는지 같은 실제 결과보다 직원이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더 중시했다. “중요한 건 해결책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는 방식입니다.” 싱 박사의 말이다.

 

직관을 비껴나는 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인정에 대한 인식과 능력에 대한 인식 간의 균형을 찾은 리더십 연구를 가져왔다. 연구진은 서비스 회복에도 같은 현상이 존재한다고 봤다. 고객들은 인정(人情)을 많이 내비치는 직원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비디오를 분석할 때 연구진은 고객 상호작용을 세 단계로 나눴다. 직원이 문제를 이해하려고 고객에게 질문하는감지단계, 가능한 해결책을 브레인스토밍하고 연구하는탐구단계, 직원이 고객과 협의해서 최상의 해결책을 선택하는설정단계다. 많은 고객을 만나면서 담당자들은 세 단계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사과하거나 가벼운 대화를 시도하지만, 따뜻하게 응대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고객의 불만을 높이기만 하는 것 같았다. 싱 박사는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제 동생도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어요라고 말하면, 고객은 직원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느끼고 주의가 산만하다고 봅니다라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실제로 이런 대화에서 초기 7초가 넘어서도 사과가 계속되면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제언한다.

 

따라서 대화 시작 7초가 지나면 직원들은 열심히,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은 브레인스토밍하는 단계로 직원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직원들은 독창성을 더 많이 발휘할수록 좋다.

 

비디오 연구결과를 보다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연구진은, 지난 2년간 항공여행 경험이 있는 568명을 대상으로 후속 실험을 진행했다. 각 참가자에게 가방을 분실하고 비행기를 놓친 고객과 항공사 서비스 팀의 대화 녹음을 들려줬다. 모든 사례에서 결과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이를테면 곤경에 처한 한 여성 승객은, 그날 오후로 잡힌 취업 면접 전에 여행가방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면접에 입고 갈 적당한 옷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일 처리 방법은 일선 직원이 사용하는 정확한 언어와 프로세스에 따라 달랐다. 몇몇 직원은 관계형 언어를 사용했지만, 다른 직원은 문제해결에 더 집중했다.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해당 승객이라고 가정하고 1부터 7까지 고객서비스 등급을 매겨달라고 했다. 직원이 가방을 고객의 최종목적지로 보내려고 여러 옵션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공했을 때 고객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해결책의 결과가 이상적이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연구로 인해 앞으로 기업들은 일선 직원의 인성 대신 문제해결 프로세스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 CEB 연구진은 최근 연구에서 고객 담당자의 일반적인 성격 유형을 7가지로 나누고, 선천적으로 고객을 해결책으로 유도하는 투지가 강한 솔직하고 독단적인통제자controller가 가장 효과적인 유형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최고의 고객서비스 요원은 누구일까?’ HBR Korea 2017 4월호 기사 참조) 하지만 싱 박사의 연구대로라면, 기업은 채용 프로세스를 수정하기보다 직원들이 서비스 문제에 참신한 답변을 내놓도록 교육하는 게 더 이익일 수 있다.

 

당연히 싱 박사의 연구는 호텔, 레스토랑, 여행 관련 기업 등 문제가 많고, 서비스가 잘못됐을 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물류집약 기업 사이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업들은 고객의 고충을 해결하려고 애써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직원들이 사용할 만한 어구를 제안해 달라고 연구진에 부탁해 왔다. 하지만 싱 박사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대본으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비스 회복을 그토록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모든 문제 양상이 독특해서 임기응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직원들은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는 대신, 업무에 몰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냥 업무에 몰입해서 고객에게 흥미로운 옵션을 제공하는 것만이 모든 차이를 만듭니다.” 싱 박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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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손용수 / 에디팅: 조영주

참고자료 Detelina Marinova, Sunil K. Singh, Jagdip Singh 공저, Frontline Problem-Solving Effectiveness: A Dynamic Analysis of Verbal and Nonverbal Cues(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발행 예정)

 

IN PRACTICE

“고객은 사과가 아니라 해결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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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이스턴Bob Easton은 다국적 경영컨설팅 기업 액센추어Accenture호주 및 뉴질랜드 사업의 회장 겸 전무이사로, 전략 컨설팅부터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까지 다양한 활동을 감독한다. 모두 스트레스가 심한 고객과 소통하는 일이다.

 

최근 HBR은 이스턴 회장을 만나 고객과 공감하는 일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을 편집, 발췌해 소개한다.

 

싱 박사팀의 연구에 흥미를 갖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20년 동안 액센추어의 일선에서 일하며 대기업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사람들은일선 서비스 직원이라고 하면 콜센터나 항공사 데스크 직원을 떠올리죠. 하지만 이 연구는 고객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됩니다. 저는 임원이자 일선 직원입니다. 그래서 고객과 소통하면서 이 연구를 실험해 왔습니다.

 

어떻게요? 우리는 모두 지금까지 문제가 생겼을 때 사과하도록 훈련받았고, 거의 본능적으로 사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저는사과’ ‘미안이라는 말을 안 쓰고 있어요. 그 대신에문제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을 즉시 찾기 원하실 테니, 지금부터 그런 옵션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말하죠. 이런 태도는 우리 본능에는 어긋나지만, 매우 효과가 좋습니다. 고객은 사과보다 우리가 얼마나 빨리 쓸 만한 옵션과 해결책을 제시하는지에 관심이 있으니까요.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객 만족은 실제 해결책보다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노력과 창의성에 좌우된다고 합니다. 뜻밖의 결과인가요? 완전히 공감해요. 최근 21일 동안 여행하면서 비행기를 16번 갈아탄 적이 있습니다. 늦은 밤, 마지막에서 두 번째 비행기를 탔을 때, 항공사에서 제 가방을 잃어버렸어요. 그런데 항공사 고객서비스 담당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결과가 좋아서 다음날 아침 일찍 가방이 도착했지만, 실망스러웠어요. 가방을 분실했던 다른 경우에서는 고객서비스 담당자가 저와 함께 가방을 찾으러 여러 곳을 다녀줬어요. 그 직원이 애쓰는 게 분명히 보였죠. 그때는 결과는 나빠서 가방을 훨씬 늦게 찾았지만, 덜 화가 났어요. 담당자가 가방을 찾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저와 함께 했거든요.

 

직원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재교육할 수 있나요? 아니면 다른 유형의 직원이 필요한가요? 대부분은 재교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데이터와 인공지능도 필요합니다. 항공편이 지연된 다른 사례에서 고객서비스 담당자가 이렇게 말한다고 가정해보세요. “고객님께서 전에 이 항로를 이용하실 때 세 번 항공기가 지연된 적이 있는데, 그중 두 번은 승용차를 운전해서 가는 방법을 택하셨더군요. 그래서 렌터카를 예약했습니다. 오늘 밤 마지막 항공편 좌석도 예약해뒀고요. 그리고 자주 묵으시던 호텔과 내일 첫 항공편 예약도 해뒀습니다. 어떤 옵션이 가장 적합하세요?” 이것은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이지만, 스마트 시스템에 즉시 접근할 수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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