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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지 않고 사내 정치에서 생존하는 법

매거진
2018. 1-2월(합본호)

Influence

영혼을 팔지 않고 사내 정치에서 생존하는 법

로버트 B. 카이저,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크, 데릭 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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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라는 말에는 나쁜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인간은 본래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했듯 회사 내에서도 정치는 불가피하다. 사내 정치에 참여하든 안 하든 정치가 회사 구성원, , 프로젝트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고려하면 관심을 두지 않기란 어렵다.

 

미국의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Harold Laswell의 말을 빌리면 사내 정치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지에 대한 불문율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를테면 승진 여부, 프로젝트 예산 배분, 상사가 내린 결정에 발언할 권리 등이 사내 정치에 달려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사내 정치를 몹시 싫어한다. 나의 운명이 암묵적인 규칙에 좌지우지된다면, 특히 그 암묵적 규칙이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는 규칙과 충돌하고, 그 때문에 회사의 시스템이 조작되거나 아니 적어도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모든 일이 엉망이고 부당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회사 구성원들이 회사를 정치적인 공간이라 여길수록 참여도와 생산성이 떨어지며 퇴사율은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구성원의 정치 참여야말로 사내 정치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내 정치에 불평을 늘어놓기보다 직접 참여하는 편이 낫다. 다행히 모든 정치 행위가 나쁜 것은 아니며, 영혼을 팔지 않고도 게임을 할 방법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업문화에서 사내 정치를 이해할 수 있는 많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문화란 당연시하는 전제, 가치관, 믿음, 규범, 습관 같은 것들을 모아서 짠 태피스트리 같은 것이다. 문화는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어떤 문화는 회사가 자랑스레 밝힐 정도로 바람직하다. (‘우리 회사는 높은 성과를 낸다’ ‘우리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한다’) 그렇지 않은 문화도 있다.(‘우리는 갈등을 회피한다’) ‘정치라는 말은 여기서 후자, 즉 문화의 어두운 측면을 묘사할 때 주로 쓰인다. 직장인이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고 회사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 회사 고유의 암호어를 해독하고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면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나쁜 정치는 식별하기 꽤 쉽다. 나쁜 정치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희생을 바탕으로 출세하기 위해 심하게 다투고 조작을 일삼고 아부하고 뒤통수를 치고 루머를 퍼뜨리는 일을 포함한다. 나쁜 정치는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서든 필요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승진하는 것이다. 나쁜 정치는 교활하며, 심한 경우 사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타인을 해치는 마키아벨리적이고 부도덕한 일이다.

 

반면, 좋은 정치는 타인의 권리와 회사의 이익도 챙기는 동시에 개인의 이익도 늘린다. 좋은 정치는 자신의 공헌을 회사에 적절한 방식으로 호소하고,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회사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다. 이기적이거나 게으르거나 책임감이 없어서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동료를 험담하는 일도 좋은 정치에 해당한다. 더 높은 차원의 목표에 도움이 되는 한, 개인의 이익 증대 역시 정당하다. 흔히 좋은 정치 행위를 가리킬 때 요령 있거나savvy, 인맥이 두텁거나well-networked, 세상 물정에 밝다street-smart고 표현한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해관계자를 잘 관리하는 능력 역시 좋은 정치다.

 

사회과학에서는 좋은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한 연구가 이뤄졌다. 제럴드 페리스Gerald Ferris와 동료 연구가들은 정치적 수완을 4가지 차원으로 분류했다.

 

•사회적 통찰력social astuteness: 타인의 마음을 읽고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파악하는 능력과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능력.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능력을 자기 인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능력의 핵심은 타인에 의한 자기 인식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는 것이다.

 

•대인관계 영향력interpersonal influence: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방식을 좌우할 수 있는 설득력. 먼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가장 신경 쓰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맞춤형 메시지를 만드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

 

•인맥관리 능력networking ability: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 냉소적인 사람들은 인맥을 관리하는 네트워킹networking과 일을 하지 않은 낫워킹not-working은 철자 하나 차이뿐이라 말하곤 한다. 하지만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관계 쌓기가 실적 쌓기다contacts mean contracts라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외형적 진실성Apparent sincerity: 정직하고 개방적이고 솔직한 사람으로 보이는 능력. 진정성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만큼 나를 정직하다고 여기는지가 나 스스로 얼마나 정직하다고 여기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 네 가지 능력을 상당한 수준까지 갖춘다면 업무능력과 사내 영향력, 리더십이 향상되고 출세도 빨라진다. , 개인의 인품이나 지능과 상관 없이 커리어에 크게 영향을 준다. 또 자기 자신이 외향적이지 못하거나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고 할 때도 이 정치적 기술들을 보완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정치 기술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총명하며 정직하고 부지런하다고 해도 사내 커리어에서 탈선해 버릴 수 있다.

 

정치적 기술의 유무는 또한 부하들로부터의 평가도 좌우한다. 이런 기술이 있는 사람은 부하들로부터내게 기대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피드백도 잘 주는 상사라는 평을 받을 것이고, 이런 기술이 없는 사람은 고압적인 상사라는 평을 받을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치적 수완이 떨어지는 매니저가 업무를 지시하거나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하면 직원들이 마지못해 일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명령이라도 정치적 기술이 뛰어난 매니저가 했을 때는 부하직원들도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요약하자면, 매니저로서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어떻게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며, 정치적 통찰력이 있는 편이 이래라저래라 하거나 독재자처럼 군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조직 관리를 더 잘할 수 있다.

 

교활하거나 이기적이거나 남을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남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치적 기술 중에서도진실하게 보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였던Leave It to Beaver의 등장인물인 에디 해스켈Eddie Haskell은 부모의 환심을 사려고 지나칠 정도로 나긋나긋한 태도로 접근하지만, 아무도 속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큰 신뢰와 확신을 보낼 것이며 꿍꿍이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 선까지만 당신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기꺼이 검토할 것이다. 이는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의 결정적 차이를 보여준다.

 

고매하고 순수한 마음에서 정치에서 손을 떼든 혐오감에 주먹을 움켜쥐든, 직장에서 정치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은 지나치게 순진할 뿐 아니라 크게 손해 보는 짓이다. 플라톤의 말을 바꿔 말하자면, 정치 참여를 거절한다는 것은 곧 나보다 경험과 통찰력이 부족하며 음흉한 의도를 품은 이들이 내게 영향을 끼치는 큰 결정을 내리도록 놓아두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내 정치라는 암묵적 규칙을 활용해 조직의 이익에도 공헌하면서 내 이익도 늘리고 명예와 품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번역: 노이재 / 에디팅: 조진서

로버트 B. 카이저(Robert B. Kaiser)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의 카이저리더십솔루션(Kaiser Leadership Solutions) 사장이다. 근저로 <   Fear Your Strengths: What You are Best at Could be Your Biggest Problem   >이 있다. Kaiserleadership.com이나 rob@kaiserleadership.com으로 연락할 수 있다.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크(Tomas Chamorro-Premuzic)는 대표적 직업 성격검사 기업인 호건어세스먼트(Hogan Assessments Systems) CEO를 맡고 있으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컬럼비아대 경영심리학과 교수다. 하버드기업금융연구소에 참여했다. 최근 발간한 책으로는 <   The Talent Delusion: Why Data, Not Intuition, Is the Key to Unlocking Human Potential   >이 있다. 트위터 연락처 @drtcp. 홈페이지 www.drtomascp.com

데릭 러스크(Derek Lusk) 박사는 경영심리학자이자 호건어세스먼트시스템스의 글로벌얼라인스프랙티스 회원이다. 다국적 컨설팅기업을 대상으로 인성검사를 활용해 이직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고 핵심 인재를 선별·육성하는 법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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