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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뉴스는 독자가 만든다

매거진
2018. 11-12월(합본호)

ARTICLE

허위뉴스는 독자가 만든다

 

 

더 나은 요구를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리처드 호닉

 

 

 

 

암울한 상황

 

허위정보의 광범위하고 급속한 확산이 미국에서 이슈화되기 몇 년 전부터, 허위정보는 세계 곳곳의 시민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침투한 허위정보는 선거에 개입하고, 음모론에 불을 지펴서 민족과 종파 간 분열을 심화하고, 공동체가 공익을 주제로 합리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논의를 할 수 있는 보편적 능력을 약화시켰다.

 

오보를 몰아내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면서 각종 분석과 조언이 쏟아져 나왔다. 팩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근원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분석기사가 하루가 멀다고 올라왔다.

 

퍼스트 드래프트 미디어First Draft Media의 클레어 와들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논문을 비롯한 몇몇 선행연구는 이 문제의 범위와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와들이 2017년 유럽평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허위정보에 관한 모든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와들의 보고서는 예외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제시된 대부분의 솔루션은 비현실적이거나 불충분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선의를 지닌 갑부가 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선의를 지닌 갑부가 주로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검색엔진에서 추진한 각종 계획은, 모두 이 문제가 정보 자체의 질이나 정보 제공자의 평판에서 비롯된다고 상정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조치가 도출됐다.

 

 

• 거대 기술기업은 알고리즘을 조정하고, 팩트체커와 협력하고, 무책임하거나 악의적인 제3의 배포자를 피하거나 공식적으로 배제한다.

• 비영리조직과 뉴스조직은 유명 인사의 진술과 소셜미디어 게시물의 팩트체크를 더 신속하게 실시한다.

• 스타트업은 과거에 정보를 배포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정보 제공자를 평가한다.

• 뉴스조직은 정보를 취득한 과정을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소비자의 목소리가 뉴스 보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미디어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 이슈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 모델은 소비자의 암묵적 편견과 욕구를 파악하는 역량에 크게 의존한다. 소비자가 다른 사이트로 떠나지 못하게 붙잡고, 광고주가 소비자 개인의 성향에 맞춰 하이퍼타깃 메시지를 보내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위뉴스를 없앨 경우 이들 플랫폼은 곤경에 빠진다. 사용자의 성향을 활용하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대폭 변경하는 것은, 플랫폼이 수익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에 페이스북이 이런 변화를 단행할 조짐을 내비쳤을 뿐인데도 주가가 20%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설사 이들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뉴스매체가 투명성 강화와 지역사회 참여활동을 배가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팩트체킹을 비롯해 소비자에게 오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활동이 발휘하는 긍정적 효과가 미미하며,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을 거의 모든 관련 연구에서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투명성 강화와 지역사회 참여 활동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뉴스조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개선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오래된 문제와 새로운 문제

 

 

지금의 상황은 암울하지만 전혀 새롭지 않다.

 

넘쳐나는 온갖 분석과 조언의 대부분은 이런 상황이 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인 역사적 교훈을 잠시 떠올려 보면, 지금의 현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600여 년 전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촉발한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전 세계 권력관계를 뒤바꿔놓았다. 수백 년간 주로 로마 가톨릭교회가 출판 권력을 독점했지만, 활판인쇄기가 등장하면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출판을 하고, 더 많은 이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대중에게 확산시키는 일이 가능해졌다. 마르틴 루터와 토마스 페인 같은 대중 선동가의 급진적 발상이 그렇게 멀리, 그렇게 빨리, 그렇게 활발하게 확산되지 않았다면 종교개혁, 계몽주의 운동, 미국 혁명, 프랑스 혁명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 대변동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에 엄청난 혼란과 죽음을 야기한 사건들이었다. 문맹률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인쇄기는 텍스트를 생산하는 데만 사용되지 않았다. 루터와 그의 그래픽디자이너 루카스 크라나흐는악플을 일삼는 21세기 트롤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밈memes을 활용해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엘리트 지배계층에 대한 저항에도 불을 지폈다.

 

독일에서 농민전쟁이 발발했을 때, 루터도 처음에는 이 전쟁을 지지했다. 하지만 사망자가 급증하고(수십만 명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파괴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결국에는 봉기를 주도한 농민들에게 등을 돌렸다.

 

요약하자면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격변을 가져온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불러온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예상가능한 결과일 뿐이다.

 

우리가 최근 대변동의 발생 초기에 그 규모를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이 변동이 더 분산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텐베르크가 촉발한 혼란과 라디오와 TV가 불러온 소규모 반란 이후에도, 대부분의 출판 권력은 여전히 기업, 이익단체, 정부, 부유한 개인이 쥐고 있었다. 독점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소수의 사람만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인터넷과 모바일컴퓨팅의 출현이 일으킨 변화는 구텐베르크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도 20년 전 그렇게 예견했다. 하지만 잡스는 사회의 권력 방정식을 바꿀 또 다른 구텐베르크 혁명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우리 사회의 문화를 구텐베르크 수준으로 변모시켰다.

 

활판인쇄기가 그랬던 것처럼, 일반 대중이 출판 권력을 갖게 되면 다양한 긍정적 영향이 나타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무장하지 않은 흑인시민을 총으로 쏜 경찰관이 처벌받는 일은 없었다. 시민의 공분을 사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사건은 대중의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사건 현장을 포착하고 관련 내용을 올리는 방법을 교육하는 위트니스 같은 단체들이 대중에게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진실을 교란하려는 이들이 더 쉽고 저렴하게 출판을 하고, 사실이 성립하는 요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방해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런 새로운 시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1. 엄청난 양의 정보가 매일같이 쏟아지면서 믿을 만한 정보와 조작된 정보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

 

2. 새로운 정보 생산 및 공유 기술이 등장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의 외양, 느낌, 음성, 감각을 흉내 낸 가짜 정보를 만들어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게 됐다.

 

3. 속도와 정확성의 충돌이 심화되고 있다. 누구나 정보를 최대한 빨리 얻고 싶어하지만, 빨리 얻을 수 있는 정보일수록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4. 인간은 자신의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선호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덕분에 우리의 기존 신념을 강화해 주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취하고, 신념에 반하는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오래된 해법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다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허위뉴스의 딜레마에 대한 다양한해법을 내세우는 이들은, 대부분 공급자인 퍼블리셔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제껏 보았다시피 공급자 측은 너무 규모가 크고 통제하기 어렵다. 수요자 측, 즉 소비자가 더 나은 해법을 줄 수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덕분에 읽고 쓰는 능력이 시민의 중요한 자질로 자리잡았듯이, 지금 우리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리터러시를 갖춰야 한다. 그렇다. 해답은 배움에 있다. 그리 선진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스탠퍼드대 역사교육연구소의 샘 와인버그Sam Wineburg소장은 우리가문자 그대로읽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웹 능력을 활용해 웹을 검증하고, 특정 사이트나 이야기에서 내세우는 주장을 팩트체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들은 다음과 같은 역량을 배워야 한다.

 

• 정보를 단순히 소비하기보다 정보의 진위를 확인한다

• 정보를 공유하기 전에 진위를 확인한다.

• 검색순위와 인기가 높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정보 발신자의 대다수가 정보 출처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한다.

• 사람이라면 누구나 암묵적 편견을 갖고 있음을 인정한다

 

오후 반나절 교육을 통해 이런 역량을 습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식의 교육이 시도된 적이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에서 200페이지 분량의 매뉴얼을 교재로 삼아 반나절 동안 참가자 450명과 함께 토론 세션을 갖는 프로젝트가 실시됐다. 15000명의 시민이 이 교육을 받았다. 후속조사의 일환으로 오보 분석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교육 참가자 그룹은 약 64%의 정답률을 보였다. 통제그룹은 57%에 약간 못 미치는 정답률을 기록했다. 두 집단 간의 정답률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게다가 두 그룹의 뉴스기사 분석능력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결국 똑똑한 사람들이 수천 시간을 들여 연구를 하고 수십만 달러를 투자했는데도 오보를 퇴치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수요자 측에 대한 교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조치이지만, 교육방법에 반드시 장기적인 대규모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뉴욕 스토니브룩대는 지난 10년 동안뉴스 리터러시라는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이 커리큘럼은 학생들이 인쇄물, TV,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모든 매체를 통해 접하는 정보의 확실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대학생이뉴스 리터러시커리큘럼을 수강하고, 미국 30여 군데 대학에서 이 커리큘럼을 전부 혹은 일부 채택하거나 참고했다. 지난 5년 동안 홍콩, 말레이시아, 호주, 베트남, 이스라엘, 러시아, 폴란드, 미얀마의 대학들이 스토니브룩대와 함께 현지 사정에 맞는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온라인 고등교육 플랫폼 코세라Coursera에도 이 커리큘럼의 요약 버전이 올라와 있다.

 

독립적으로 수행된 다른 연구에서도 스토니브룩대 강좌를 들은 학생들이 더 높은 수준의 뉴스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보이고, 시사정보를 더 많이 알고, 뉴스를 소비하려는 동기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효과는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만으로는 허위뉴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허위뉴스 교육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종합적이고 전국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뉴욕 시의 중학교와 일리노이 주 및 롱아일랜드의 고등학교에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 시범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는 지난 10여 년 동안 언론인을 고등학교에 초청하는 방식으로 이런 교육 개념을 적용해 왔다.

 

이런 실험은 바람직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진전을 이루려면 교육 모델을 제공할 시범 프로젝트에 대한 공공 및 자선 부문의 재정 지원, 확장성 있는 교사 수련 프로그램, 주정부와 지방정부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뉴스 리터러시 역량을 갖춘 새로운 시민세대는 양질의 정보를 요구할 것이며, 이들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민주주의 시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처럼, 새로운 능력을 갖춘 21세기 소비자는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리처드 호닉(Richard Hornik)은 스토니브룩언론대학원 교수다.

 

24년 동안 <타임> 기자로 일했으며, 2011년에 HBR에서 임시 편집자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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