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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관리 & 인사조직

내부고발은 건강한 기업의 지표다

매거진
2019. 1-2월호

ETHICS

내부고발은 건강한 기업의 지표다

스티븐 스투벤, 카일 웰치

 

 

20년간 최악의 기업 위기들은 내부고발자를 통해 밝혀졌다. 셰런 왓킨스Sherron Watkins는 엔론 내부에서 경고등을 켰다.[1]신시아 쿠퍼Cynthia Cooper는 월드컴의 주요 회계 부정을 경영진에 알렸고[2], 매튜 리Matthew Lee는 리먼브러더스의 경영진에 문제를 제기했다.[3]그러나 이들 내부고발자는 회사의 몰락을 막을 수 없었다. 심지어 내부의 악행을 알렸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보면 내부고발자가 기업 행동과 기업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 별 영향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부고발 핫라인과 돌발 상황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나벡스 글로벌NAVEX global, 2018년 우리에게 미국 공기업 직원들이 작성한 익명의 내부고발 자료 120만 건을 제공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내부고발제도는 기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이며, 제대로 기능하는 내부 핫라인은 수익성을 포함해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함이 밝혀졌다. 직원이 내부고발 핫라인을 자주 사용할수록 기업의 소송 건수와 합의금으로 지출하는 금액도 줄어든다.

 

보통 경영진이 불만사항을 처리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이런 결론은 직관에 위배된다. 많은 회사가 내부고발자 핫라인을 무시하거나 오용하며, 이를 통해 제공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회사가 내부고발자를 지지하려고 해도 관리자들이 내부고발의 보고 수준을 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잦은 내부고발은 회사에 큰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까? 로버트 보웬Robert Bowen, 앤드루 콜Andrew Call, 시바 라즈고팔Shiva Rajgopal은 외부고발 사건을 연구한 결과, 외부고발 빈도가 향후 소송사건 증가 및 실적 부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결론이 내부고발에도 적용될까? 오히려 내부고발이 잦은 건 직원들이 경영진을 신뢰해서가 아닐까? 공개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전에 경영진이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건 아닐까?

 

 

적극적인 내부고발은 질병이 아닌 건강의 신호다

 

연구 결과 내부고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내부고발 정보를 무시하거나 해당 제도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 기업보다 실제 소송과 합의금 액수가 적었다. 문제가 없는 기업은 없지만, 일찍 보고를 받으면 사태가 커져서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으로 이어지기 전에 해결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내부고발의 횟수와 각 건에서 제공된 정보량을 평가해, 직원과 관리자의 관점에서 활동을 측정했다. 경영진에서 내부고발 건을 검토한 횟수도 측정했다. 그 결과 내부고발 시스템 사용도의 표준편차가 1 증가하면 계류중인 소송은 6.9%, 총 합의금액은 2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내부고발 시스템을 사용한 횟수와 규제기관 및 관련 당국에 외부고발이 들어온 횟수에는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 내부고발 빈도가 높다고 해서 회사에 문제가 많거나 심각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부고발은 직원과 경영진 간에 개방적인 의사소통 채널이 있으며, 직원들이 경영진의 문제해결 능력을 신뢰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반면 직원들의 외부고발은 경영진이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뜻한다.

 

 

내부고발 핫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의 유형

 

제보 횟수로 측정한 내부고발 시스템의 활용도는 시간에 따라 증가했지만 기업 간, 산업 간에 큰 차이가 있었다.

 

어떤 유형의 회사가 내부고발 시스템을 활발하게 사용할까? 연구를 통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볼 수 있었다. 루시안 벱척Lucian Bebchuk, 앨마 코언Alma Cohen, 앨런 페렐Allen Farrel 2009년 개발한 지수로 측정한 결과, 경영진의 지배력이 강한 기업(이를 테면 경영진의 리더십에 따라 주주 권력을 제한하는 거버넌스 프로토콜을 가진 기업)일수록 내부고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급성장하는 기업, 실적을 허위 보고할 조짐을 보이는 기업도 내부고발 시스템을 활용할 가능성이 낮았다.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더 적극적인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산수익률 기준) 수익성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내부고발 시스템 활용에 적극적인 기업은 소송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전에 내부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 분석에 따르면, 내부고발 시스템 활용도의 표준편차가 1 증가할 때 이듬해 실제 계류소송은 3.9%, 총 법적 합의금은 8.9% 감소했다. 3년에 걸쳐 분석하면 표준편차가 1 증가할 때 소송은 6.9%, 합의금은 20.4% 감소로 이어졌다. 소송 방지의 중요성은 단순히 직접적인 소송비용과 합의금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합의금이 수억 달러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소송이 브랜드 평판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모든 현금 지출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내부고발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기업은 법적인 문제에 노출되는 일이 적을 뿐만 아니라, 대개 수익성이 좋고 경영 기간도 길었다.

 

 

연구의 시사점

 

여러 회사의 준법감시 임원들은 우리에게내부고발 제로가 목표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시스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느끼면 간단히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많다는 증거도 있다. 2014년 영국의 로펌 브룩하우스 데링거Bruckhaus Deringer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30%에 달하는 관리자가 자신의 회사에서는 내부고발을 적극적으로 막는다고 대답했다.

 

내부고발 사례가 없거나 적으면 시스템이 활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건 알겠지만, 산업군의 평균 고발 횟수를 넘는 것 역시 회사에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하는 임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연구한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니다. 내부고발 시스템의 활용도가 높은 것은 심각한 문제의 조짐이 아니라, 직원과 경영진들의 개방적이고 건강한 소통문화의 상징이다. 결국 모든 거대조직은 눈에 띄지 않는 어려움을 겪는다. 내부고발 시스템은 이 문제가 경영진의 눈에 보이도록 할 뿐이다.

 

관리자들은 핫라인을 일반적인 감사 절차나 이사회의 필수요소로 봐야 한다. 내부고발은 사내에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드는 귀중한 자원이다. 규제기관도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강력한 내부고발 시스템을 가진 회사에 대한 이번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규제 기관에서는 기업이 효과적인 해결책을 자체 도입하도록 더 큰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번역 석혜미 에디팅 조영주

 

스티븐 스투벤(Stephen Stubben)은 유타대 조교수다.

 

카일 웰치(Kyle Welch)는 조지워싱턴경영대학원 회계학 조교수다.

 

 

[1]미국의 에너지회사 엔론은 1990년대 급성장했으나 회계 부정, 부적절한 로비활동, 회사 자산 유용 및 횡령 등으로 2001년 파산했다. 당시 재무담당 임원이던 셰런 왓킨스는 몇 차례 익명으로 회장에게 회계부정을 제보했으나 사태를 막지 못했다.

 

[2]미국의 통신사 월드컴은 회계부정의 여파로 2002년 파산신청 했다. 내부감사인이던 신시아 쿠퍼는 2000년 이미 회계 문제를 지적했으나 묵살당했다.

 

[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되었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에 앞서, 당시 수석부사장이던 매튜 리는 회계부정을 파악하고 이를 CFO CRO에게 보고했으나 퇴직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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