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 김연준 교수와 오하이오주립대 김준하는 어느 한국 건강식품 기업의 분기별 성과평가에서 제품개발자가 상급자, 하급자, 동료에게 받은 피드백을 확인하는 현장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두 달 후, 해당 제품개발자의 창의성에 대한 상사의 평가를 검토했다. 상사나 동료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은 직원의 창의성 수준은 낮게 나타났지만, 하급자의 비판을 받은 경우는 반대로 높은 창의성 수준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렇게 결론 내렸다.
부하직원의 비판은 팀장의 창의력을 높여준다. 그러나…
김연준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김연준: 부정적 피드백에 반응하는 방식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위협감을 느껴서 실험적 시도를 주저하고 일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현재 업무수행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다 나은 전략을 도입할 수도 있죠. 피드백의 출처에 따라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상사나 동료에게 비판을 받은 직원은 위협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더가 팔로어, 즉 자신이 관리하는 부하직원에게 비판을 받는 경우에는 업무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확률이 더 높았습니다.
HBR: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약점을 지적받는 게 괜찮다니, 이유가 뭘까요? 분명 자존심에 상처가 될 텐데요. 권력관계의 문제죠. 상사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직원은 자아상에 영향을 받고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업무평가, 승진, 임금결정 등 상사가 모든 상황에 통제력을 갖기 때문이죠. 동료의 비판 역시 어느 정도 불안감을 자아냅니다. 결국 동료들은 같은 자원과 기회를 놓고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서 부정적 피드백이 일종의 권력 다툼으로 느껴질 수 있거든요. 능력을 폄하하고 자존감을 공격하려는 시도로 말이죠. 하지만 상사의 자원과 보상에 대한 통제력이 전혀 없는 부하직원에게 받는 비판은 위협감이 덜한 겁니다.
상사의 창의력은 얼마나 상승했나요?
상급자의 평가에 따르면, 하급자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관리자의 창의력은 평균 9% 상승했습니다.
관리자 직급이라면 나이도, 경력도 더 많기 때문에 쉽게 동요하지 않고 비판에 잘 대응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나이와 연차가 높은 관리자의 경우 비판과 창의력의 상관관계가 더 강하게 나타났어야 합니다. 두 변수를 모두 검토했지만 그런 효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