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에 위치한 피치트리 마켓Peachtree Markets 본사의 대형 회의실에서 이사회 의장 마고 엘리스Margot Ellis는 손에 든 공식 서한을 다시 읽으며 분노와 불안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 서한은 기관투자가인 메릿 캐피털Merit Capital이 보낸 것으로, 그가 앞장서 추진해온 이사회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DEI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며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었다.
2019년부터 피치트리의 이사로 활동해 온 마고는 지난 3년간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며 기존의 고루하고 남성 중심적인 이사회를 보다 역동적이고 다양성 있는 조직으로 바꾸기 위해 힘써왔다. 헤지펀드와의 분쟁 이후 그는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해 회사의 지배구조를 검토하게 했고, 그 보고서는 마고의 주장을 뒷받침해줬다. 이사진의 교체가 이뤄져야 하며 소외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마고는 유명 헤드헌팅 업체와 협력해 자격을 갖춘 여성 또는 유색인종만 이사 후보로 고려하겠다는 원칙 아래 이사회 구성원을 모집해왔고, 이들이 전체 이사의 최소 50%를 차지할 때까지 이 원칙을 고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년간 진전을 보였던 피치트리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었다.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학 전형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기업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이른바 ‘워크woke’ 기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활동가 로비 스타벅Robby Starbuck과 같은 인물들은 월마트, 로우스, 존 디어, 포드 등 여러 기업이 DEI 프로그램을 축소하도록 압박했다. 이런 분위기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더욱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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