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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운영관리

기업의 생존에 관한 끔찍한 진실 外

매거진
2016. 12월호

Strategy

기업의 생존에 관한 끔찍한 진실

기업들이 정말로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회나 강연에서 끊임없이 거론되는 통계 중 하나가 바로 1980년 이전에 존재했던 기업의 80%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마도 5년 뒤에는 17%가 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트머스대 교수인 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은 이런 이야기를 여러 형태로 너무 자주 들은 나머지 언제부턴가 그 역시도 이 통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정확한 통계인지는 알지 못했으며,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동료 교수인 아눕 시리바스타바Anup Srivastava와 함께 기업의 수명을 엄밀히 분석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전까지의 연구자들은 대개 <포천> 선정 500대 기업과 S&P 500 기업의 생존 비율을 조사했지만, 이 두 명의 다트머스대 교수는 그물망을 더 넓게 쳤다. 1960~2009년까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29688개 기업을 전부 살펴본 것이다.(<포천> 선정 500대 기업과 S&P 500 기업은 규모가 아주 큰 기업들뿐이라 붕괴 가능성이 특히 더 높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연구진은 상장 시기에 따라 기업들을 10년 단위로 묶고 5년 뒤에도 남아 있는 기업들이 각 집단에 몇 개나 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1970년 이전에 상장된 기업들의 경우 5년 생존율이 92%였다. 반면에 2000~2009년에 상장된 기업들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63%에 그쳤다. 연구진이 닷컴 버블과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닥친 대침체의 영향을 통제 변수로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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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컨설팅그룹의 연구진도 이와 비슷한 분석을 2015년에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연구팀에서 새롭게 밝혀낸 결과는 미묘하게 다르다고 고빈다라잔 교수는 말한다. 두 연구 모두 기업의 실패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한 건 같지만,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과연 어떤 유형의 기업들이 실패율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는지를 구분해 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고빈다라잔 교수는실패율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1970년대 이전에 상장한 기업들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다라며최근에 상장한 기업들이 더 빠른 속도로 망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이 새로운 연구는 이런 결과로 인해 제기되는 더 중요한 질문들, 즉 어째서 이런 기업들이 실패를 하는지, 그리고어떻게 하면 경영자들이 실패를 막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대해서도 답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연구진은 재무제표를 파고들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상장된 기업들이 (공장과 설비 같은) 물리적 자산과 (직원, 특허, 연구개발, 지적 재산 등의) 조직 자본에 대한 지출면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에 상장된 기업들은 (백분율로 보면) 그 전에 상장된 기업들에 비해 조직 자본에 대한 지출이 평균 2배 이상이며, 물리적 자산에 대한 지출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기업일수록 출시와 유통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디지털서비스 같은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기초로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이것이 제조기업들보다 유리한 점이다. 왜냐하면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은 공장이나 창고, 공급업체 같은 고비용의 기반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런 이점이 마치 양날의 칼과 같다고 덧붙인다. “신생기업일수록 변화에 민첩하다는 건 좋은 점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는 한 오래가지 못한다는 건 나쁜 점이다.”

 

이런 비관적인 견해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사실에서 비롯된다. 디지털기업은 공장과 상품, 공급사슬을 가진 기업들에 비해 재빠른 모방에 훨씬 취약하다는 것이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그런 사례를 줄줄이 나열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나 할 것 없이 갑자기 에버노트Evernote라는 조직화(메모장)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노트OneNote, 애플의 노트Notes, 구글 킵Google Keep, 심플노트Simplenote를 비롯한 다른 앱들도 비슷한 기능을 제공한다. 스카이프Skype, 페이스타임Facetime, 바이버Viber, 짓시Jitsi, 구글의 행아웃Hangouts등은 모두 영상채팅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드롭박스Dropbox의 경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기업의 선구자다. 그러나 드롭박스의 기본적인 기능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아마존, 구글이 금세 모방했다. 고빈다라잔 교수는예나 지금이나 창조적 파괴의 힘을 늘 염두에 둬야 하지만, 물리적인 세계에서는 그 주기가 더 길었다기술을 기반으로 한 영역에서는 그 주기가 한층 짧아졌다고 말한다.

 

물리적 자산에서 디지털 비즈니스모델로의 전환이 갖는 시사점 중에는 미묘하고 예기치 않은 것들도 있다. 예컨대 고빈다라잔 교수는 일류 경영대학원의 회계강좌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회계강좌는 재고모형(후입선출LIFO[1]과 선입선출FIFO[2]을 기억하는가?)과 매출원가, 감가상각 등 대차대조표가 물리적 자산들로 빼곡할 때는 말이 되지만, 지금처럼 많은 기업의 상품이 다운로드할 수 있는 비트나 바이트 단위의 데이터일 때는 아무 관련 없는 개념들을 장황하게 논하기 때문이다. 고빈다라잔 교수에 따르면 이는 경영대학원의 교과과정이 얼마나 오늘날의 경제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이 연구는 이런 주된 결과로부터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질문, 그러니까 신생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이런 추세를 거스르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다룬다. 연구진이 제안하는 전략은 세 가지다. 첫째, 기업들은 비즈니스모델에 기술 상품과 물리적 상품을 둘 다 포함시킴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경쟁업체들이 단순히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하는 방법으로 미투me-too 서비스를 금세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디지털과 물리적인 방식의 결합을 시도한하이브리드사례로는 테슬라와 아마존이 있다. 테슬라의 경우 배터리와 자동차 제조 부문에서 고도의 전문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아마존은 방대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물류창고가 경쟁의 보루 역할을 한다.)

 

둘째,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는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페이스북 사용자가 10억 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페이스북의 경쟁우위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경쟁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더라도 친구들과 새로 관계를 맺고, 페이스북에 올렸던 게시물들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끊임없는 혁신에 더욱 집중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이 전략을세 상자 모델[3]이라는 틀로 설명한다.(이 주제는 2011년에 HBR에서 다뤄졌으며 올해 책으로도 담겨서 나왔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단기적 성과를 지나치게 신경 쓴다는 일반적인 비판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람들은 월스트리트가 이런 압박을 준다고 비난하지만 사실 월스트리트가 요구하는 바는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성과 사이에서 건전한 균형을 추구하는 거예요.” 그는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짧은 기간이 지난 다음 당신의 모습을 그 자리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1]재고 자산을 평가할 때 최근에 매입한 상품이 먼저 판매된 걸로 가정하는 회계방식

으로매입역법이라고도 한다.

[2]먼저 들어온 물건이 제일 먼저 나간다고 가정하는 회계방식

[3]혁신에 필요한 요소를현재-핵심사업 관리’ ‘과거-혁신의 걸림돌 제거’ ‘미래-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신제품이나 신규사업으로 개발이라는 세 가지 상자로 구분해 설명하는 방식

참고자료비제이 고빈다라잔과 아눕 시리바스타바의 공동 연구보고서 ‘Strategy When Creative Destruction Acceler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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