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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관리 & 리더십

크로스핏 체육관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스웨덴 CEO

매거진
2018. 5-6월(합본호)

Idea Watch

LEADING TEAMS

 

크로스핏 체육관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스웨덴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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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일하면 성과가 따른다.”

 

현대 지식경제에서는 좀처럼 믿기 힘든 말이다. 많은 직장인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회사의 실적에 얼마나 직접 기여하는지, 또는 자기 경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려고 애쓴다. 그런데도 직장에서 종종 실적 압박을 받게 되니, 이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다 무슨 소용이야?” 마케팅이든 영업이든 임원의 변덕, 전략의 변화, 주주의 요구 같은 외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일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오랫동안 꾸준히, 제대로 일해온 직원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는 사례가 왜 드물어졌을까?

 

열심히 일하면 성과가 따른다는 패러다임이 아직 유효한 곳이 하나쯤 있는 듯싶다. 바로 체육관이다. 스쿼트랙[1]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 인풋만큼 아웃풋이 나온다. 시간을 들인 만큼 보상을 받는다. 진척 상황은 일종의 우상향 곡선에 일목요연하게 드러나는데, 이것이 바로 회사와 경영진이 그토록 꿈꾸는 일이다. 크로스핏이나 솔사이클[2]의 간단한 법칙에 많은 사람이 매력을 느끼고 만족하는 것도 당연하다.

 

운동의 장점에 주목하는 몇몇 리더가 있다. 새로운 CEO 세대는 근면성실의 미덕이 아직 살아 있는 이프로테스탄트 윤리의 마지막 요새에서 힌트를 얻었다. 애매하고 실체가 없다며 비판받던변혁적 리더십’ ‘진정성 리더십과 달리, 이제 소개하는피트니스 리더십fitness leadership은 구체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근면성실한 직원은 회사와 체육관에 많은 시간을 쏟은 만큼 평가와 보상을 받을 것이다. 그 대가로 피트니스 리더는 직원이 불안, 불공정, 고립감에 시달릴 때마다 확신, 정의, 동지애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 피트니스 리더로 헨리크 번지Henrik Bunge가 있다. 스웨덴 스포츠패션업체 비에른 보리Björn Borg CEO, 자칭감독이다. 회사명은 스웨덴의 유명 테니스선수 비에른 보리의 이름에서 따왔다. 지난가을 우리는 번지와 비에른 보리 직원이 참가하는 피트니스 수업을 수강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1~12시에 진행하는스포츠 아워sports hour라는 수업으로, 비에른 보리 직원이라면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우리는 강단에 올라선 킥복싱 강사가더 세게!”라고 외치는 가운데 둘씩 짝지어 마주 보고 발을 차고 주먹을 날렸다.

 

수업을 마치고 세련된 태국 음식점에서 번지와 점심식사를 했다. 번지는스포츠, 회사를 만나다식의 경영철학을 들려줬다. “축구선수는 축구하는 법을 압니다. 하지만 마케팅 직원에게 마케팅 방법을 물으면 대개 대답을 못합니다.” 스포츠 문화에 배울 거리가 넘친다는 말도 했다. 번지의 티셔츠 아래로 미처 감추지 못한 이두박근이 선명하게 내비쳤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축축했다. 번지는 1973년생이다. 하지만 가장 최근 치른 체력시험에 따르면 신체나이는 21세다. 비에른 보리 본사 직원 60명 전부가 1년에 2번 체력시험을 치러야 한다.

 

헨리크 번지 밑에서 일하는 것은 여러모로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2014 8월 번지가 CEO로 부임했을 때, 회사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브랜드는 정체성이 부족했다. 2013년 회계장부를 보면 순매출이 줄었고, 이익은 급감했다. 번지는 새로운 전략을 세워 비에른 보리를 스포츠패션계의 명품 브랜드로 탈바꿈하겠다고 나섰다. 매출은 2배로 늘리고, 5년 안에 직원들의 업무몰입도를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직원이 여러모로 강해져야 했다. “훈련강도를 높이고, 목표달성 수준을 엄격히 측정하고, 팀 발전에도 힘써야 했습니다.” 번지가 말한다. “그렇게 하자면 모두 하나가 돼야 했습니다. 직원들에게 빠짐없이 스포츠 아워에 참가하라고 했습니다. 이 결정을 두고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번지는 일과 운동이 상호 작용한 결과로 성공했다고 본다. 번지는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운동량도 덩달아 늘린다고 말했다. 번지가 생각하기에, 회사 전체 차원에서 볼 때 다같이 땀을 흘리는 게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거나 체력을 길러서 고된 업무를 버티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재미를 얻고 팀원들끼리 유대를 강화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번지와 점심을 함께했던 것을 계기로 호기심이 생겨서, 필자 중 한 명인 토르킬드 타넴이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문화인류학적 방법을 동원해 회사를 조사했다. 2016 9월 이래 일주일에 며칠씩 비에른 보리 본사에 머물며 워크숍, 회의, 체력시험 등에 참여했다. 여러 직원과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스포츠 아워에 25번 참가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팀장이 팀원들과 월스쿼트[3]경쟁을 벌이는 모습과, 직원들이 팔굽혀펴기 대회에서 체력을 측정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탁구로 무료함을 달래는 모습도 관찰했다. 어느 금요일 아침, 웃통을 벗은 한 남자 직원이 주방에 들어와 운동 목표를 달성했다며 배에 잡힌 식스팩을 보여준 적도 있다.

 

[1] 안전하게 스쿼트를 하도록 도와주는 기구

[2] 크로스핏(CrossFit)은 미국의 그레그 글래스먼(Greg Glassman)이 만든 운동방법론과 피트니스클럽 브랜드이며 솔사이클(SoulCycle)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스피닝 클래스 브랜드다.

[3] 벽을 마주하거나 벽에 등을 대고 하는 스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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