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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봇 크리머리 CEO, 지속가능성 벤치마크 능가하는 법

매거진
2020. 5-6월호
How I Did It

캐봇 크리머리 CEO, 지속가능성 벤치마크 능가하는 법

에드 타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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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B 코퍼레이션(B콥)1’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좀 회의적이었다.

B콥은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이르는 말이다. 당시 나는 미국에서 가장 큰 낙농협동조합 중 하나인 캐봇 크리머리Cabot Creamery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엄청나게 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건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리얼 밀크’나 ‘리얼 버몬트산’ 인증과 비슷한 인증제도 아닐까? 우리의 치즈나 다른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신경이나 쓸까? 우리는 협동조합이라서 농부들이 생산자이자 회사의 주주이기도 한데, 그분들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 직원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업무부담이 생길까? 초기비용과 연간비용은 얼마나 들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A콥이 아니고 B콥이라고 부를까? 저 이름 때문에 모든 게 2류 같이 느껴지잖아…

나에게 이 개념을 소개한 사람은 캐봇의 마케팅 책임자인 로베르타 맥도널드였다. 그는 B콥이 되는 건 단순히 주주뿐 아니라 환경과 지역사회, 직원, 소비자도 섬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려면 B랩(B Lab)에서 마련한 일련의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ESG)2 척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B랩은 목적주도형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우리 회사가 B콥 인증을 받으려면 농장과 공장, 유통경로에서 폐기물이 적게 나오도록 하고 에너지 효율적이 되며 가축들이 좋은 대우를 받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 우리 회사가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마을들과 도시들을 지원하고, 직원들에게 건강한 작업장과 공정한 이익을 제공하며, 제품과 고객에 대해 깊이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베르타는 내게 우리 캐봇은 이 모든 걸 이미 실행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사실 로베르타는 수년 전부터 우리가 지속가능성 관련 목표와 보고체계를 도입하도록 설득해 왔다. 그는 그 시점까지 단지 200개 기업이 B콥 지위를 얻었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우리 회사가 왜 거기에 합류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주장을 폈다. 다음과 같았다. “B콥 인증은 우리 회사의 가치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데다가 미래엔 매우 중요해질 거예요. 당장은 고객들이 그게 뭔지 이해를 못할지도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될 겁니다. 또 우리의 기존 예산 안에서 감당할 수 있어요.” 마지막 포인트는 CFO인 내 입장에서 중요한 사실이었다.

나는 찬성했다. 당시 CEO였던 리치 스태머를 대화에 끌어들였고 그는 곧 동의했다. 우리는 바로 그 회의에서 B콥이 되기로 결정했다. 기존 사업 운영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기 때문에, 14명의 농부로 이뤄진 이사회의 승인까지 얻을 필요는 굳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곧 이사회의 동의도 얻어냈다. 로베르타와 그의 팀은 전직 변호사였던 한 이사의 도움을 받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모든 지표에서 합격 점수를 따고 또 협동조합이라는 구조와 관련된 몇 가지 법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2년이 걸렸다. 마침내 2012년 B랩은 우리를 B콥으로 정식 인증해줬다. 축하 파티를 열지는 않았지만 경영진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올바른 일을 하고자 하는 기업이었다. 이는 우리의 사명을 확인해주는 사건이었고, 또 내가 2015년에 자랑스럽게 캐봇의 CEO 자리를 맡게 된 큰 이유였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우리는 이와 같은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들을 실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첫 번째로 배운 건 미래를 예측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ESG 이슈와 관련해서는 로베르타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둘째, 앞장서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남들을 뒤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의미 있는 측정지표를 파악해 놓고 이해관계자들이 묻기 전에 미리 준비돼 있으면 좋다. 셋째, 성공은 특정 집단의 향상보다는 공동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협력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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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협동조합이었던 캐봇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1919년 버몬트 주 캐봇에 있는 한 무리의 농부들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지역사회가 소비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 그러다가 그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넘치는 우유를 모아 다른 마을로 운반하거나, 유통범위를 넓히기 위해 버터나 치즈 같이 오래 가는 제품으로 바꾸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해 나눠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캐봇 협동조합은 이렇게 탄생했다.

56개 농장으로 이뤄져 있던 이 그룹은 1940년대에 치즈 제조시설을 추가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훨씬 더 많은 농장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서 생산능력을 높였고 사워크림, 코티지치즈 같은 발효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품은 한정된 지역에서만 판매됐다. 반경 약 40마일 이내 상점들과 버몬트 지역의 몇몇 스키장들, 레스토랑들에 공급됐는데 그중 캐봇 치즈를 사용한다고 따로 광고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1980년대 초에는 조합원 농장 수가 약 500곳으로 늘어났고, 이때부터 비로소 보스턴에 있는 식자재 업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조합은 1989년이 돼서야 자신들의 제품이 훨씬 더 큰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우리 캐봇 치즈의 품질이 경쟁업체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조합은 전국 농산품 경진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1989년 대회에서 미국 최고의 체더치즈로 선정된다. 상을 받긴 했지만 잇단 경기침체로 인해 이 수상소식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92년 상황이 바뀐다. 1000여 개의 농장으로 이뤄진 대규모 협동조합인 아그리마크Agri-Mark와 합병하면서다. 규모가 커진 우리 조합은 버몬트와 보스턴을 넘어 미국 북동부의 다른 지역으로 진출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을 캐봇이라고 부르지만 공식 명칭은 아그리마크 패밀리 낙농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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