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지 않아도 우리는 항상 오감을 활짝 열고 주변을 살핍니다. 환경의 변화나 주위 움직임을 즉각 알아채고 찰나에 반응합니다. 이런 능력은 아주 중요합니다. 주변의 어떤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면 길을 지나갈 때 다른 사람들과 계속 부딪힐지도 모릅니다. 그중에서도 사람은 특히 다른 사람에게 민감합니다.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은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시선, 몸짓 등의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상대방의 의도나 욕구, 신념, 생각 같은 것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본능은 다른 사람을 읽고 이해하며 그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나노 단위로 조절하고 반응하는, 이른바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의 토대가 됩니다. 이를 정확하게 측정한다고 알려진 도구가 바로 RMETReading the Mind in the Eyes Test입니다. 구글 등 서치 플랫폼에 이 검사를 검색해보면 36가지 종류의 눈이 나옵니다. 얼굴 중 눈 주변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가린 채 해당 인물의 기분이 어떤지 맞히도록 구성된 검사입니다. 36가지 중 몇 개를 맞혔느냐에 따라 얼마나 우수한 사회적 기술을 가졌는지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논문에서 이 검사가 다시 언급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버드대 벤 와이만과 데이비드 데밍의 연구인데요, 이들은 여러 조직원 중에서 특히 동료들의 잠재력을 자극하고 이끌어내 조직 전체의 성과를 높이는 데 탁월하게 기여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팀 플레이어team player’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팀 플레이어들의 특성을 분석해보니 이들은 공통적으로 RMET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기술이 뛰어났습니다. 연령이나 성별, 교육 정도, IQ 등은 별로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번 호 HBR에서는 누구도 아닌 바로 리더에게 사회적 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오늘날 리더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경력을 갖고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진 직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 하는 데다 사회•정치적으로 넓게 분포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루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매끄럽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질적으로 우수한 사회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10~20년 전만 해도 스티브 잡스처럼 스스로 능력이 뛰어난 독불장군식 리더십이 통했지만 요즘의 리더는 자기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것만으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히려 본인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다양한 인재들이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귀를 활짝 열어 잘 듣고, 내적 욕구를 자극해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리더십의 이상적인 모습도 변합니다. 이번 호 HBR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과 그 실천 방법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