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리더십

케링(Kering)그룹 CEO가 찾은 인수 브랜드의 성장 공식

매거진
2014. 3월

How I did It…


[37-Fe]_01 

2003년 어느 날, 아버지는 파리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자고 말씀하셨다. 나의 부친은 우리 가족이 소유한 지주회사 아르테미스(Artemis)의 회장이었다. 1963년 아버지가 창립한 거대한 기업 PPR을 비롯해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업체인 크리스티 등 상당히 다양한 사업체들이 아르테미스의 지배권 내에 있었다. HEC 경영대학원을 1985년에 졸업한 나는 1987년부터 계속 아르테미스에서 일해왔다. 만 마흔을 갓 넘긴 나이였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는 회장 겸 CEO직을 내게 승계시키고 자신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다. 나는 아버지께 여쭸다. “일을 그만두고 무엇을 하시게요?” 아버지는때가 됐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당시 아버지의 연세가 예순일곱이었고, 그 무렵 아버지의 친구 한 분이 가업의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영향도 받으신 듯했다.

 

THE IDEA

케링은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면 제품개발, 유통, 소매 전략을 돕고 창의적 디자이너와 유능한 경영자 간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그 브랜드의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촉진한다.

 

 

아버지와 저녁 식사를 했던 날은 목요일이었다. 바로 그 다음 주 월요일, 본사에 있는 내 사무실에 들어서자 처음 보는 가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에는 아버지가 앉아계셨다. 아버지는 자신이 쓰던 회장실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이제 여기는 네 자리가 아니다. 저기가 네 자리란다.” 주말을 틈타 사무실의 물건들을 모조리 옮겨 놓도록 한 것이다.

 
[37-Fe]_02

이로부터 11년 전인 1992, 아버지는 연륜 있는 비즈니스 전문가 여덟 명을 모아 피노 트러스티(Pinault Trustees)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피노 트러스티가 맡은 임무는 곁에서 나를 지켜보며 과연 아버지가 하던 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해마다 피노 트러스티의 전문가를 각기 따로 아버지 댁으로 초대해 11로 점심식사를 했다. 그처럼 멋진 사람들을 알게 된 건 분명 행운이었다. 면밀히 관찰을 당하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지만 말이다. 2001년 나는 후계자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피노 트러스티는 해체됐다.

 

아르테미스 경영권을 넘겨받은 지 2년 뒤 PPR의 회장이자 CEO직을 맡게 된 나는 중대한 질문을 맞닥뜨리게 됐다. ‘아버지 시대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에 답해야 했다. 당시 PPR(2013 6월 케링(Kering)으로 사명이 변경됐다)은 매우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건축자재 제조업을 비롯해 서유럽과 미주 지역에는 소매 매장과 통신판매업체도 두고 있었다. 1999년부터 수차례에 걸친 주식 취득을 통해 인수한 명품 브랜드 구찌그룹도 있었다. 나는 회사의 자산이 지나치게 서유럽, 그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우려됐다. 회사를 더 성장 지향적이며 수익성 높은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결국 나는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명품 산업(의류 및 액세서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몇 년 뒤인 2007년에는 푸마(Puma)의 지배권을 쥐었다. 경영권 행사에 충분한 주식을 취득하고 스포츠 및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회사의 두 번째 전략 부문으로 정했다.

 

지난 10년간 케링은 기존 타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수차례에 걸쳐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명품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구찌를 비롯해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브리오니(Brioni), 생 로랑(Saint Laurent),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등 열네 개 명품 브랜드가 케링에 속해 있다. 인수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케링의 능력은 사업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인수건이 어떻게 성사됐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우리가 하는 사업의 핵심은 브랜드들이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그동안 축적된 집단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득을 얻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스텔라 맥카트니나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 같은 브랜드는 케링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더 효율적인 상품개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좋은 위치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고 해당 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모집하는 것도 우리가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방식이다.

 

이처럼 경영 전략이 변혁을 거치면서 케링의 규모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문성과 수익성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됐다. 2003년만 해도 244억 유로에 달하던 매출액은 97억 유로로 절반 이상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오히려 40%가량 증가했다. 2007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41%에 이르던 프랑스 내 매출 비중이 4%로 감소했다. ‘보다 더 글로벌한 기업이라는 목표를 이룬 것이다.

 

글로벌 경제 흐름에 맞춰 전문 분야에 집중하다

 

아르테미스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아버지가 합병을 단행했던 다양한 B2B 사업부 내에서도 여러 곳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창문을 만드는 부서에서 일한 적도 있으며 30개 국에 수입차를 유통하는 아프리카 사업부를 통솔하기도 했다. 사실 구찌를 인수하기 전까지 나는 명품 산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구찌 이사회에서 일하면서 배워 나갔다.

 

아티클을 끝까지 보시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세요.
첫 달은 무료입니다!

관련 매거진

아티클이 실린 매거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2014.3월 [창간호]
Work vs Life 선택의 순간, 균형은 잊어라
17,000원 15,300원

아티클 PDF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2014.3월 케링(Kering)그룹 CEO가 찾은 인수 브랜드의 성장 공식 5,000원
  • ※ 아티클 PDF 구매는 월별 제공되는 PDF 다운로드 권한을 모두 사용하신 1년 또는 월 자동결제 서비스 구독자에 한해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 ※ 아티클 PDF 다운로드가 필요하신 분께서는 HBR Korea 서비스 구독을 신청하세요!
(03187)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 동아일보사빌딩 (주)동아일보사
대표자: 김재호 | 등록번호: 종로라00434 | 등록일자: 2014.01.16 | 사업자 등록번호: 102-81-03525
(03737)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29 동아일보사빌딩 15층 (주)동아미디어엔(온라인비즈니스)
대표이사: 김승환 | 통신판매신고번호: 제 서대문 1,096호 | 사업자 등록번호: 110-81-47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