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은 기대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전략적 이벤트다.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조직은 단기간 내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 성사까지 수개월, 때로는 수년에 걸친 협상과 실사,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도 여러 M&A가 애초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여러 조직을 연구한 현장 경험을 통해 인수 기업이 거래 전 실사에는 상당한 역량을 보이지만 피인수 기업 직원의 실제 경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런 무관심은 인수 후 조직 통합의 질을 저해하고 거래 성과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피인수 기업 직원의 통합 경험을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은 재무나 법률적 실사만큼 M&A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제시하는 통합 전략은 활발한 인수 활동을 이어온 한 글로벌 대기업의 인수 사례 15건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여러 산업과 지역, 규모를 아우르는 조직의 피인수 기업 직원과 총 70시간 이상의 인터뷰 및 포커스그룹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수년간 여러 기업의 M&A와 변화 관리를 지원해 온 실무 경험도 함께 반영했다.
조사 결과, 많은 피인수 기업 직원은 자신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조직에서 저평가되며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통합 과정에서 방향성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자주 언급됐다. 이들은 인수 발표 직후부터 통합 이후까지 끊임없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누적됐다. 한 직원은 인수 소식을 “가족이 세상을 떠난 것처럼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이는 예외적인 반응이 아니라 필자가 함께한 여러 기업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 공통된 정서다. 이는 실제로 거래 성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글로벌 기업은 인수 과정에서 공통된 문제를 발견했다. 피인수 기업 직원의 참여도는 기존 직원에 비해 낮았고 그 격차는 인수 5년이 지난 후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참여도는 생산성과 고객 만족에 직결되며 변화기에 발생한 인력 이탈은 조직 역량을 약화시키고 인수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많은 피인수 기업 직원은 자신의 기술이나 제품뿐 아니라 새롭게 합쳐진 조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어 했다. 인수 기업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그만 배려를 보였을 때 직원은 감사와 몰입으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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