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10일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기업 공개를 실시해 470억 달러 규모의 평가액을 달성했습니다. 그해 최대 규모의 상장 사례 중 하나였고, 그로부터 24시간도 되지 않아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섰죠. 구조상 거래를 중개하기만 하는 게 거의 전부인 플랫폼으로서는 거대한 이정표를 세운 것입니다. 에어비앤비는 공급 업자들의 서비스 제공을 돕지만 그 서비스를 사실상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성공은 과거에도 선례가 있기는 합니다. 지난 20년간 이베이, 아마존, 우버, 유데미(Udemy)와 같은 공룡 마켓플레이스들은 우리의 쇼핑, 여행, 식사, 근무, 학습 환경을 철저히 변화시켰고 업계에는 지각변동을 몰고 왔죠. 하지만 동시에 가장 성공적인 마켓플레이스 기업들마저도 많은 수가 업계의 혁신을 이루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업계를 바꾸는 마켓플레이스들만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행위를 다른 이들도 반복할 수 있을까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은 이에 관해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많은 마켓플레이스 업체가 현재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거래를 구성하고 실현하는 데 그치는 데 반해 파괴적 혁신을 실천하는 마켓플레이스들은 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판매자와 구매자까지 끌어들이는 새로운 유형의 트랜잭션 행위를 창조하죠.
다음 파괴적 혁신의 기회를 모색하는 경영진, 사업가, 투자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트랜잭션을 어떻게 파악하고 창조하는지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습니다.
파괴(Disruption)와 마켓플레이스의 만남
많은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시장에 접근하고, 잠재 거래 파트너를 파악하고 소통하는 데 쓰이는 비용은 참여자에게 제약으로 작용하거나 참여자가 다른 이들과 거래하는 것을 어렵게 하죠. 한편 판매자가 제공하는 것과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것 사이의 비대칭적 정보는 당사자들의 소극적 참여로 이어집니다. 누구라도 이용당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이와 같은 시장 실패 상황에서는 유익한 교환 행위를 위한 기회가 있더라도 간과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켓플레이스들은 거래를 구현하고 개선하는 규칙과 인프라를 제공해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며 시장 실패를 완화하고, 이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