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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 전략

넛징이 개인을 넘어 조직 행동 변화에도 먹힐까?

디지털
2021.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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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의 행동경제학 연구를 통해 우리는 개인의 행동을 ‘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맥락적 요인들을 잘 설계하면 건강, 가계,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상대방이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행동의 시기, 장소, 방법 등을 단순화하거나 계획을 통해 암시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 너지라는 방법이 조직 차원의 행동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 심지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자체도 비교적 거의 알려 있지 않아요. 조직은 개인과 다르게 너지에 반응할까요?

이미 조직들은 충분히 나름의 의사결정 최적화 방법을 실천하고 있어서 굳이 너지 방법론을 도입해도 거의 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예상할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사고/양극화/책임의 분산/집단 태만과 같은 현상은 집단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어떤 너지가 개인에게는 효과적이더라도 이를 조직에 적용하면 완전히 엉뚱하고 잘못된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저희는 조직 차원의 너지 가능성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재무부와 협력해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는 연간 원천징수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조직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온타리오주 재무부는 만기일로부터 1주일이 지나면 체납 기업들에 우편으로 원천 징수 신고를 독촉하고, 정부의 강제 조치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즉시 이행할 것을 안내하는 통지서를 보냅니다. 이 통지서는 해당 기업이 단순히 신고하는 걸 잊어버렸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미루는 것일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이런 조직의 체납 행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지 알아보고자 기존의 표준 통지서 양식에 일부 수정 사항을 가미해 테스트했습니다.

통지서의 수정된 버전은 원천징수 신고서 제출 방법과 장소에 대한 명확한 단계별 지침으로 재구성하고 기한을 구체적으로 표시했습니다. 구체화된 기한은 두 가지 요인을 참작해 결정됐습니다. 첫째, 독촉 전화를 걸 콜센터 인력, 징수 대행업체 등 추가 인력을 돌려야 할 시작점을 표시했고요. 둘째, ‘즉시’ 납부하라는 요구보다 목표가 더 구체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게 했습니다. 형식상으로는 전반적인 의미나 가독성에는 별 변화를 주지 않은 대신 2인칭 대명사와 능동태를 사용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사소한 수정들이 합쳐지면 기대에 맞게 기업들의 납세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저희는 첫해에는 6300개 조직에, 둘째 해에는 6200개 조직의 모든 지각 신고자를 대상으로 두 가지 통지서 유형 중 하나, 즉 원래 버전과 수정 버전 중 하나를 무작위로 할당해 발송했습니다. 그 결과,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한 저희 통지서가 연체 조직으로 하여금 기한 4~5일 전에 신고를 마쳐 연간 납세 의무를 준수하게 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 추가 조치 단계로 넘어갈 상황도 예방할 수 있었고요.

이걸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연구 첫해에 저희의 수정 버전은 추가 조치에 들어서기 전에 납부된 세액 측면에서 61% 더 증가한 결과로 이어졌고요. 그 결과 수정 통지서 발송 후 열흘 이내에 세액 28만8335달러가 징수되면서 정부는 청구 비용으로 5766달러를 절감했답니다. 만약 모든 체납 조직에 수정 버전을 발송했더라면 정부는 추가 조치를 시행하기 전에 47만5438달러를 더 거둬들이고 청구 비용은 약 9508달러 절약할 수 있었을 거예요. 이듬해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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