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과학, 산업, 문화를 혁명적으로 변혁하는 새로운 비전이나 방식을 제시하는 아웃사이더가 등장하곤 합니다. 불굴의 정신으로 mRNA 기술을 개척하고야만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 박사가 좋은 사례죠. 그 덕분에 인류는 백신 개발 역사상 최단 기간에 코로나19 백신을 손에 쥐었습니다. 동구권에서 정육점을 하던 가족의 딸로 흙벽돌집에서 수도나 냉장고도 없이 자란 카리코는 헝가리의 대학 학부생 시절부터 RNA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20대 후반 미국 이주를 택했죠. 수십 년 동안 그녀의 삶은 연구 지원 거절, 동료들의 멸시, 국외 추방 위협으로 점철되었습니다. 하지만 mRNA에 대한 카리코의 연구가 없었다면 오늘날 바이온테크/화이자 및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많은 연구자는 카리코를 차기 노벨상 수상자로 여기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필자들은 정성적 기법, 대용량 데이터 분석, 역사적 연구를 혼합한 10년간의 연구 끝에 카리코와 같은 아웃사이더가 거둔 성공의 비밀을 설명하는 네 가지 요인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이 요인들은 꼭 서로 병존할 필요도 없고, 없어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각각은 아웃사이더가 돌파구를 찾고 주위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확률을 올려줍니다.
1. 아웃사이더는 아웃라이어가 아닙니다
필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카리코의 성공과 같은 사례는 누군가가 아웃사이더임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인사이더가 따르는 규범과 표준에 덜 얽매여 있는 아웃사이더는 규범과 표준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 쉽게 흘려버리는 해결책을 인식할 수 있죠. 역설적인 점은 아웃사이더라는 사회적 위치가 공상적인 프로젝트를 추구할 수 있는 혜안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혁신을 위해 필요한 지원과 인정을 제약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카리코와 같은 아웃사이더의 혁신은 어떻게 관심과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요?
필자들이 연구에서 관찰한 혁신 패턴은 굉장히 일정했습니다. 아웃사이더는 보통 그들이 진입하는 환경에서는 새롭지만 그들이 그전에 속해 있던 상황에서는 익숙한 통찰력과 경험에 근거하여 혁신을 진행합니다. 코코 샤넬의 예를 살펴보죠. 그녀는 세탁부와 노점상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습니다. 집안이 그녀를 포기해 그녀는 수녀원의 고아원에서 자라게 되었고 후일 시대의 아이콘이 될 그녀의 패션 디자인 대부분에 대한 영감은 바로 이러한 변변치 못한 환경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흑백에 대한 그녀의 유명한 애호는 오랫동안 고아원의 원복과 수녀복에 노출된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죠. 독특한 샤넬 로고도 고아원이 위치한 오바진(Aubazine) 수도원의 스테인드글라스의 단순한 문양에서 착안했다고 하죠.
카리코나 샤넬 같은 성공적 아웃사이더가 통계적 예외 값, 즉 아웃라이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들의 연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필자들은 할리우드의 전문직 종사자 1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창의적 성공이 집중되어 있는 영역이 시스템의 중심인지 주변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들의 협업 네트워크를 분석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인물들은 네트워크의 최외곽에 자리한 이들, 즉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을 창립한 개척가적 벤처 투자가 돈 발렌타인(Don Valentine)이 스티브 잡스를 1970년대 후반 처음 만나면서 사용한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에서 이탈한 이들(renegades)”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업계 중심에 자리한 “네트워크의 왕들”도 아니었죠. 아웃사이더는 아웃라이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 연구는 창의적 성공의 가능성이 중심과 외곽 중간 사이의 경계 구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시스템에 속하면서도 변두리 영역과도 접촉합니다.